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3.18 15:13
고시조감상 ㅡ 037.
북천(北天)이 맑다커늘(맑다 하여) 우장(雨裝) 없이 길을 나니
산에는 눈이 오고 들에는 찬 비(寒雨)로다
오늘은 찬 비 맞았으니 얼어잘까 하노라.
임 제(林 悌, 1549 ㅡ 1587) 작.
號는 白湖 또는 謙齋.
조선조 宣祖 때의 作家 ·
文章家로, 매일 一千의 말을 암송하고,
특히 詩才에 能하였다 하며, 39歲에 夭折함.
북쪽 하늘이 맑으면 비가 올 리 없다고 하기에
그 말만 믿고 아무런 우장도 갖춤이 없이 길을 나섰는데,
산에는 눈이요 들에는 찬 비(寒雨)까지 내려서
아주 난처하게 되었구나.
어쩌겠는가, 오늘은 찬비를 맞았으니(또는 만났으니)
춥게 얼어서 자는 수밖에 없겠구나.
이 작품은,
임백호가 뛰어난 문장력으로써 그 글의 流麗美의 점에서도 壓卷이려니와
그 은근한 象徵的인 表現力으로 상대방의 意向을 떠본 것이란 점에서
또한 逸品이라 할 것이다.
이에 대하여
對句的인 答詩 형식의 멋진 작품을 여기에 함께 소개한다.
어이 얼어 자리 무삼일(무슨 일로, 무엇 때문에) 얼어 자리
鴛鸯枕 · 翡翆衾을 어듸 두고 얼어 자리
오늘은 찬 비(寒雨) 맞았으니 녹아 잘까 하노라(더욱 따뜻하게 녹아서 자리라).
한우(寒雨, 생몰 년대 미상) 작.
한우는 字이며,
조선시대 妓生임.
이 작품은,
위의 임백호의 너스레를 떠는 '얼어서 춥게 자겠다'는 의사표현에 대하여
기생의 입장에서 손님에 대한 공손함과 아울러
당연히 잘 모시겠다는 뜻을 표현했다고 하더라도,
때마침 손님도 은근하게 접근해 옴으로,
기생 자신도 자신의 字를 이용하여 멋진 答詩로 대응했다고 보인다.
즉, 찬 비를 뒤집어써서 맞든,
찬 비란 뜻(寒雨)을 만나서 맞든,
묘하고 아름다운 한 구절의 멋진 詩를 탄생시킨 것만은
틀림없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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