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요 임금과 왕비/박관영 제공

2017.09.22 22:53

원방현 조회 수:15

<요 임금과 왕비>
               

                   - 박관영 제공 -

 

 고대 중국 역사 상

가장 살기 좋은 태평 성대를 구가했다는 요순 시대(堯舜時代)의 이야기이다.

 

 요 임금이 민정 시찰을 나갔다.

 만 백성이 길 가에 부복하여 왕의 행렬에 마음으로 박수를 보내고 
왕에게 무한한 존경과 복종의 뜻을 보였다.

 

 그런데 한 곳에서 기 현상이 발생했다.

 

 길 가 뽕 밭에서 뽕을 따는 처녀가 왕 에게 부복은 고사하고, 
왕을 한 번도 돌아보지도 않고 열심히 뽕 만 따고 있는 게 아닌가?

 

 한 마디로 왕의 권위 따윈 알 바 없다는, 일종의 배반 행위였다.

 

 "어가를 멈춰라” 

 

 왕 명에 따라

천지를 흔들던 악대도 음악을 중단하고, 화려한 행렬이 제자리에 섰다.

 

 "어떤 놈이라고 생각하는가?"

 

 왕 이 묻자 친위대장이,

"촌 구석의 뽕 따는 무식한 처녀인 줄 아뢰옵니다. 

 

소신이 가서 확인을 하고 오겠습니다."

 

 왕의 눈에는

처녀의 자태가 너무나 아름다워

거의 환상적이었다.

 

 선녀가 아니고선 어떻게 저리도 곱고 매혹적일 수가  있단 말인가?

 

 그렇게 생각이 든 왕은

"아니다.

내 좀 걷고 싶던 차에 잘 됐다.”

 

 왕이 직접 뽕 따는 처녀에게로 위풍 당당하게 걸어갔다.

 

 가까이 왕이 왔는데도 처녀는 돌아보지도 않고 뽕 만 따고 있었다.

 

 왕은 은근히 자존심이 상했다.

 "너는 나의 백성이 아니란 말이냐? 왕이 너를 찾아왔다.”

 

 그 때서야 이 처녀는 몸을 돌려 정중히 목례를 했는데, 
그 순간에 왕은 크게 실망을 하고 말았다.

 

 아무리 권문 세가의 영애라도 왕이 손만 잡으면 왕의 것인데,
이 여인은 통 그러고 싶질 않았다.

 

 왜냐하면 처녀의 얼굴에  보기에도 민망한 혹이 달려 있었기 때문이다. 

 

왕은 슬그머니 객기가  발동했다.

 

 "그래, 만 백성이 짐을 우러러 경의를 표하며 땅에 부복하여 순종의 뜻을 보이거늘 

 

너는 어쩐 연고로 부복은 고사하고 아예 오불관언(吾不關焉) 한단 말이냐?”

 

 그러자 이 뽕 녀의 입에서 참으로 아름답고 당당한 음성이 흘러 나왔다.

 

普天之下 보천지하
莫非王土 막비왕토 
莫非王臣 막비왕신 
東西南北 동서남북 
無思不服 무사불복

 

 "하늘 아래 왕의 땅이 아닌 곳이 없고, 
땅 끝까지 왕의 신하 아닌 자가 없습니다. 

 

 어지신 왕에겐 동서남북의 어느 백성이고 심복치 않은 자가  없습니다."

 

 "만백성의 어버이에게 부복하는 일만이 경의가 아니고, 

 

부모의 뜻에 따라 소임에 충실함이 더 충성스러운 일이 아니겠사옵니까?"

 

 그말을 듣고 왕이 물었다.

 "부모가 뭣이 그리 대단해?"

 

孝卽                     효즉 
萬行之本       만행지본
惠我無疆        혜아무강 
子孫保之        자손보지 
百善爲孝先 백선위효선

 

 "효는 만행의 근본이며,

모든 선행 중에서 으뜸인데 은혜가 무한하여, 

 

자손은 영구히 받들어야 하고, 

군왕이 마땅히 그 모범을 보이셔야 하거늘, 

어찌 이를 탓하려 하시옵니까?"

 

 왕은 감탄하여 절로 미소가 피어 올랐다.

 

 "요것 봐라. 날 가르치고 있다. 

햐! 
고것 참 기이하구나! 하하하..."

 

 왕은 첫번 째 질문에서 크게 감탄하여 두번 째 질문을 하기로 했다.

 

 "넌 헌데, 
얼굴에 혹이 달려 챙피하지 않으냐?”

 

 그러자 처녀가 대답하길 

 

"신체 발부는 하늘이 부모님을 통해 주신 은사이오며, 

하늘의 뜻은 삼라 만상을 다스리는 것이온데, 

어버이신 왕께서 어쩐 연고로 소녀의 생김새를 조롱하시옵니까?"

 

 以人治人 이인치인

"인간의 도로써 인간을 다스려야 하고.

외양보다는 내면의 진실을 존중해야 하는 줄 아옵니다.”

