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등학교 제10회 동창회

한국어

글모음 2

김세신 시조

고시조감상 ㅡ 001/김세신

2015.03.07 14:37

원방현 조회 수:543

고시조감상.

 

흔히 시조는 고풍이 풍기는 옛것으로 선입견을 가지기도 하나,

오늘날에도 얼마든지 곱고 아름다운 문학의 한 장르로서의 작품이

계속 새로이 탄생되고 있는 게 또한 시조이기도 하다.

 

여러 형태의 시조를 접하다 보면,

고시조(古時調)는

자연, 사랑, 시대상황, 동식물의 생활상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순수하게 서정적으로 읊어진 반면,

 

오늘날의 시조로는

가끔 흔히 갓 쓰고 자전거 탄다거나 실크햇 쓰고 연(輦) 타고 가는 것처럼

운율에만 맞추는 형식의 어딘가 부자연스러운 경우를 목격하게 한다.

 

그런 점에서 고시조의 상징적인 표현력에 더 집착이 가는 한 편,

특히 고시조에 더욱 깊은 애착을 느끼게 하는 이유가 내게는 더 있다.

 

나는 이미 네 살 때부터 한글을 익히기 시작했는데

그 글의 원천이 되고 자양(滋養)이 되었으며,

이후 나의 지능형성 등 정서적 개발에 깊숙이 영향을 미친 것이

바로 이 시조라고 믿기 때문이다.

 

고시조에서도 평시조(平時調)가

그 품격(品格) 면에서나 문학성(文學性)에서 가사조(歌詞調)가 아닌

시문(詩文)으로서 더욱 가치가 있다고 믿는다.

 

이는 오로지 내가 가장 존경하고 가신 지 어언 30여 년이 흐른 지금도

가장 애처롭게 보고 싶고 생각나는 분이신 어머님이

내게 남기신 조그만 문학적 기질(氣質)(?)이라면 믿어질까?

 

또한 어머니 따라

어른들 사이에 섞여 "시조놀이(歌鬪)"를 하던 아련한 추억도

아직 기억에 생생하다.

 

나의 어머니는 자애롭고 영민하신 분으로

성격도 내가 이어받았다고 나는 믿고 싶은 분이다.

 

이에 어려서부터 내가 익혀왔던

고시조(평시조 중심) 200여 수(首) 가운데

100 수를 매일 시간 나는 대로

한 수씩 가까운 친구 · 친지와 함께 즐겨 보고자 한다.

.............................................................................................................................................

 

고시조감상 ㅡ 001

 

빈천을 팔자하고 부귀문에 들어서니

침 없는 흥정을 뉘 먼저 하자하리

강산과 풍월을 달라 하니 그는 그리 못 하리라

 

이 작품은 玄谷 또는 素翁이라 아호를 가진

趙韓緯(1558-1649)의 作으로,

빈한함과 곤궁을 면하기 위하여 부유귀족층과 교류하고자,

 

즉 요사이 말로

소위 고위층과 교류하고자 하는 판세에 영합하고자 나서 보지만,

 

본래 요령 없고

그렇다고 별난 재주 없으며 끈 없는 처지에

무슨 수로 처음부터 환영을 받을 것인가!

 

침 없는, 즉 말재주도 없는 처지에

무턱대고 나를 알아 달라고 덤비니

그 누가 또한 탐탁시 여기겠는가 하는

현상을 읊은 것이라 할 것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