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리아드> (Iliad)와 <오디세이> (Odyssey)의 저자인 호머(Homer, 원어로 Homerus)는 기원 전 8세기 경에 그리스에서 활약한 방랑 음유시인이었다. 서양 문학의 시조라고 불리운다.
호머에 관한 기록이 별로 남아 있지 않다. 그래서 학자들 간에 의견이 분분하다. 터키에서 태어나 여행을 많이 했으며 그리스에서 죽었다고 한다. 장님이었으리라고도 한다. 또 가상 인물이라고도 한다. 세익스피어의 경우와도 비슷한 것이, 세익스피어도 기록이 별로라 그를 가상 인물이라고 주장하고도 있는 것이다.
호머는 수 백년 동안 입에서 입으로 전해 내려오던 이야기를 잘 정리해서 글로 적어 놓았으니, <일리아드> 와 <오디세이> 라는 장편 서사시이다. 서사시(敍事詩, epic)란 전설적 인물이나 역사적 영웅들의 이야기를 시의 형태로 기술한 것이다.
<일리아드>는 기원 전 12세기 경에 그리스 동맹국이 터키에 있는 트로이(Troy)로 쳐들어가 싸운 이야기이고, 전쟁이 끝난 후에 오디세우스(Odysseus) 왕이 이타카(Ithaca) 본국으로 돌아가는 이야기가 <오디세이>이다.
트로이 전쟁(Trojan War)은 정말 일어났을까?
수 세기 동안 트로이 전쟁은 전설이었으리라고 믿어 왔다. 그런데 19세기 말에 독일 고고학자 슐리만(Heinrich Schliemann, 1822-90)이 트로이의 폐허를 찾아냈다고 했다. 터키의 북서쪽, 해변가에서 수십 마일 들어선 곳으로, 주위가 서사시에서 기술한 바와 같았다. 한 지층에서는 화재와 파괴, 약탈의 흔적이 뚜렸하게 나타났다. 그리스의 미케네(Mycenae)에서는 아가멤논의 금으로 된 마스크와 클라이템네스트라의 무덤을 찾아냈다.
대부분의 학자들은 슐리만이 발견한 곳이 트로이라는 데는 동의하지만, 아직도 많은 학자들이 트로이 전쟁이 정말 있었으리라는 데는 회의적이다.
슐리만은 8살의 어린 나이에 아동 판 <일리아드>와 <오디세이>를 읽고 트로이를 찾아내겠다는 꿈을 키웠다. 집이 망하는 바람에 대학교에 들어가지 못해서 고고학을 제대로 배우지 못했지만 15개 국 언어에 정통했다. 그의 말에 의하면 외국어를 6주 동안 배우면 일기를 쓸 수 있었다고 했다. 사업가로 돈을 많이 벌고 36세에 은퇴하여 온 재산과 정열을 고적 발굴에 바쳤다.
그의 공적을 비난하는 고고학자도 많았다. 고고학을 제대로 배우지 못해서 발굴 과정이 억망이었고 발굴 기록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고 했다. 튼튼한 트로이 성을 무너뜨린 것은 그리스 동맹군이 아니고 슐리만이었다는 말까지 나왔다. 반면에, 슐리만의 발굴을 현재의 발굴 방법에 비교하니까 비난의 대상이 되지만 그 당시로는 최선의 방법이었다고 두둔하는 학자도 있었다.
<일리아드> 는 15,693줄, <오디세이> 는 12,110줄로 되어 있는데, 모든 줄들이 강약약육보(強弱弱六歩, dactylic hexameter) 형태로 되어 있다. 이 형태를 한 예를 들어 설명해 보면: 흰나비 / 나비야 / 나비야 / 이리로 / 날라서 / 오너라.
세 음이 한 다리가 되는데, 삼박자 왈츠 처럼 첫 음(흰)은 강하고 둘째와 셋째 음(나비)은 약하다. 여섯 다리가 모여 한 줄이 된다. 그러니까 ‘강약약’ 이 여섯번 반복이 되어 18음으로 한 줄이 되는 것이다.
또 줄들이 각운(脚韻, rhyme)을 이루고 있다. 일리아드의 맨 처음 네 줄을 예로 들어 보면, 첫줄과 두째줄은 ‘잉’(spring 과 sing)으로 끝나고, 세째와 네째줄은 ‘인’(reign 과 slain)으로 끝난다: Achilles’ ... spring / Of ... sing! / That ... reign / The ... slain.
우리가 자라면서 즐겨 암송해오던 시조(時調)와 비교해 보자. 시조란 시절가조(時節歌調)의 준말로 ‘그 시절에 유행하는 노래 곡조’ 란 뜻이다. 송도 절색이자 시인, 서예가, 음악가, 무희, 기녀였던 황진이의 시조를 읊어 보자.
세 음이 모여 한 절 (청산리), 두 절이 모여 한 구 (청산리 벽계수야), 두 구가 모여 한 장 (청산리 벽계수야 수이 감을 자랑마라), 세장이 모여 한 시조가 되었다. 음들을 세보면 초장이 3-4-4-4, 중장이 2-4-4-4, 종장이 3-5-4-3 이다. 음 수가 조금씩 많고 적기는 하지만, 정형 음 배열에서 그리 벗어나지 않고 있다.
풀이해 보면, 청산에 흐르는 푸른 시냇물아, 빨리 흘러가는 것을 자랑하지 말아라. 한 번 넓은 바다에 이르면 다시 돌아오기 어렵도다. 밝은 달이 텅 빈 산을 가득 비추고 있으니 잠시 쉬어 간들 어떠하겠는가?
황진이는 여기서 자신의 기명인 명월(明月)을 ‘밝은 달’ 에 비유하였고, 실제 인물이었던 풍류객 벽계수(碧溪守)를 벽계수(碧溪水)로 고쳐 ‘푸른 시냇물’ 에 비유하였던 것이다. 이래서 황진이인 것이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