 

 왕은 처녀의 말에 더욱 놀라 

"신하 중에 이런 어질고 현명한 신하가 
많았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생각했다.

 

 왕은 그래서 내친 김에 엉뚱하게 서슴없이 말했다.

 

 "너를 내 왕비로 삼고 싶다. 
오늘 날 따라 왕궁으로 가겠느냐?”

 뽕 녀는 조용히, 그러나 단호하게 말했다.

 

 "백성들에게, 
학문 보다는 예를 먼저 가르치셔야 하고, 

재리 보다는 도리를 먼저 가르치시는 것이 군왕의 도라고 생각하옵니다.

 

 만약 대왕께서 그럴 뜻이 있으시면 나라의 질서를 지키고, 

 

예도를 가르치시기 위해 당연히 먼저 저의 양친의 동의를 구한 다음 혼서를 보내시고

 

 예법이 정한 바에 따라 가장 모범이 되는 절차를 준행함이 마땅한 줄 아온데 

 

어이하여 소녀를 노상 납치하려 하시옵니까?”

 

 처녀의 말을 듣고

왕은 크게 감탄했다.

 

 실로 말 씨름에서 왕이 패한 기분이 들 정도라 어안이 벙벙했다.

 

 "이 넓은 하늘 아래 누가 감히 왕인 나에게 저렇게 의롭고 유식한 도리를 당당하게 말해 줄 수 있단 말인가?

 

 그런 의인이 내 곁에 있다면 얼마나 좋을꼬?"

 

心入人也 심입인야 
如時雨之潤 여시우지윤

 

 여인에게 빠져듦이 마치 때를 맞춰 내리는 단비 처럼 메마른 대지를 적심 같도다.

 

 이 노변의 삼문(三問)이야 말로 요 임금이 한,

민정 시찰의 가장 큰 성과가 될 줄은 아무도 몰랐다.

 

 왕은 예법에 따라 처녀의 집에 청혼을 하고 혼서를 보냈다.

 

 만 백성이 우러러 경축하는 결혼 일에 왕비의 가마가 왕궁에 도달하던 날, 

 

수많은 신하들과 궁녀들이 흥분하며

 "왕비가 얼마나 대단한 미인일까?" 
궁금증이 불 타 올랐다.

 

 그런데 막상 가마의 문이 열리자 
내린 왕비를 첨 본 궁녀들의 입가에 조소의 미소가 피어 올랐고, 

그 조소의 미소가 파문을 일으키고 있었다.

 

 그러나 가마에서 내린 왕비는 
무수한 시종들 앞에서 팔을 둥둥 
걷어올리고 
주방으로 걸어 들어갔다.

 

 그러자 궁녀들이 더욱 비웃었지만 왕비는

 

 "난 왕의 아내다. 
내 손으로 남편에게 진지를 해드리는 게 도리다. 
저리 비켜라.”

 

 그렇게

왕의 수라 상을 준비한 다음에

사치스러운  궁녀들의 복장과 
경박한 행동을 지적하여 호령했다.

 

 "오늘부턴 백성들 보다 사치하는 자는 그냥 두지 않겠다.

 

 농어촌의 선량한 부인들 보다 잘 먹거나 더 게으른 자는 용서하지 않겠다.

 

 백성들의 어버이신 왕을 섬기는 자들이 백성들 보다 예와 도리가 모자라면 

 

어떻게 왕께서 바른 정치를 하실 수 있단 말이냐?”

 

 왕비의 엄숙하고 단호한 질책을 받은 궁녀들의 비웃던 입이,

모조리 놀란 조개 처럼 굳게 다물어 졌다. 

 

 그 날부터,

나라의 질서와 도덕이 하루가 다르게 바로 서고 꽃 피기 시작했다. 

 

당장 궁중이 달라지고 대신들이 달라졌다.

 

 공직자가 달라지니 백성이 금새 달라져 나라엔 도둑이 없어지고, 

세상 인심이 어딜 가나 풍요로워 졌다.

 

 그리하여 이 위대한 여인이 요순 시대의 태평 성대를 창조하는 불가사의의 기적을 낳았다.

 

 왕으로부터 촌부까지 백성은 하나 같이 바른 사고와 예의를 지켜

온 천지가 높은 수준의 도덕 사회를 이루었다.

 

 먼 훗날 왕비가 죽자

온 나라의 백성들과 왕은 크게 목 놓아 대성 통곡 했다고 한다.

 

 어린 아이에서부터 호호 백발의 노인들까지...

 

 높은 신하에서부터 저 눈 먼 땅의 무지한 노동자까지 모든 백성이 땅을 치며 울었다는 것이다.

 

 왕비의 은덕을 높이 기리고 사모하는 백성들 중엔 
그 녀의 서거 소식에 너무 충격을 받아

 

 쓰러지거나 식음을 폐하고 애도하는 자가 부지기수라 했다.

 

 위의 고대 설화를 읽으면서 
지금 우리들의 현실은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는가요.....?!

 

좋은 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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