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2.19 21:59
달러 엔화값 급등 시절에
굳이 해외여행 우길 것 있나
찾아보면 국내 안 가본 명소
손짓해 우릴 부르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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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은 떠나는 게 아니라 오는 것이라고 했다. 여행 가방을 챙길 때 설렘이 돌아올 무렵이면 어서 집에 가고 싶다로 변하는 게 보통이다. 그래도 여수에 젖어 뭔가 타향의 냄새를 가득 묻혀온다면 그게 바로 사는 맛 아니겠는가.
하물며 예정된 귀가일이 되어 며칠 더 있다 오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면 그 떠남은 완벽하다 하겠다. 지난해 11월 말 김해, 부산, 통영, 거제 일원의 주유는 일행들이 한결같이 ‘좋다’로 느낌을 통일, 모처럼 외유 아닌 국내여행의 흐뭇함을 만끽했었다. 이게 다 세계적 금융위기와 달러, 엔화 값 급등 덕분이다. 애국심에 불타는 갸륵한 친구들이 올해는 외국여행을 자제, 우리 고장 찾아보기로 의견을 모은 것이다.
새해 들어도 이 마음은 바뀌지 않았다. 1월 중순 목포행 2박3일 스케줄을 보았을 때 또 동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한겨울 바다를 본다는 취지가 그럴듯하다. 더욱이 대학 입학동기로 만나 올해 꼭 50년지기인 정종득 군이 목포시장이고 그를 만나 회포도 풀고 한잔 술에 싱싱한 회맛을 보자는 데 누가 싫다고 할까.
막상 가보니 인심 써 가준다고 생색을 내던 일행들 마음이 무색해졌다. 우리 지방 풍경은 괄목할 정도로 좋아지고 있었다. 표피적이라 해도 모양이 좋아야 속도 좋다는 격언대로 곳곳에 볼거리가 산적해 있다. 60년 전 일제하 거리가 보존된 목포의 당시 건물을 사용한 근대역사관, 새로 지은 자연사박물관, 해양유물전시관, 남농기념관 등 보고 또 보아도 지치지 않을 전시관과 유달산 명소들이 잘 정리돼 있다.
특히 정 시장이 목포의 눈물을 부른 가수 이난영 씨를 기념해 06년 ‘이난영 공원’을 조성하고 파주에 묻혀 있던 유골을 이장, 큼직한 백일홍 나무 아래 수목장한 아이디어가 새롭다. 30년대 식민지 치하 응어리진 서민들 삶을 노래로 달랜 배경이야 누군들 모를까. 여기다 국민기업 포스코의 용광로 건설을 손쉽게 했던 조선내화 설립자 이훈동 씨 고택을 보노라면 부자도 이런 식으로 살 경우 사회 기여를 할 수 있다는 느낌을 준다.
하지만 목포의 진수는 역시 야경이다. 이순신 장군이 왜군의 항로 차단을 위해 108일간 주둔했던 고하도(용머리) 일대 설치한 조명등이 건너편 갓바위 야경과 어우러지면 그 안은 바다 아닌 잔잔한 호수로 변한다. 종래 갓바위 관람은 배를 타야만 했으나 나무 보도를 설치, 불편을 덜고 일대 전경을 싹 바꿔놓았다.
여기다 외달도 기억은 가히 환상적이다. 뱃길로 40분 거리의 이 섬은 정 시장의 의욕적인 개발 상품. 21가구 89명의 주민이 사는 작은 섬이지만 있을 것은 다 있었다. 한옥 마을, 야영장, 텐트장, 해수욕장, 산림욕장, 산보로 등이 한적한 섬마을의 풍취를 마음껏 뿜어낸다. 거기서 먹은 홍어, 민어, 전복닭 등 회와 찜이 얼마나 매력적이었는지 생각만 하면 침이 절로 고인다.
외풍은 심해도 바닥이 따끈따끈한 전통 한옥에서의 첫날 밤에 일행들 희비가 엇갈리기는 했다. 이 점은 김해시 한옥 마을에서는 못 느낀 차이다. 관광객을 통한 정보를 십분 이용, 지방자치단체들이 고쳐갈 여지가 있다. 하지만 방문 앞에 찰랑이는 파도 소리가 이런 작은 불편쯤 멀리 날려보낸다.
먼저 김해 여행에서는 거제를 거쳐 유명세를 듬뿍 탄 보타니 섬 외도에까지 갔었다. 외도와 외달도의 단순 비교는 한 글자 차이 섬 이름을 빼고는 무리다. 외도가 창업자 이창호 씨에 의해 30여년간 공 들인 개인 소유 인공적 모습이라면 외달도는 의욕적 시장이 취임, 단기간 조성한 한옥 마을 등 기본 시설과 도로 정비가 고작이니까.
그러니까 외도가 돈 들여 온갖 아열대 식물로 단장한 30대 여인의 농염한 얼굴이라면 외달도는 아직 숫처녀 10대의 모습 그대로 순수성을 간직했다. 개발이 거의 끝난 외도와 개발 가능성이 무궁한 외달도의 매력 포인트는 다르다. 보타니 대신 다양한 먹을거리와 볼거리ㆍ놀거리를 개발, 관광 뒤 바로 떠나는 곳 대신 며칠을 쉬고 싶은 곳으로 만들면 된다. 외국행 관광객을 국내여행으로 돌리는 것은 환율, 금융위기 대처 방안의 하나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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