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등학교 제10회 동창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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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이야기/2016.10. 8./엘림회 특강

2016.10.08 17:12

원방현 조회 수:77

엘림회 창립1주년 기념모임 특별강좌
2016년 10월 8일

 

  ♡ 법 이야기 ♡
                  필 자  :  霽山 김세신

 

1.

현행 우리의 법(실정법을 중심으로)
사회 있는 곳에 법이 있다( Ubi societas ibi ius. )라는 法諺이 말해 주기를 기다릴 필요없이, 우리들이 사는 사회(2인 이상이 공동생활을 영위하는 단위)에는 그들 인간 사이를 규율하는 일정 한 기준(상호간 약속 : 사회계약)을 세워 그들 사이의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그들 사이의 분쟁을 해결해 주어 사회적 평화와 질서를 유지해 주는 역할을 해주는 장치가 반드시 필요하다. 

이러한 일정한 기준으로 역할을 하는 것을 사회규범 또는 법(법규)이라 한다.

 

현재 우리나라의 법체계를 이루 고 있는 사회규범으로서의 법규는 역사적으로 형성되어 왔는 데, 우리에게 고유한 것 외에 서양의 법제를 도입(법률 용어로는 '법 의 계수')하여 이루어진 것이 훨씬 많다고 할 수 있다.

 

그러면 서양의 법을 계수하게 되 기까지의 역사적인 과정을 연혁 적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2.

법체계의 해부(구성)
사회규범으로서의 법체계는 이 를 분석해 보면 그 성질상 실체 법과 절차법으로 구성되어 있다.

실체법이란 법적 원리의 내용을 이루는 실체로서, 쉽게 말하면 어떤 규범의 내용이 실체적인 원리 · 원칙을 규정하고 있는가 여부에 중점을 두어 그것을 법규범이라고 하는 것이고, 절 차법이란 어떤 법규범의 내용의 실체보다 그 절차적인 흐름의 방향을 제시해 주는 내용의 법규 범을 말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실체의 법규범으로서의 법체계는 실체법 또는 절차법 중 어느 하나에 의하여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고 또 그런 식으로 이루어질 수 없으며, 실체규범과 절차규범이 상호 혼화 · 교차 · 융합되어 하나의 전체 법체계를 이루게 되는 것이다.

 

절차법은 실체법 그것 만으로는 법규범으로서 作動할 수 없기 때문에 이를 잘 작동하도록 풀어 주는 역할을 하며, 절차법이 작동하는 가운데에서 또한 법 원리나 법제도로서의 규범이 새로운 형태의 실체로 형성되기도 한다. 즉 절차법이 하나의 관행화로 되면 결과적으로 그 자체가 법의 실체로서 형성되어 실체법체계를 이루게 된다. 법규가 실제로서는 사물 또는 사항(사건)에 대한 적용을 거쳐 그 효력을 발생하게 되기까지는 '법의 해석'이라는 과정을 반드시 거치게 되는 데, 이러한 체계를 이루게 되는 연혁적인 과정을 살펴보고자 한다.

 

3.

로마법과 게르만법(법체계 중 기독교적 영향)
법의 역사는 아득히 올라가서 흔히들 고대 바빌로니아 왕국의 '하무라비법(법전)'을 거론하기도 하고, 우리나라에서도 고조선의 '八條禁法'을 이야기 하기도 하나, 오늘날 현대 법체계의 근간을 이루고 있는 것으로는 로마법에서 유래된 법체계 만이 당당히 내세울 수 있는 대상으로  되어 있다.

 

로마는 이태리반도에서 일어난 小國으로서 그 후 주변의 수많은 민족을 정복하여 마침내 공전의 대 제국으로 변천하였으며, 건국부터 그 멸망까지 약 2,000여 년(BC 753--AD 1453)에 걸치는 동안 존속한 고대국가에 속한다. 그러나 그의 영향력 면에서, 특히 로마법 원리로서 법제도에 미친 영향력은 다대하다고 할 것이다.

 

그러면 그 이유와 그가 끼친 역사적 사실은 어떠한가?

 

이에 대하여 한마디로 잘 나타낸 문헌의 유명한 표현이 있다. 즉 독일의 法史學者 Rudolf von Jhering의 저서 Geist des Roemischen Rechts(로마법의 정신)에 보면, 로마는 세계를 세 번 통일했다. 

 

그 첫 번째는 무력에 의한 정복으로 정치적인 통일을, 
두 번째는 법에 의한 통일, 그리고 세 번째는 기독교에 의한 종교적 통일을 이룩한 것이 그것이다.

 

첫 번째 것은 로마가 아직 왕성하게 세계(정확히는 오늘날 서양인 유럽대륙과 지중해를 중심으로 하는 북 아프리카와 중동지방을 말함)를 무력으로 정복해서 그 판도 안에 넣고 있어 이것을 바탕으로 로마는 대규모적인 제국이 된 역사적 사실을 말한다. 이러했던 로마도 그 후 멸망이라는 사태를 가져왔으나, 그 국토적 통일을 바탕으로 찬란하게 꽃피었던 정신적인 면의 문화유산은 그 영향력을 법의 통일과 종교적 통일로 세계를 정복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이 두 번에 걸친 정신력에 바탕을 둔 통일은 로마제국의 정치적 · 무력적 뒷받침과는 무관하게 로마가 이미 멸망한 후에 정신적 면에 기반을 둔 비정치적(비무력적) 통일을 의미하게 된 것으로 로마의 영향력의 위대함을 단적으로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2정신력에 의한 두 번의 통일의 결과 오늘날까지 그의 법률적 · 종교적인 영향력을 당당히 나타내고 있다.


