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등학교 제10회 동창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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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모음 2

칼럼 城狐 /김세신 제공

2017.02.06 12:00

원방현 조회 수:26

☆ 城狐 ☆

'성호(城狐)'는 
국어사전에 올라 있는 단어지만
풀이와 실제 쓰임에 
문제가 있는 말이다.

 '성 안에 사는 여우'로 풀면서 
담긴 속뜻을

 '임금 곁에 있는 
소인(小人)을 비유함'으로 설명한다. 

흐름은 맞지만 
정확하다고는 할 수가 없다. 

이 단어가 유래한 원전은
성호사서(城狐社鼠)라고 할 수 있다. 

정확한 뜻은
 '성벽 안에 숨어사는 여우와
사직(社稷)에 깃든 쥐'다. 

성벽 의 작은 틈새를 차츰 넓혀 
제 굴로 만드는 여우와, 
사직의 건물 틈새를 파서 
그곳에 자리를 잡고 사는 쥐를 가리킨다.

옛 건축에서 
성(城)과 사(社)는 상징적이다.
 
전쟁이 빗발치듯 닥쳤던 땅에서 성벽이 지닌 의미는 매우 크다. 
죽느냐, 사느냐를 가르는 
생존의 문제와 관련이 있다. 

나라 또는 어느 집단의 
안보(安保)가 걸려 있는 곳이다.

따라서
아주 중요한 건축이다.

사(社)는 원래 
토지의 신(神)을 기리는 장소다. 

농업의 신을 모시는 직(稷)과 병렬해 
사직(社稷)으로 적을 때가 많다.
 
땅과 농업을 
국가의 근간으로 삼았던 
옛 왕조의 상징적 건축이다. 

나중에 이 말은 
국가의 크고 작은 일을 논하는
조정(朝廷)의 뜻으로 발전했다.
 
경복궁 서쪽의 지금 사직공원도
조선시대 사직이 있던 곳이었다.

따라서 성호(城狐)라고 하면
직접적으로는 
성벽에 구멍을 내고 사는 여우, 

비유로는 
임금 등 권력자의 곁에 붙어서
해악(害惡)을 미치는 존재라는 뜻이다. 

사서(社鼠) 역시 
함부로 손을 댈 수 없는 
국가의 상징 건축에 몰래 숨어든 이, 

나아가 임금 등에 빌붙어서 
나쁜 짓을 일삼는 사람을 뜻한다.

성벽이 부실했을 것이다. 

대한민국 성벽 안에는 
여우의 굴이 참 많았다는 느낌이다. 

능력이 턱없이 부족했던 
권력자의 눈과 귀를 차지해 
필설로 다 형용키 어려운 
조잡한 범죄와 비리를 저지른 여우가
우선 눈에 띈다.

부실한 대통령에게 직언은커녕
끊임없이 머리 조아리며 
눈치만 볼 줄 알았던, 
그래서 비리가 만연토록 방조한
청와대의 여우들도 마찬가지다.
 
나름대로 
화려한 학력과 이력을 다 갖춘 사람들로 봤으나 
본질은 성벽의 여우였다. 

사직에 숨어든 
쥐의 그림자도 겹친다. 

이들 여우와 쥐들로 인해 
성벽은 어느덧 무너지고 
나라 이미지는 쪼개졌다. 

우리는 왜 
이렇게 많은 여우와 쥐를 
키워냈던 것일까.

 * 필자 : 유광종(중국인문경영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