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10.08 09:25
158.
의식의 흐름
에드워드 올비(Edward Albee)의 대표작 「누가 버지니아 울프를 두려워하랴?」에서 작가 버지니아 울프의 이름은 제목부터 장식하고 있지만 사실은 그녀는 이 연극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누가 크고 악한 늑대를 두려워하랴?”(Who's afraid of big, bad wolf?) 라고 서양에서 잘 알려진 동요를 이 연극의 주인공들이 [big, bad wolf] 대신 [Virginia Woolf]로 가사를 바꾸어 “누가 버지니아 울프를 두려워하랴?”라고 취중에서 흥얼거리며 노래하는데 그 이름이 나올 뿐이다.
굳이 연결을 시킨다면 이 작품의 주제가 불임이었고 등장인물들이 모두 불임 상태에 대해 어떤 형태로나마 두려움을 지니고 있었으며 버지니아 울프는 생전에 결혼은 했지만 한 번도 아기를 가져보지 못하고 죽었다는 점이리라.
작가인 올비 자신도 이 연극의 제목은 자신이 지은 것이 아니라 이 작품을 쓰기 약 10년 전 어떤 술집 화장실 거울에다 누군가가 비누로 크게 휘 갈겨 써 놓은 것이 문득 생각나서 제목으로 삼았다고 몇 년 전 UC 데이비스에서 문학 강의를 하는 도중 밝힌 적이 있다.
이 연극에 나온 젊은 교수 부인 하니의 [상상 임신] (Pseudocyesis)이란 대개 임신을 몹시 원할 때 임신하지도 않은 여자가 자신이 임신했다고 믿는 병적 현상이다. 드물게는 임신을 극히 두려워하는 경우에도 발생할 수 있다.
이때 신체에도 뚜렷한 변화가 동반하는데 경도가 끊어지고 헛구역질이 나며 배가 불러오면서 체중도 차차 늘어난다. 또 젖이 팽팽하게 되며 젖꼭지도 검붉어지고 튀어나오기도 한다.
예전에 [히스테리성 성격장애]자인 여성에서 가끔씩 발생했는데 간단한 진찰이나 소변 검사로 임신 유무를 금세 가려낼 수 있는 요즈음에는 이런 환자를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버지니아 울프(1881-1941)는 런던에서 빅토리아 시대 저명한 문예 비평가이며 철학자인 레즐리 스티븐슨의 막내딸로 태어났다. 19세기에 이름을 날렸던 윌리엄 대커레이의 손녀도 된다.
그녀의 집에는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이나 토머스 하디 같은 당시 영국 최고의 문인들이 수시로 드나들던 고급 문화 사교장이었다.
높은 교양과 지성이 갖추어진 환경에서 자라난 그녀는 정식으로 학교를 다닌 적은 없지만 수많은 장서를 갖춘 아버지의 서재에서 가정교사의 도움을 받아 독학으로 공부했다.
1912년 정치 평론가인 레너드 울프와 결혼하였다. 남편은 작가로 성장해 가는 아내를 도와주는 무척 훌륭한 협조자였다.
이 내외는 하루 블룸즈버리 지역에 산책을 나갔다가 우연히 방매하는 한 인쇄소를 사 들여 취미로 인쇄업을 시작했다. 그것이 당시 신진 작가들의 저술을 출판하여 그들을 문단에 등장시키는 역할을 하면서 그들과의 교류를 넓히는 기회가 됐다. 나치스의 박해를 피해 런던에 정착한 지그문드 프로이드 그리고 미국 출신의 시인 T.S. 엘리엇을 영국 지식 계층에 소개한 것도 이 출판사를 통해서였다.
「출항」(1915), 「댈러웨이 부인」(1925), 「등대로」(1927), 「올랜도」(1928), 「파도」(1931) 등이 비교적 잘 알려진 그녀의 작품들이다.
그녀는 작품에서 제1차 세계 대전 이후 당시 심리학의 영향을 입어 문학에서 유행하고 있던 「의식의 흐름」이란 기법을 주로 사용하였다.
이것은 기존의 소설에서 사용되던 이야기 구성이란 틀에서 벗어나 끊임없이 명멸하는 모든 인상들이 개인의 의식에 영향을 미쳐 합리적인 사고로 구성되어 가는 과정을 내적인 독백으로 적어 나가는 수법이다.
「의식의 흐름」이란 용어는 심리학자 윌리엄 제임스가 자신의 저서 「심리학 원론」(1890)에서 처음으로 사용하였으며 문학에서는 제임스 조이스, 윌리엄 포크너, 버지니아 울프 등이 이 기법을 이용하여 유명하게 되었다.
이것은 그 당시 융이나 프로이드가 주장하여 정신 분석에서 사용하기 시작한 「자유 연상 기법」의 영향도 많이 받았다. 자유 연상을 통해야만 합리성으로 꾸며진 의식 밑바닥에 있는 무의식적 욕구나 숨은 의도를 알아낼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래서 그녀의 작품을 읽다 보면 줄거리는 별로 없으면서 작가의 의식이 연상에 의해 자연스럽게 흘러가는데 따라 시간이 바뀌기도 하고 섬광적인 인상들을 그때그때마다 포착하고 이것이 과거의 기억과 연결되는가 하면 때로는 이런 인상들이 별 연관성이 없이 뒤섞이기도 한다.
의식의 흐름은 이들 작가들이 끼친 영향으로 인해 1930년대에는 이미 실험적인 시도를 벗어나 많은 작가들이 즐겨 사용하는 기법이 되었다.
그래도 문학 자체를 무척 사랑하는 독자라면 몰라도 이야기의 줄거리를 따라 소설을 읽는데 익숙한 독자라면 그녀의 작품을 만일 학교 같은 데서 배당해 준 과제로 억지로 읽어야 할 경우 큰 고역이기 쉽다.
그런 사태에서는 그녀의 이름이 두려움의 대상이 될 수도 있지 않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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