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3.17 13:24
고시조감상 ㅡ 033.
사랑이 어떻더냐 둥그더냐 모지더냐
길더냐 쩌르더냐 밟고나마 자일러라
(겪고 난 후 안 것들을 자세히 말하여라)
하그리(그처럼) 긴 줄을 모르되 끝 간 데(그 끝)를 몰라라.
이명한(李明漢, 1595 ㅡ 1643) 작.
이명한의 字는 天章,
號는 白洲로, 延安 사람.
조선 조 중기의 文章家로 이름을 떨쳤으며,
李适의 亂 때 八道에 보내는 왕의 敎書를 지어
文名을 날렸다.
후에 禮曹 · 工曹判書를 지냄.
諡號는 文靖.
문집으로는 白洲集이 있음.
사랑이란 어떤 것인가,
겪어 아는 대로 말해 보아라.
즉 구석구석 잘은 모르겠으되,
그처럼 단순히 둥글거나 모난 것
또는 길거나 짧은 것이라고 간단히 말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닌 것만은 분명하니,
그 무궁무진하고 끝이 없는 것을
겪어 알게 된 것들을 통하여 자세히 고하고,
그 정체를 밝혀 보라는 내용의 작품이다.
소위 사랑타령이라고 가볍게 웃어넘길 수도 있겠으나,
그 옛 시대의 문장가로서 유명한 文士가
이처럼 재미있게
그 謹嚴한 시대임에도 불구하고
사랑문제(주로 남녀 간 애정문제를 다룬다는 전제 하에서)를
가지고 詩作을 하였다는 점에서
다시 한 번
그의 浪漫的 性稟을 재인식할 수 있지 아니한가.
이명한의 또 다른 작품을 하나 더 본다.
울며 잡은 소매 떨치고(뿌리 치고) 가지 마소
草原長程(가도 가도 끝이 안 보이는 들판, 먼 길)에
해 다 저 물었네
客窓에 殘燈 돋우고(잠 안 와서 전전반칙하며)
새워(날을 뜬 눈으로 밝혀)보며 알리라.
울며 섭섭해 하며 가지 말고
붙잡을 때 제발 뿌리치고 가지 마 십시오.
가도 가도 끝없는 먼 길
가다가 途中에 해 저물어서
旅宿에서 잠 못 이루고 뒤척이다가
애꿎은 등잔심지만 만지작거리다
외롭고 착잡하며,
떠난 것 이 뒤늦게 후회스러운 심사를 삭이면서
날을 새워보면
그 때 비로소
자기의 잘못을 깨닫게 될 것이란 내용의 작품이다.
이러한 경우를
사랑문제만으로 풀이할 수도 있고,
또 다른 시각에서
진정으로 상대방에 대한 배려에서
어려운 문제를 풀어 가도록 설득하게 되는 경우
사람의 진심을 믿지 않고 고집 부리다가 뒤늦게 알고는
후회해도 소용없게 되는 것을 종종 보게 되는 때에도
이를 비유해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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