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10.27 22:59
기독교와 아동 살해
2016년 정유석 글
남궁 혁(南宮 爀)목사는 한국인 최초의 신학박사였으며 신사참배로 폐교될 때까지 평양 신학교에서 교수로 재직했다. 그런 연유로 해서 당시 한국에서 기독교를 전파하는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했던 장로교 지도자들을 배출하는데 지대한 공헌을 했는데 아직까지도 그가 오래도록 우리들에게 가깝게 끼치고 있는 영향은 우리들이 현재 읽고 있는 한글 개역 성경이다.
그전까지 주로 여러 서양 선교사들에 의해 킹 제임스 역 영어 성경을 바탕으로 해서 한글로 번역된 우리 말 성경이 있었으나 갈라디아서를 전공한 관계로 헬라어까지 조예가 깊었던 당신은 외국어 투의 어색한 표현을 바로 잡고 번역이 틀린 부분을 고쳐서 현재 우리들이 사용하는 성경으로 번역했던 것이다.
이런 분을 외조부로 두었으니 필자는 어려서부터 종교적 바탕에서 자란 셈이지만 젊은 시절 오랫동안 기독교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여러 가지 의문들 가운데서도 하나님이 아브라함에게 아들 이삭을 죽이라고 시험한 부분에 가장 크게 반감이 갔었다. 충성을 시험해도 그렇지 아무리 친자식을 죽이라니.
그런데 성경 어느 곳을 뒤져보아도 정작 아브라함은 번민하거나 상심한 흔적조차 없다. 교회에서는 이것을 깊은 신앙 때문이라 가르쳤지만 무슨 종교가 자식 살해를 정당화 할 수 있겠는가.
아름다운 종소리를 만들어 내기 위해 아이를 철물 속에 녹였다는 에밀레종 이야기를 들었을 때 무엇보다 도 엄마의 손에서 떨어져 나와 스님에게 딸려 가는 아이의 모습이 무척 가슴 아팠었고 나중에 왕후가 되기야 했겠지만 그것을 알 리 없이 단지 아버지 심 봉사의 눈을 뜨게 하기 위해 인당수에 몸을 던지려 팔려갔던 심청 이의 여린 심정을 너무나도 애처롭게 느꼈던 어린 날의 예민한 감수성 때문이었으리라.
그런데 성경에는 실제로 지신의 자식을 번제(불에 태우는 제물)로 드린 일화가 기록되어 있다. 이집트에서 탈출한 다음 왕조가 성립되기까지 수 백 년 사이 이스라엘 민족에는 리더 격인 사사(士師)라는 제도를 두었다. 그 중에는 창녀의 출신으로 지체가 낮고 비적 떼 출신의 두목이었지만 힘이 센 관계고 해서 사사가 된 [입다]란 장사가 있었다.
당시 이스라엘 민족은 [암몬]이라고 하는 강력한 부족과 이웃을 삼고 있었지만 실질적으로는 그들과 심한 적대적 관계에 있었다.
그들은 이스라엘 민족과 오래 전에 희미하나마 어떤 혈연관계에 있었다. 아브라함의 조카벌이 되는 롯이 소돔과 고모라를 탈출한 다음 아내는 소금덩이가 되어 잃고 말았다 그런 후에 술에 취해 자신의 작은 딸을 취해 근친상간의 결과로 나온 지파가 암몬족이었다.
그러니 이스라엘 백성들이 암몬 족속 깔보기는 요즈음 주위의 아랍 사람들 우습게보기보다 못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도 아랍인들은 아브라함을 같은 조상으로 두었지만 롯은 근친상간 같은 집안의 수치스러운 일 말고도 아브라함의 조카에 불과하지 않는가.
사사 입다는 자기 나름대로 모든 능력을 다 해서 암몬족과 평화 협상에 나섰다. 그러나 이러한 시도가 상대방의 무시로 인해 모두 무위에 그치고 말자 그는 무력으로 해결하려 나섰다. 당시 하나님의 영은 분명히 그와 함께 있었다.
