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등학교 제10회 동창회

한국어

글모음 2

정유석의 [정신건강에세이]

사할린 기행/정유석

2017.03.19 14:29

원방현 조회 수:64

‘사할린 기행’

 

 1890년 작가 체호프는 사할린 섬을 여행했다. 그는 몇 달에 걸쳐 마차, 기차 그리고 증기선을 이용하여 시베리아를 횡단했다. 


 이 기행문은 단순한 여행기나 문학 작품이 아니고 원래 학위 논문으로 작성한 것이다.

 

다윈이 갈라파고스 제도를 탐사한 후 ‘종의 기원’을 발표해 명성을 떨친 데서 자극을 받아 아무도 관심을 두지 않는 사할린 실상을 조사 연구하여 의학박사 학위를 받을 목적으로 논문을 작성하여 제출했다.

 

그러나 당시 러시아 의학계에서는 이것이 ‘의학적’이기보다는 ‘사회학적’ 논문이라고 해서 즉석에서 학위 수여를 거부했다.


 이 책은 작가가 시베리아와 사할린 섬 사이에 있는 타타르 해협을 ‘바이칼’이란 증기선을 타고 건너가 당시 사할린의 중심지였던 알렉산드로브스크에 도착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당시 사할린 섬에는 러시아 제국의 죄수, 그들의 가족, 형기 마친 자, 간수, 그리고 원주민 등 인구 10만 명이 살고 있었다.

 

외부로는 자급자족하는 듯 보였지만 실제로는 무능하고 부패한 관료주의 지배 하에서 사람들은 기근과 궁핍에 시달리면서 인간 이하의 생명을 유지함을 발견했다.


 사할린으로 가던 도중 쓴 편지에서도 러시아 사회상을 절실하게 적었다.

 

여행중 한 곳에서 가난한 농부 한 명이 바이올린 두 대를 몸에 매고 걸어가는 모습을 보고 추측한다.

 

“저 사람은 시베리아 혹한 속에서 얼어 죽겠지. 아무도 모르는 황량한 곳에서. 한 때 마을 사람들을 즐겁게 또 슬프게 해 주었던 바이올린과 함께”


 또 작가는 한 무리의 죄수들이 사슬에 묶여 뼈 속까지 시린 사할린으로 끌려가는 장면을 기술했다.

 

“그들에게 남은 것은 오직 보드카, 창녀, 더 많은 창녀, 더 많은 보드카뿐이다.

 

이런 세상에서 그들은 인간이 아니고 야수일 뿐이다.

 

내가 고용한 마부 표현을 빌린다면 이들이 섬에 도착하면 야수보다 훨씬 못한 처지가 될 것이다.”


 체호프는 사할린에서 자행되고 있는 여성 강제매춘, 채찍질, 횡령, 아동학대 등에 분개했다.

 

황량하고 추운 섬에서 생활여건은 열악했고 생활을 몹시 궁핍했다.

 

또 경악할만한 감옥의 참상을 구체적으로 기술했다.

 

이 섬에 있는 세 개 병원 기록을 통해 재소자들의 극히 높은 발병률과 사망률을 적었다.


 사할린 주민들은 속임수, 도박, 뇌물 그리고 남자에 비해 1/4밖에 되지 않는 여자들은 매음으로 목숨을 연명했다.

 

여자들은 대학을 나온 지식인이나 지체 높던 신분 출신이라 해도 매춘을 하는 데는 예외가 없었다.

 

“사할린의 여자들은 인간이 아니고 가축도 아니다. 아마 그 중간에 속할 것이다.”


 그는 극동에 간 김에 일본까지 방문하려 했지만 당시 일본에 콜레라가 유행해서 뜻을 이루지 못하고 싱가포르, 인도, 수에즈 운하를 통해 고향으로 돌아와 이 기행문을 집필했다. 


 체호프는 사할린의 참상은 동정심이나 구휼사업 만으로는 개선될 수 없으며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고 결론지었다.

 

러시아도 사할린을 더 이상 중세기 식으로 통치할 수는 없었다.

 

사할린 섬에 복역하는 종신 징역은 1899년에, 그리고 채찍질과 죄수 삭발은 1903년에 폐지되었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16 "정신건강에세이" '실패한 신‘ /의학박사 정유석 씀 이범상 2021.04.11 7
115 [정신건강 에세이]냇 터너의 노예 반란 -정유석 글- 이범상 2019.08.07 34
114 정유석의 정신건강 에세이 이범상 2018.07.04 79
113 [정신건강에세이]를 더 이상 올리지 못합니다 /정유석 이범상 2018.04.20 78
112 정신건강에쎄이/2018.4.3./정유석제공 원방현 2018.04.04 67
111 [정신건강 에세이] 음악가 구스타 말러/정유석 이범상 2018.02.16 65
110 [정신건강 에세이] 거슈인과 뇌종양 /정유석 글 이범상 2018.02.07 65
109 [정신건강에세이] / 정유석 이범상 2017.12.19 62
108 공황장애/정유석 제공 원방현 2017.11.22 70
107 [정신건강 에세이] 미국에서의 식인행위 /정유석 이범상 2017.11.02 95
106 바이런 경의 말년/정유석칼럼 file 원방현 2017.10.18 64
105 미국작가들의 주정증독/정유석 원방현 2017.09.27 64
104 카라바조의 생애/정유석 원방현 2017.08.30 63
103 사냥 남자와 동굴 여자/정유석 원방현 2017.08.02 75
102 냇 터너의 반란/정유석 제공 원방현 2017.07.26 63
101 종은 누구를 위해 울리나?/정유석 원방현 2017.04.03 67
100 Botox효과/정유석 원방현 2017.03.22 81
» 사할린 기행/정유석 원방현 2017.03.19 64
98 내 슬픈 창녀들의 추억/정유석제공 원방현 2017.03.04 70
97 고흐의 귀붕대 자화상/정유석 원방현 2017.02.15 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