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2.12 14:39
오래 전 이야기지만 1997년경 신문 상담 칼럼인 ‘디어 애비’에서 고해성사와 비밀유지에 대한 논란이 활발했었다. 이 상담란은 이제는 그 딸이 뒤를 이어 쓰고 있는데 미국 각지 신문에서는 매일 수록하는 잘 알려진 칼럼이다.
한 침례교인이 이런 가설을 제기했다. 신부가 한 살인범의 고백을 들었다. 살인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사람이 유죄판결을 받아 사형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신부가 고해 내용을 밝히면 이 억울한 사람은 무죄 방면될 것이다. 그래도 신부는 입을 다물고 있어야 하는가?
상담 담당자는 이 까다로운 질문에 대답하기 위해 가장 권위있는 전문가의 조언을 청했다. 조언자는 다름 아닌 지금까지도 로스앤젤레스 교구를 담당한 로저 마호니 추기경이었다. 추기경은 신부가 살인범의 죄를 사면하지 않을 수는 있지만 죄 없는 사람이 사형 당하는 경우까지 포함해 어떤 경우라도 고해성사에서 들은 이야기는 발설할 수 없다고 대답했다.
마호니 추기경의 의견에 만족하지 않은 한 카톨릭 대학의 윤리학 교수는 학생들에게 무고한 사람도 살리고 고해성사의 비밀도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지 자유토론에 맡겼다.
거기서 나온 의견 중 하나는 신부는 살인범이 고백한 정황의 세부까지 자세히 기록한 다음 살인자의 신분을 감추고 관계기관에 자료를 제출하라는 의견이 있었다. 비록 신부의 증거라는 것이 남으로부터 들은 이야기임으로 형사법원에서 증거로 채택되지 않는다 해도 신부가 한 신자의 고백을 직접 들었으며 그 내용이 사실이라고 믿는다고 증언하면 재판부는 사형집행을 재고하리라는 주장이었다.
마호니 추기경의 절대비밀유지 주장은 만일 고해성사에서 발설한 이야기의 비밀이 지켜지지 않는다면 신도들이 고해성사로 참회할 기회를 박탈하기 때문이었다.
이것은 정신과에서 태라소프 사건 심의 때 피고인측 변호인들이 환자와의 대화를 절대 비밀로 지켜야 한다는 이론과 비슷하다. 그러나 이미 언급한 대로 캘리포니아 대법원은 타인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경우에만 환자와 의사 사이의 비밀은 유효하다고 결정한 바 있다. 뒤집어 말하자면 환자가 제3자를 위해할 위험이 있을 때에는 의사는 환자의 비밀을 지켜주는 것 보다는 환자가 살해 의사를 갖고있는 제3자의 안위를 지켜야 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는 의견이었다. 이런 판결은 이제 법률을 다루는 사람들과 의료인에서는 상식으로 통하고 있다.
한편, 아동보호의 목적으로 의료인들 중 아동 학대나 방치를 목격하거나 의심만 들어도 의무적으로 보고해야 한다는 아동보호법이 1974년에 제정되어 미국 50개 주 전체에서 시행되어 왔다.
지난 30여년간 천주교 신부들에 의해 어려서 성 학대나 추행을 당했다는 경우가 끊임없이 제기되고 교회가 송사에 몰리자 그 예방책의 일환으로 종교지도자들도 보고의무자에 포함되어 많은 주에서 시행되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 얼마나 많은 종교지도자들이 이 법안에 참여하는지 밝힌 통계는 없다. 통계를 낼 방도가 없었을 것이다.
지금 미국에서 상영중이며 한국에서도 개봉되리라고 믿는 명화 "Doubt" 도 이런 주제를 소제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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