중책을 맡은 입다는 하나님께 약속을 드린다. “만일 하나님께서 저 암몬 군을 제 손에 붙여 주신다면 그들을 쳐부수고 돌아 올 때 제 집에서 저를 맞으려 처음 나오는 사람을 여호와께 번제로 바쳐 올리겠습니다.”라고 서원했다.
스무 개 성곽을 모두 처 부순 다음 집에 돌아왔을 때 소고를 잡고 춤을 추며 집에서 나와 그를 처음으로 맞이한 것은 바로 그의 고명딸이었다. 입다는 그녀가 나오는 것을 보고 옷을 찢으며 외쳤다. “아이고, 이 자식아, 네가 내 가슴에 칼을 꼽는구나."
그의 딸은 처녀의 몸으로 죽는 것이 너무나도 슬퍼서 두 달 동안 말미를 얻어 벗들과 함께 산으로 들어가 돌아다니며 싫건 울면서 한을 풀었다. 두 달이 지나 딸이 집으로 돌아오자 입다는 약속한 대로 딸을 죽여 번제로 바쳤다.(사사기 11장)
이 비극적인 이야기는 헨델의 심금을 울렸다. 그는 이미 시력까지 상실한 노년기에 접어들었어도 그의 마지막 오라토리오로 "Jephtha"(1752)를 작곡해서 성공시켰다.
성경에는 번제만이 아니라 아이를 잡아먹는 장면까지도 나온다. 시리아 군이 사마리아 성을 포위하여 사람들이 굶어 죽을 지경이 되었다. 어느 날 이스라엘 왕이 성벽을 따라 걷고 있다가 울부짖는 한 여인의 호소를 듣는다.
“이 여자가 저에게 말하기를 ‘오늘은 당신 아기를 잡아먹고 내일은 우리 아기를 잡아서 같이 먹읍시다. 그래서 제 아기를 잡아서 끓여 먹었습니다. 이튿날 ’이제 당신 아기를 잡아 먹읍시다’고 했더니 자기 아이를 감추어 버렸습니다.” 왕은 여인의 말을 듣고 기가 막혀 자신의 옷을 찢었다. (열왕기 하 6장)
근래 몇 년 간에 걸쳐 고적 탐사반은 지중해를 접하고 있는 예전 가나안 지역의 요충지 아슈켈론(현재도 Ashqelon으로 표기하고 있음) 유적지를 발굴하던 중 거주지에서 1백구의 유아 유골이 발견되었다. 학자들은 이들이 대부분 출산 직후 살해되었으리라고 추측한다.
사실 구약시대나 그리스 로마 제국을 통해 유태인이나 비 유태인을 막론하고 아동 살해는 은밀히 그러나 상당히 광범위하게 시행되었다. 그래서 어떤 이는 아동 살해란 시대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전 세계에서 자행된 [홀로코스트](대학살)라고 말했다.
예수와 그를 따르는 얼마 되지 않는 추종자들에 의해 갈릴리 지역에서 미미하게 시작되었던 기독교는 불과 삼백 년 안에 로마 제국의 국교가 될 정도로 급속도로 성장했다. 그 놀라운 원인을 다각적으로 규명하는 것은 신학자들의 몫이다.
예수는 그를 따르는 제자들에게 과부와 고아들을 돌보라고 권했으며 이웃을 사랑하라고 가르쳤다. 또 아이들 같지 않아서는 천국에 들어갈 수 없다고 말했다.
사회학적인 측면에서 본다면 당시 사람들이 그때까지 별로 들어보지 못했던 생각, 즉 이렇게 사회적으로 소외되고 당연히 약자일 수밖에 없었던 이들에게 관심을 주라는 휴머니즘에 바탕을 둔 예수의 가르침 때문에 아동 살해라는 악습이 초대 기독교 사회에서 차차 사라졌다. 그것은 이 새로운 종교가 짧은 시기에 전 세계로 퍼져나간 중요한 한 가지 원인이 되었다고 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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