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등학교 제10회 동창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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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석의 [정신건강에세이]

칼럼 정유석의 정신건강 에세이

2018.07.04 05:39

이범상 조회 수:79

첫사랑과의 재결합

19세기에 크게 명성을 날린 영국 작가 찰스 디킨스는 가난했던 젊은 시절 서기로 일을 했을 때 한 처녀를 만나 사랑에 빠졌다. 그러나 그녀의 아버지는 그들의 만남을 허가하지 않았다. 그는 딸을 다른 지역의 기숙학교에 입학시켜 젊은 남녀를 강제로 떼어버렸다. 디킨스는 다른 여성을 만나 결혼하여 가정을 이루었지만 행복하지 않았다. 그는 첫사랑에 대한 애착을 작품을 통해 기술했다. 훗날 그녀는 디킨슨에게 편지를 해서 그들을 재결합했다. 수십 년 만에 만난 그녀는 체중이 불어 육체적인 매력은 상실했지만.
이와 같은 경우는 우리 주위에서도 본다. 영옥 씨는 젊은 날 유학하여 대학생 시절에 치과전문원에 다니는 미국 남자와 사귀었다. 마침내 그들은 결혼해서 두 아이를 얻었다. 남편도 의사가 되어 개업에 성공하여 이름을 날리며 돈도 많이 벌었다. 시내에 값비싼 저택을 마련해서 남들의 부러움을 샀고 아이들도 잘 자라 동부에 있는 대학으로 진학했다.
그런데 10여 년 전 인터넷이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초 중 고등학교 동창을 찾는 프로그램이 유행했었다. 무심코 이 사이트에 발을 들인 남편은 어린 시절 사귀던 첫사랑의 여인을 찾아내었다. 그는 즉시 그녀에게 연락을 취했고 아내에게는 출장을 핑계 삼아 그녀가 사는 곳을 찾아가 서로 만났다. 그녀가 결혼했는지 이혼했는지 혹은 남편과 사별했는지는 모른다. 헤어진 지 이십여 년이 지난 그녀의 몸매에서는 과거의 미모가 사라진지 이미 오래되었고 체중이 늘어 뚱뚱해진데다가 당뇨병까지 앓고 있었다. 그러나 그들의 사랑은 다시 뜨겁게 타올랐다. 처자나 가정. 사회적인 지위를 버리고 잘 나가던 개업조차 문을 닫은 다음 그는 첫사랑과 결혼했으며 그 부부는 해외에서 보금자리를 틀었다.
이런 현상은 어떻게 설명해야 될까.
수십 년 전에 헤어졌다 다시 만난 사람들은 상대방의 외모에는 별로 관심이 없다. 그러나 그 동안 억압해왔던 상대방에 대한 그리움이나 성적 욕구는 강렬하게 타 오른다. 이런 커플들은 궁극적으로 1/3이 결혼으로 재결합한다.
어린 시절에 첫사랑이 없던 사람은 드물다. 그러나 이 글에서 언급한 사람들은 단지 ‘희미한 첫사랑의 그림자’나 읊는 일반인이 아니라 상대방을 적극적으로 찾은 사람들이다. 오해하지 말기 바란다.
고등학교 시절이면 남녀 모두 성적으로는 성숙단계에 들어선다. 그러나 정신적으로는 남자보다 여자가 훨씬 성숙하다. 그래서 여자는 남자를 짝으로 받아들일 태세가 되어있는데 남자는 결심을 못하든가 자꾸 한눈을 팔기도 한다. 또는 다른 지역에 있는 대학으로 진학하는가 하면 군대에 입대하기도 한다. 이런 커플은 서로 싸우고 다퉈서 헤어진 경우가 없다. 기다리다가 지친 여자가 남자를 차버린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청소년기에 형성된 사랑은 그 의미가 특별하다. 그들은 보통 같은 지역에서 살면서 만난다. 가족끼리 알고 지내는 수도 많다. 그들은 애인이지만 가까이 사는 친구였고 같은 흥미를 갖았으며 일종의 동료의식을 지녔다. 나중에 파티에서 만났든가 친구의 소개로 사귀어 결혼한 이성은 그렇지 않다. 그래서 첫 애인을 다시 만났을 때 느끼는 감정은 무엇보다도 ‘아늑함’이나 ‘단짝 친구’같은 느낌이다. 그래서 이들이 한번 다시 만나면 서로 수천마일 떨어져 있으면서도 열심히 e-메일을 주고받고 빈번히 전화를 걸어 전화 값을 올리며 비행기를 타고 서로 방문하는 등 비용이 적지 않게 든다. 아직 결혼중인 경우가 많아서 각자 배우자들에게는 비밀을 지켜야 하니까 그들은 ‘위험을 감수’하는 종류의 사람들이다. 물론 현재의 결혼을 유지하기 위해 관계를 끊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이들이 첫사랑과 다시 만나는 것은 우연히 바람피우는 것과는 아주 다르다. 첫 만남부터 아주 심각한 관계에 들어가는 것이다.
이렇게 재결합한 커플은 이혼하는 율이 2%에 불과하다. 주위의 친지들이 그들을 미친 사람 취급을 하고 사람들이 이상하게 바라보아도 그들의 유대는 아주 강하다. 앞으로는 한 번 잃었던 상대방을 절대로 놓치지 않겠다는 결연한 태도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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