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3.26 19:39
고시조감상 ㅡ 056.
길 위에 두 돌부처 벗고 굶고 마조(마주 바라보고)서서
바람비 눈서리를 맞도록(맞을 만큼) 맞을망정(맞았을 지언정)
平生에 離別數 없으니 그를 불워(부러워)하노라.
정철(鄭澈, 1536 ㅡ1593) 작.
號는 松江.
조선조 宣祖 때의 정치가, 詩人.
벼슬로는 禮曹判書 · 大司諫 등을 지냈고,
정치적으로는 西人의 首長으로서 黨爭에 몸을 던져
波瀾萬丈한 曲折을 겪었음.
한편 詩歌에 能하여
松江歌辭를 비롯한 훌륭한 時調作品도 남겨
우리 國文學史에 金字塔을 세웠음.
길 가에 우뚝 서있는 두 돌부처는
평생 헐벗고 서서
만고풍상 다 겪으면서 마주보고 서 있지만,
이들보다도 못하게 우리 인생은
會者定離의 理致에 충실하게도
함께 그들처럼 偕老하지 못 할 처지이니,
평생 離別數 없는 돌부처
(돌로 만든 부처님의 像이자
마침 "夫妻"이기도 한 점을 이용하여
교묘하게 韻律에 맞추었다는 점이 돋보인다고 하겠다)가
매우 부러운 대상이라는 심정을 나타내고 있다.
하나 덧붙일 것은
생활의 넉넉하고 여부는 문제가 안 된다고 본 점이다.
가난한 가운데도 행복이 있고,
부유함이 반드시 행복의 척도가 될 수 없다는 생각도
함께 잘 표현하고 있다고 하겠다.
생각해 보면,
돌부처는 평생을 그대로 움직임이나
이별수 없이 그 자리에 固定돼 있으나,
우리 人生事에는 다정하던 사이에서도
언제 뜻하지 않은 어떤 변화가 있을 지를
예측할 수 없지 아니한가.
이렇게 볼 때
변함없이 다정히 서로 사이좋게 서 있는 돌부처가
오히려 부러운 대상이라는 비유를 사용한 점이
돋보인다고 하겠다.
현대처럼 결혼에 기초한 가정의 윤리가 파괴되고
결혼생활의 가치가 輕視되는 심각한 상황을 맞고 보면,
더욱 더
위 작품의 진실성이 심각하게 받아들여진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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