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등학교 제10회 동창회

한국어

글모음 2

평범하면서도 
아주소중한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 일송 -

몇해 전 한 친구와 이야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때는 그 친구가 
부인과 사별을 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때였습니다.
그 친구가 이야길 해주더군요.

부인의 물건들을 정리하다가 
실크스카프 한 장을 발견했다고 합니다. 
그건 그들이 뉴욕을 여행하던 중에 
유명 매장에서 구입한 것이었답니다.

아주 아름답고 비싼 스카프여서 
애지중지하며 차마 쓰지를 못 한 채 
특별한 날만을 기다렸답니다.

친구는 이야기를 여기까지 하고 말을 멈추었습니다.
저도 아무말을 하지 못했습니다.
잠시 후 친구가 말하더군요.

"절대로 소중한 것을 아껴두었다가 
특별한 날에 쓰려고 하지마. 
네가 살아있는 매일매일이 특별한 날들이야"

그날 이후 그 이야기를 생각할 때마다...
주변의 일을 놓아둔 채 
소설을 한 권 꺼내들고 음악을 틀어놓고
나만의 시간을 놓치지 않으려 했답니다.

창가에 쌓인 먼지만 쳐다보는 것이 아니라...
강가의 풍경을 바라보기 시작했고,
집에서 밥을 하건말건 부인을 끌고 나가 외식을 했답니다.

생활은 우리의 소중한 경험이지 지
나간 날들의 후회가 되어서는 안됩니다.

이 이야기를 아는분에게 들려 주었고...
후에 다시 뵈었을 때 
그 분의 생활이 더이상 예전같지는 않다고 하시더군요.

아름다운 도자기 잔들이 
장식장 안에서 식탁 위로 올라왔답니다.
나중에 아주 특별할 때 쓰려 했던 것인데, 
그 날이 오지 않는다는 것을 아셨답니다.

'앞으로’ '언젠가’는 
더이상 제 사전에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무슨 즐거운 일이 생기거나 
기분좋은 일이 생기면 바로 그때가 좋은 것이지요.

우리는 종종 옛 친구들과 만나려할 때
‘다음 기회에’ 라는 말을 하곤 합니다.

그리고 다 큰 아이들을 안아주려고만 하고 
기회를 주려 할 줄 모릅니다.

매일 아침 우리가 눈뜰 때마다 
오늘이 바로 특별한 날이다' 
라고 스스로 말해야 합니다.

매일, 매시간 
모두 그렇게 소중한 것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