2016.09.06 05:37
커피 칸타타
요한 제바스챤 바하(1685-1750)는 매우 신앙심이 깊은 사람이었다.
그가 일생을 통해 손을 대지 않은 부분이란 단지 오페라였을 뿐 그밖에는 생존 시 가능했던 음악의 모든 분야를 다루어 막대한 분량을 작곡했음은 물론 그의 창조적인 재능은 손길이 가는 곳마다 형식이나 규모 그리고 질과 테크닉 등에서 음악을 새로운 차원으로 올려놓았다. 그래서 그를 근대 음악의 아버지라고 부르는 것은 결코 수사학적인 표현만이 아닌 것이다.
종교 곡으로는 널리 알려진 마태 수난곡, 요한 수난곡, 크리스마스 오라토리오, B 단조 미사 같은 대곡들 말고도 칸타타를 많이 작곡했다. 그는 1723년 이후 죽는 날 까지 라이프치히 시에 있는 「성 토마스 루터란」 교회의 음악 책임자로 재직하면서 주일 예배를 위해 오르간을 연주하는 한편 6년간에 걸쳐 매주 한 곡씩 칸타타를 작곡하였다. 그래서 모두 3백 개의 칸타타를 지었지만 그중 약 1/3이 소실되었기 때문에 현재 남아있는 것은 약 2백곡 정도이다.
바하의 칸타타는 일반적으로 말해 독창자들의 아리아와 레씨타티브 그리고 합창을 적절하게 배합하여 작곡한 것으로 대개 20-30분 정도를 연주하는 것이 보통이다.
요즈음에도 바하의 칸타타 한 곡을 연주하기 위해서는 아무리 유명한 합창단이라 할지라도 여러 주일에 걸쳐 연습해야 된다. 그러므로 매주 마다 칸타타를 한 곡씩 작곡한 바하의 창작력도 경이적이라 하겠지만 그것을 매주 일주일 동안의 연습으로 모두 소화해서 연주할 수 있었던 성 토마스 교회의 성가대 실력도 보통 수준이 아니었을 것이다. 그 스승에 그 제자라고나 할까?
그런데 그는 종교와는 전혀 관계없는 세속 칸타타를 몇 개 남겼는데 그 중에 「커피 칸타타」(1735)가 비교적 잘 알려진 작품이다.
17세기에 이르러 커피는 이미 유럽 사회에서 기호품으로 각광을 받아 커피 마시는 풍조가 큰 유행이 되었다. 그러나 이것은 성인 남자에게만 국한된 특권이었다.
커피 칸타타는 몰래 숨어 홀짝거리다가 커피에 깊게 맛이 들어버린 한 발랄한 젊은 딸과 이것을 한사코 막으려는 엄한 아버지 투덜거림 사이에서 벌어지는 대결을 코믹한 터치로 다룬 작품이다.
아버지는 요즈음 세상에 아이들이란 모두 부모가 아무리 타일러도 말을 듣지 않고 골치만 썩일 대로 썩이고 있다고 불평한다. 어느 시절이고 아버지라면 늘어놓을 수 있는 비슷한 투정을 하면서 딸에게 즉시 커피를 끊으라고 명령한다.
딸은 만일 하루에 커피 석 잔마저 마시지 못하면 마치 말라빠진 염소 고기 같이 될 뿐이라고 말대꾸를 한다. 이어 그녀는 커피의 황홀한 맛은 천 번의 키스보다 달콤하며 포도주보다도 부드럽다면서 내 잔에 커피를 부어 주는 사람만이 나를 가장 행복하게 해 준다고 커피 예찬론을 노래한다.
아버지는 커피를 끊지 않으면 결혼식을 올려 주지 않고 집 밖으로의 외출을 금하며 최신 유행의 고급 옷을 사 주지 않겠다고 경고한다. 창밖을 내다 볼 수도 없고 모자에 장식하는 금이나 은으로 된 리본도 달지 못한다면서 당시에 자녀들에게 허용된 모든 특권을 박탈하겠다고 위협한다. 그러나 딸은 혼자서 커피만 마실 수 있다면 그 어느 것도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대꾸를 한다.
화가 꼭두까지 치밀어 오른 아버지는 모든 위협만으로는 소용이 없겠으므로 딸의 약점을 찾아 목적을 달성하려고 꾀를 낸다.
아버지는 딸에게 커피를 계속 마신다면 신랑감을 얻어 주지 않겠다고 선언한다. 그러자 딸은 커피를 끊겠다고 약속하면서 아버지에게 빨리 신랑을 한 명 구해 달라고 간청한다.
그러나 자식 때문에 속을 썩고 있는 부모에게 딸은 예나 지금이나 여우같이 군다.
아버지가 딸을 위해 신랑감을 찾아 나선 사이 그녀는 몰래 온 동네에 소문을 퍼트렸다. 결혼을 원하는 남자는 내가 원할 때마다 커피를 마실 수 있음을 약속해야 되고 이것을 결혼 계약서에 서약해야 한다고.
마지막 등장인물들의 합창은 이렇게 끝난다.
“어머니가 커피를 사랑하고 할머니도 즐겨 마시는데 왜 딸들이라고 해서 비방을 받아야 하나요?”
시쳇말로 여권주의자들의 견해라고 할 수 있는데 하여간 이것을 보면 18세기에 유럽에서는 남녀를 불문하고 커피 마시기가 얼마나 광범위하게 유행했는지 알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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