여기에 주의해야 할 것은 종교적으로 기독교가 초기에는 정치적으로나 사회적으로 박해를 받았지만, AD 313년 기독교가 로마국교로 공인된 후에는 급속히 민중의 뇌리를  점령하고 또한 정치적 통일이라는 탄탄한 기반을 통하여 로마세력과 함께 그 당시의 세계안에 확산되었으며, 그 결과 오늘날에는 서양세계에  문화적 · 문명사적으로 보편적 바탕을 마련하게 되었고 나아가 동 · 서양을 아울러 확산되게 되었다는 점이다.

 

이리하여 로마법에서도 그 원리 · 원칙에 기독교가 다대한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는 점이다. 그 결과 로마법(로마인은 원래 '법의 천재'로 소질이 탁월했다)의 영향력은 연면히 법체계에서도 영향력을 유지 · 발현해 왔고, 이와 병행하여 기독교정신 · 기독교원리가 법제도에도 그대로 유지 · 발전되어 왔다는 사실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

 

게르만법은 로마법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열등한 지위에 처해 있었고, 따라서 하나의 뚜렷한 법체계로서의 영향을 미치지 못하였으나, 로마제국은 정책적인 배려로 로마의 피정복 지역인 게르만 각지의 관습적인 지역법으로서의 게르만법을 現地의 慣習法으로 인정(受容), 적용하는 관행이 있었기 때문에 양적(숫적)으로나 질적으로나 로마법과 경쟁은 되지 못했으나 부분적으로 발달, 변천을 거듭하였다. 그 결과 체계적인 로마법에는 미치지 못했으나, 부분적 또는 단편적 · 보완적인 기능의  의미에서 法諺의 형식으로 게르만법이 존재, 발전하는 계기가 되었다. 기독교정신이 게르만법에 섞이게 된 큰 계기는 4세기 경에, 지금의 영국 땅인 브리타니아섬에는 이미 초기 로마 시기에 침투하였고, 특히 게르만민족 중 西게르만部族 에게는 프랑크왕국 시기에 왕인  Clodwech가  AD 498년에 Roman Catholic으로 개종한 이후 본격화되었다 한다.

 

4.

대륙법과 영미법
이처럼 로마법의 그늘 아래서 로마제국의 발전과 변화에 발맞추어 유럽대륙은 로마의 판도가 된 결과 로마법이 유럽 대륙의 근간적인 법이 되었고, 상대적으로 게르만민족의 영토 였지만 로마에게 정복당한 이래 계속하여 유럽 대륙 게르만민족 의 고유 관습법(민중법 : Volksrecht)인 게르만법은 낮은 지위에 처해 있었다
.  
이는 앞에서도 본 바와 같이 정치적인 무력에 의한 지배와 피지배관계로 인하여 로마법이 主宗을 이루고, 게르만법이 이에 從屬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되었으며, 세월과 더불어 로마법이 主, 게르만법이 從이란 새로운 법체계가 이루어 지게 되는 역사적 사실을 낳게 되었다.

 

이렇게 하여 이루어진 법체계를 대륙법(프랑스법 · 독일법이 주종을 이룸)이라 한다.

 

이에 대조적으로 종속적 지위 에서 이루어진 게르만법 체계는 로마법의 위세를 극복하지는 못 했지만, 그 자체의 고유성을 유지한 채로 또 다른 독특한 변천을 하게 되었고, 비교적 로마제국의 정치적 영향력이 덜 미쳤던 브리타니아(영국)의 세력권에 들어서 그 고유성을 간직한 채 그 후 정치적인 변천에 힘 입어 영국의 영향을 받고 미국이란 신세계에까지 진출하게 되어 그곳 풍토에 맞는 독특하고 별개인 법체계를 탄생시키게 되었는 바, 이처럼 이루어진 법체계가 영미법(Anglo-american Law)이란 이름을 얻게 되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로마법은 개념상 실체법적인 원리 · 원칙에 근거한 법체계로 발전했다면, 반대로 영미법은 실제 재판에 당하여 실체적 진실을 발견하기 위하여 법원리를 해석 · 적용하고 거 기에서 새로운 법규를 발견, 탄생시키는 절차법적 특성에 치중하는 성질의 법체계라 할 것이다. 

 

이러한 재판절차에서의 모든 법제도의 해석 ·적용 과정에서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人的 要素(법관 등 재판관계자)가 정신적으로는 기독교적 사고방식에 근거하여 실제로 큰 역할과 영향을 미쳤을 것임은 두 말할 필요도 없다고 할 것이다.

 

5.

우리의 현행 법체계
앞에서 잠깐 봤드시 우리의 현행  법제도는 우리나라 고유 법체계 를 포함하고 있음을 아주 부인할 수는 없으나, 대체적으로는 서양 법의 계수(Reception)라는 역사적인 변천과정을 겪었음은 엄 연한 사실이다. 

 

그것은 서양법의 계수에 절대적 인 영향력을 미친 일본제국주의 의 정치적인 영향력의 결과임은 불문가지라 할 것이다. 이처럼 일본의 식민통치는 법제도에서 도 일본인 자신들의 서양법제의 계수의 결과를 피지배민인 우리 민족에게도 강요한 결과를 가져오게 되었다. 그리하여 현행법의 실질적 체계 내지 내용은 서양법 체계가 그 근간을 이루고 있다고 하겠다.

 

(필자 소개) 
김세신(金世新) : 
아호 : 제산(霽山) ; 법학박사.
법제처 차장(정무직 차관급,   1993년 퇴직).
법제처 법제관, 국장, 실장 역임.
퇴직 후 국립 강원대학교 객원교수.
사단법인 한 · 중문화청소년협회 (미래숲) 이사/사무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