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7.21 18:12


배 뜨기 전
- 조병화 선생님-
해도 뜨지 않은 해안통을
아낙네들이 바삐 걷는다
옥양목 두루마기가 유달리 소리친다
뒤따른 아이는 이화 없는 모자를 사 들였다
시간도 배이름도 모르고
아낙네와 아이는 그저 바쁘다
비 내린 발동선 난간에
무뚝뚝한 선원들이 눈을 비빈다
스물도 안 난 새 며느리는
목장갑을 다시 끼고 다시 끼고
시아버지는 노점 해장국에
검은 수염을 푹 담근다
제법 신사라고
넥타이 비뚤은 양복쟁이는
멋대가리 없는 점잖을 뽑고 서 있고
부두엔
너 나 할 것 없이 다 사투리를 쓴다
태양이 세관창고 사이를 뻘겋게 뛰어 오르고
뗌목선이 출렁출렁 붉은 바다는 아침을 띄운다
충청도 외섬행 보성호는
발동이 켜졌다 죽었다 하기 시작한다.
......................................................................................................
우울하고 침울하고 답답한 이른 아침이면
나는 내가 잠시 살던 고장 인천 관상대, 박물관, 인천각
(이러한 건물들은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없어지고
박물관이 있던 자리에 지금은 맥아더 동상이 서 있다.)
이 있는 만국공원과 이 시와 같은 해안통을 많이 걸어서 다녔다.
이 시는 이러한 날의 아침풍경을 그대로 스케치 한 것이다.
우리네들의 생활풍경이다.
우리들이 아무 것도 생각하지 않고 누워 있을 이른 아침,
지구 한 구석 해안통엔 이러한 바쁜 미지의 생활이 움직이고 있다.
나는 이러한 혼자의 생활을 일년 반이나 하고 서울로 다시 돌아왔다.
(199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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