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그리스인들은 철이 바뀔 때마다 디오니소스(Dionysus) 신을 위한 축제를 성대히 거행하였다. 디오니소스 신은 로마에서는 바커스(Bacchus)라고 불렀는데 포도주의 신이고 번식(fertility)의 신이기도 하다. 그래서 축제 동안에 술도 많이 마시고 성교도 많이 했다.
일부 학자들은 이집트에서 오시리스(Osiris) 신을 위해 거행한 축제를 본떴으리라고도 한다.
이 축제는 포도 나무를 심고, 가꾸고, 추수하고, 포도주 만들고, 맛보고, 신에게 추수가 잘 되기를 바라고, 감사할 때마다 열렸다. 남성들은 술이 취해서 염소 가죽을 뒤집어 쓰고, 남성의 성기 같은 것을 붙이고, 염소같이 뛰면서 노래를 불렀다. 염소가 성욕이 좋다고 해서 염소 시늉을 한 것이고 번식을 많이 하라고 성기 모양의 물건을 썼던 것이다.
그러던 것이, 막 부르던 노래가 격이 높은 시가 되었고 정식 합창으로 변했다. 합창은 극으로 변했으며, 원형 야외 극장을 만들어 무대에서 공연하게 되었다. 내용은 호머의 서사시, 신화, 전설로 비극(悲劇)이 대부분이었다. 비극(tragedy)의 어원이 염소(tragos)의 노래(ode)인 것은 우연이 아닌 것이다.
비극과 비극 사이에 짧은 희극(comedy)이 삽입되었다. 희극의 어원이 술잔치(komos)인 것 역시, 위에서 설명한 축제 동안에 흥청망청 술 마시던 데 기인한 것이다.
이리하여 기원 전 5세기에 연극은, 민주주의, 역사, 철학, 수사학과 함께, 그리스 5대 지성적 업적 중의 하나가 되었고, 극작가들이 속출하였다. 3대 비극 극작가 이스킬루스(Aeschylus), 소포클레스(Sophocles), 유리피데스(Euripides)의 그리스 황금시대가 도래하였다.
이스킬루스의 대표작 <오레스테이아> (Oresteia)를 소개한다.
비극 경연 대회인 디오니소스제에서 공연하여 우승을 한 작품이다. 이 우승은 그의 13번째이자 마지막 우승이었으며, 그의 나이 68세였다.
<오레스테이아>는 오레스테스(Orestes)의 이야기라는 뜻이다. 오레스테스는 아가멤논의 아들이다. 우선 이 조상들을 살펴보자.
이 가문의 시조는 탄탈루스(Tantalus)이다. 탄탈루스는 제우스의 아들이다. 그래서 신들의 향연에도 초대를 받았고 신들을 초대할 수도 있었다. 하루는 신들이 전지(全知, omniscience)한지 실험하고 싶었다. 그래서 아들 펠롭스(Pelops)를 죽여 그 고기로 요리를 한 후 신들을 초대하여 대접하였다.
신들이 이를 알아 차리고 화가 대단히 나서 탄탈루스뿐만 아니라 그 자손들에게 대대로 벌을 주게 된 것이다.
탄탈루스는 지하에 있는 호수에 빠져, 목이 말라 물을 마시려고 몸을 구부리면 물이 말라 버리고 배가 고파 위에 있는 과일을 따먹으려 하면 바람이 불어 손이 닿지 못했다. 그래서 평생을 굶주리며 지내야 했다.
신들은 죽은 펠롭스를 다시 살려 주었다. 그는 히포다미아를 사랑하게 되었다. 그녀의 아버지는 딸을 시집보내기 싫어서 구혼자가 나오면 이륜전차(chariot) 경기를 하고 구혼자가 질 때마다 죽여 버렸다. 그래서 그동안 많은 구혼자가 죽었다.
펠롭스가 도전을 했다. 히포다미아는 아버지의 전차를 돌보는 부하를 매수하여 전차가 빨리 달리지 못하게 했다. 그래서 펠롭스는 경기에 이기고 히포다미아를 차지할 수 있게 되었다.
펠롭스는 두 아들을 두었다. 아트레우스(Atreus)와 티에스테스(Thyestes)이다. 아트레우스는 동생 티에스테스가 자기 부인과 관계를 맺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티에스테스의 어린 아들들을 죽여 요리를 만들어 티에스테스에게 먹였다.
티에스테스는 신탁을 받았다. 자신의 딸과 관계를 해서 아들을 낳으면 그 아들이 자라서 형 아트레우스를 죽일 것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딸을 강간하여 아들을 만들었다. 이기스투스(Aegisthus)이다. 그는 자라서 아트레우스를 죽였다. (후에 아가멤논의 부인의 정부가 되었다.) 아트레우스가 죽자 티에스테스가 아트레우스의 왕위를 이어 받았다.
<일리아드> 에 나오는 아가멤논과 메넬라우스는 아트레우스의 아들이다. 아가멤논은 아버지가 살해당한 후 새로 왕이 된 티에스테스로부터 추방을 당했다가 이웃 나라의 틴다레우스(Tyndareus)의 도움을 받아 티에스테스를 내 쫓았고 틴다레우스의 쌍둥이 딸 클라이템네스트라와 결혼을 했다. 아가멤논의 동생 메넬라우스는 클라이템네스트라의 동생 헬렌과 결혼을 했다.
헬렌이 파리스를 따라 트로이로 갔고, 헬렌을 찾아 오려고 아가멤논이 그리스 동맹군을 결성해서 트로이를 멸망시킨 이야기는 <일리아드>에서 벌써 기술한 바이다.
아가멤논은 바람이 안 불어 출항을 하지 못하게 되자 신탁에 따라 친 딸 이피게니아(Iphigenia)를 죽여 하늘에 제사 지내고 트로이로 가서 10년 전쟁 후에 트로이를 멸망시킨 것도 벌써 기술하였다.
트로이 전쟁이 끝나고 아가멤논이 본국으로 돌아왔을 때부터의 이야기가 이스킬루스의 <오레스테이아> (Oresteia)이다. 다음 회에서 다루려고 한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