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등학교 제10회 동창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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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모음 2

김세신 시조

고시조감상 ㅡ 056/김세신

2015.03.26 19:39

원방현 조회 수:281

고시조감상 ㅡ 056.

 

길 위에 두 돌부처 벗고 굶고 마조(마주 바라보고)서서

바람비 눈서리를 맞도록(맞을 만큼) 맞을망정(맞았을 지언정)

平生에 離別數 없으니 그를 불워(부러워)하노라.

 

정철(鄭澈, 1536 ㅡ1593) 작.

號는 松江.

조선조 宣祖 때의 정치가, 詩人.

벼슬로는 禮曹判書 · 大司諫 등을 지냈고,

정치적으로는 西人의 首長으로서 黨爭에 몸을 던져

波瀾萬丈한 曲折을 겪었음.

 

한편 詩歌에 能하여

松江歌辭를 비롯한 훌륭한 時調作品도 남겨

우리 國文學史에 金字塔을 세웠음.

 

길 가에 우뚝 서있는 두 돌부처는

평생 헐벗고 서서

만고풍상 다 겪으면서 마주보고 서 있지만,

 

이들보다도 못하게 우리 인생은

會者定離의 理致에 충실하게도

함께 그들처럼 偕老하지 못 할 처지이니,

 

평생 離別數 없는 돌부처

(돌로 만든 부처님의 像이자

마침 "夫妻"이기도 한 점을 이용하여

교묘하게 韻律에 맞추었다는 점이 돋보인다고 하겠다)가

매우 부러운 대상이라는 심정을 나타내고 있다.

 

하나 덧붙일 것은

생활의 넉넉하고 여부는 문제가 안 된다고 본 점이다.

 

가난한 가운데도 행복이 있고,

부유함이 반드시 행복의 척도가 될 수 없다는 생각도

함께 잘 표현하고 있다고 하겠다.

 

생각해 보면,

돌부처는 평생을 그대로 움직임이나

이별수 없이 그 자리에 固定돼 있으나,

 

우리 人生事에는 다정하던 사이에서도

언제 뜻하지 않은 어떤 변화가 있을 지를

예측할 수 없지 아니한가.

 

이렇게 볼 때

변함없이 다정히 서로 사이좋게 서 있는 돌부처가

오히려 부러운 대상이라는 비유를 사용한 점이

돋보인다고 하겠다.


현대처럼 결혼에 기초한 가정의 윤리가 파괴되고

결혼생활의 가치가 輕視되는 심각한 상황을 맞고 보면,

더욱 더

위 작품의 진실성이 심각하게 받아들여진다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