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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은 누구를 위하여 울리나”

 

 영국 시인이며 성직자였던 존 던(John Donne)은 어려서부터 수많은 죽음을 경험했고 인생의 허무함을 느껴 우울증에 빠져든 적이 많았다.

 

어려서 목격한 아버지의 죽음, 캐톨릭 신부를 은닉한 혐의로 투옥되었다가 역병에 걸려 죽은 형. 그가 성 바울 성당에서 10년 간 봉직하고 있을 때 천연두가 세 번이나 돌았고 그 때마다 무고한 수 만 명의 시민들이 죽어 가는 비참한 광경을 목격했다.

 

죽음 말고도 그는 일생을 통해 경제적인 고통, 가족의 파괴, 종교적인 탄압 등 힘든 일들을 무수히 경험했다.

 

어린 시절에 만난 애인 앤과 결혼한 후 13 년간은 심한 궁핍에서 피할 수 없었다. 그런 때문인지 그는 자주 두통, 복통, 통풍을 앓았으며 심한 우울증을 경험했다. 


 “어떤 질병이 나를 공격해 온다 할지라도 나는 내 손아귀에 내 감옥의 열쇠를 쥐고 있다. 어떤 치료라 해도 내 심장에 칼로 꽂을 만큼 빨리 찾아오지는 못할 것이다.”

 

그는 피할 수 없는 고통을 피하는 수단으로 자신의 가슴을 칼로 찔러 자결하는 방도를 심각하게 고려한 듯하다.


 그는 앤과의 사랑이 방해를 받아 투옥되었을 때 자살을 기도한 바 있고 일생에 걸쳐 여러 번 심각하게 자살을 생각했으며 자살에 대한 정당성을 처음으로 영어로 기술한 시인이기도 하다.


 그의 작품들 중에는 죽음에 대해 거의 강박적일 정도로 자주 다루었다.

 

죽음은 54편의 가곡과 소네트 중 32편에서 주제로 나타난다.

 

그러나 일생을 통해 죽음에 항복하거나 좌절된 적은 없다.

 

그는 고통스러운 질환에서 회복되어 가는 도중에 자주 명상을 한 다음 그것을 기록으로 남겼다.


 다음은 그의 ‘명상록 17편’에 나오는 구절이다.


 “사람은 섬이 아니다.(No man is an island.) 그 자체로만 존재하지 않는다.

 

모든 인간은 대륙의 한 조각에 불과하며 대양의 한 부분에 지나지 않는다.

 

만일 유럽의 한 조각이 바다로 씻겨 내려가면 유럽 땅은 그만큼 작아질 것이며 바다로 향한 곶이 사라져도 마찬가지고 당신이나 친구들의 영지(嶺地)가 그렇게 되어도 마찬가지다.

 

어느 누가 죽어도 내 존재는 감소된다. 나는 인류에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럼으로 종이 울려도 사람을 보내 알려하지 말라.

 

종은 누구를 위하여 울리나.

(For whom the bell tolls),

 

종은 바로 그대를 위해 울린다.

(It tolls for thee)”.


 헤밍웨이의 장편 ‘종은 누구를 울리나’의 제목은 존 던의 이 명상록에서 인용했다.

 

그 답이 “종은 바로 당신을 위해 울린다.”란 것까지 아는 분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사람은 섬이 아니다”란 구절이 바로 이 시에서 인용된 것을 필자는 몰랐었다.

 

그저 중학교 시절 캠프에 가서 영어로 노래하면서 익힌 정도였다.

 

과거에 사람은 혼자 살 수 없다는 것, 고독은 우울병이 아니나 불편하다는 것, 노년기의 고독을 사회가 관심을 두어야 한다는 것 등에 대해 글을 쓰면서 부끄럽게도 이 구절을 출처도 모른 채 이용했고 제목으로도 사용했다. 

 


 이 시는 지금 시절에도 큰 감동을 준다. 지금 이 칼럼을 읽는 독자들에게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우리 모두 21세기에 죽는다는 점이다. 이전에 사망한 독자들도 더러 있겠지만 그들은 이미 유명을 달리했다.

 

아주 어린이라면 22세기까지 살 수 있으나 그들이 이 글을 읽기에는 너무 어리다. 


 우리는 인류의 장구한 역사에서 작은 한 부분을 공유하며 같이 살아가고 있는 처지다.

 

신문의 부고 난을 보면 우리 동시대 사람들이 한 분씩 퇴장하는 느낌이 든다. 그들 대부분이 일면식이 없는 분들인데도.


 나는 한 인류에 속했음으로 누가 죽어도 내 존재도 점차 감소한다.

 

이라크에서 무고하게 죽어 가는 민간인들이나 북한이나 아프리카에서 굶어죽는 어린이들도 결코 남의 이야기라고만 치부할 수 없다. 


 땅 한 조각이 씻겨도 유럽의 한 부분을 잃는 것으로 느낀다면 지구 온난화로 인해 그린란드의 빙하가 녹아내려도 나와 전혀 상관없는 일이 아니다.


 시인 존 던은 그 오래 전 시절에 이미 죽음의 공포나 자살의 유혹을 극복하면서 인류의 유대감과 상호 책임감, 만인 박애사상 등을 주창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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