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등학교 제10회 동창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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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석의 [정신건강에세이]

영국 시인 존 던 /정유석

2008.12.30 15:23

정유석 조회 수:5246

존 던(John Donne, 1572-1631)은 윌리엄 셰익스피어(1561-1616)와 함께 영국 르네상스 문학을 대표하는 시인이다.
그들은 동시대 시인이었지만 셰익스피어는 스트래퍼드-온-에이번이란 마을에서 태어나 자랐고 던은 런던 태생으로 형이상학 시인으로 지칭된다.

아버지는 캐톨릭으로 런던에서 철물회사를 경영했으며 어머니 역시 이름 있는 천주교 가문 출신이었다.
모계에는 영국 국교로 개종하길 거부하여 참수 당한 유토피아의 저자 토마스 무어가 있다.
던의 삼촌 한 명은 예수회 수사로 참형 당했으며 던의 형은 캐톨릭 신부를 은닉했다는 혐의로 투옥되어 옥사했다.
구교에 대한 반감이 극도로 높던 시절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버지가 4살 때 사망하자 어머니는 던을 예수회 수사에게 맡겨 공부시켰다.

그는 11살에 옥스퍼드 대학에 입학했지만 헨리 8세를 영국 교회의 수장으로 인정하는 ‘수위령(首位令)’에 서약을 할 수 없어서 졸업장을 받지 못했다.
대신 법학을 공부하여 변호사가 되었고 후에 결국 성공회로 개종했다.

25세에 던은 이미 전도가 양양한 외교관 생활에 발을 들였다.
그는 국새(國璽) 보관 대신인 에거튼 경의 비서실장으로 임명되었다.
경의 런던 관저인 요크 하우스는 왕실과 수상 관저에 가까이 위치해 있어서 그는 영국에서 영향력 있는 최상급 인사들과 사귈 수 있었다.

던은 거기서 17세에 불과한 에거튼 경의 조카 앤 무어와 사랑에 빠졌다.
경은 던을 몇 주간 투옥했으며 그는 수 차례 자살 소동을 벌인 후에 그녀와 결혼했다.
감옥에 있을 때 그는 ‘John Donne, Anne Donne, Undone’이란 동음반복 시를 지었다.
사랑에는 성공했으나 출세 길은 막히고 말았다.

1601년 당시 왕이었던 제임스 1세를 알게 되었는데 이 때 ‘가짜 순교(Pseudo-Martyr)’란 글을 써 올렸다.
영국의 구교도들은 제임스 1세에게 서약하는 것이 신앙을 져버리는 것이 아니라는 아부성 내용이었다.
왕은 던의 글에 만족했지만 왕실이나 정계에 부르지 않고 오히려 종교 직분을 맡으라고 권고했다.
너무 오래 동안 가난에 시달렸기 때문인지 그는 1615년에 성공회 신부로 서품 되었다.

그 다음해 경제적, 사회적인 지위가 막 올라갈 무렵 아내 앤이 사망했다.
그는 자신의 슬픔을 ‘경건한 소네트 17번’에 시로 적었다.

“내 사랑하던 그대는 조물주에게 자신의 마지막 빚까지 다 갚은 후 죽었네/ 그녀의 영혼은 그동안 갈망하던 천국에 있으니 내 마음도 온통 천국으로 향해있네/ 그녀를 사모하는 내 마음은, 하나님, 그대가 보고 싶어져요. 시내가 그 근원을 찾듯이/ 비록 나는 당신을 찾았고 내 갈증도 채워졌지만 거룩함을 위한 끝없는 목마름은 해갈되지 않아요/ 나는 왜 사랑을 더 갈구하나요?/ 당신이 내 영혼을 달래주었고 그녀가 바친 것은 모두 당신 것인데.”(하략)
그는 재혼하지 않고 시작과 설교에 몰두했다.
모든 영국 시인들에서 가장 활기차고 열정적이며 지적인 시인이 되었다.
소네트, 연애의 시, 종교시, 라틴 번역, 풍자시, 엘레지, 가곡 그리고 설교 등 광범위한 창작생활을 했다.

1621년에는 성공회의 지도자격인 성 바울 교회의 수장이 되어 죽기까지 그 자리를 지켰다.
그가 1631년 위암으로 사망했을 때까지 출간된 시는 한 편도 없었다.
지금껏 전해오는 작품들은 모두 사후에 발견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