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2.01 16:46
'금각사'만은 살아 생전에 언젠가 한 번은 보아야겠다는 소원은 필자가 오랫동안 지녀온 집념들 중의 하나였다.
자기가 조직한 사조직 군대를 이끌고 천황 중심제 부활을 목적으로 한 쿠데타를 구상했다가 할복 자살을 하고 만 시대착오적 군국주의자였지만 그래도 작가 미시마 유끼오(1925~1970)가 자기 작품화한 혀실화한 건축물이었다. 젊은 날 그 화려한 문체와 빈틈없는 구성으로 인해 그에게 한없이 빨려들었던 필자에게 '금각사'는 가끔씩 나타나는 한 개의 환영과 비슷했었다.
그런데 재작년에 그 금각사를 실제로 볼 기회가 있었다. 몇 년마다 한 번씩 한국이나 미국에서 모이던 학교 동창들이 이번에는 8박이나 되는 일정을 잡아 일본 여행을 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그 과정에서 뺄 수 없는 곳은 물론 교또(京都)였다.
금각사는 물론 거기에 있었다.
금각사의 원래 이름은 로꾸욘지(鹿苑寺)다. 이 절에는 큰 정원이 있어 유명하고 정원 한 가운데에는 아름답고 비교적 큰 연못이 있다. 금각은 못 북쪽에 위치해 있는데 이 건물을 중심으로 한 정원과 건축물들은 아름다움의 극치인지라 극락정토를 표현했다고 전한다.
우리 일행은 떼를 지어 남쪽 방향을 돌아 별다른 주의도 없이 북 쪽을 바라보던 순간 연못을 건너 정좌한 금각이 홀연 모습을 나타내었다.
아! 금각사! 정말 삼층 건물이었구나. 온 건물이 금으로 싸여 찬란한 신비를 들어내고 있었다. 그런데 내 눈에 비친 금각사는 정확하게 모두 두개였다. 물 위에 떠 있는 금각사와 함께 마침 서쪽으로 저무는 강한 태양 빛을 받아 똑같은 모습과 색깔로 대칭이 되어 수면에 떠오른 또 하나의 금각사의 모습이었다.
이 전각은 원래 너무 아름다워 어떤 사람이 자기만 홀로 그 모습을 지니기 위해 불을 질렀다는 이야기가 있다. 그러나 이 건물은 1955년에 다시 재건되었으며 1988년에 온 건물을 다시 금박으로 씌웠다. 그래서 이제는 모두 황홀한 금색을 사방으로 뿜으며 빛나고 있었다.
작가 미시마 유끼오는 이 사실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한 승려가 금각사를 방화하는 이야기를 지어 노벨상 후보작까지 올랐다. 나는 금각사를 보면서 미시마가 기술한 허구의 장면이 실제 일어났던 것 같은 착각에 싸였다. 아니, 그 순간 나는 나도 모르게 작품의 주인공과 합류되고 말았다. 그 마지막 장면이다.
"우리는 방화를 위해 치밀한 준비를 했다. 우선 금각 북쪽 판자 문에 박힌 못 두 개를 빼어 둔다. 우리는 눈 밖에 있는 금각 북쪽에 눈을 두어 살폈다. 어둠이 깔려옴에 따라 어둠 속에서 금각의 모습이 차차 나타난다. 마지막으로 대하는 금각의 아름다움을 세밀하게 관찰했다. 자꾸 나오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다.
가슴은 자꾸 고동치고 작은 손은 떨리기 시작했다. 성냥을 켰다. 갑자기 그 순간 우리도 그 불길에 싸여 죽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층은 무도관이어서 불길과 함께 다다미가 타서 연기로 가득 찬다. 우리는 중국식으로 된 3층 누각으로 올라갔다. 그러나 삼 층 문은 자물쇠에 의해 견고하게 잠겨있었다.
나는 그 불길이 치솟는 현장 속에서 젊은 승려와 함께 3층까지 올라가려 했다. 그러나 숨막히는 연기로 인해 건물에서 도피할 수밖에 없었다.
우리는 바로 숲 속에 산 정상까지 정신 없이 올라 도망했다. 힘에 겨워서 벌렁 누어 밤하늘을 바라보니 무수한 새들이 울부짖으며 소나무 위를 지나고 있었다. 나무 사이로 무수한 불 가루가 날아가 금각의 하늘을 금 사래기로 뿌린 것 같이 보였다.
주위의 숲은 이제 소나무로 덮혀있는데 우리가 뛰어가서 불타는 금각을 내려다 본 지점은 바로 어디었을까?
혼자 정신 없이 이런 장면을 상상하고 취해 있을 때 한 동기부부가 내게 사진을 찍어 달라고 부탁했다. 두 사람의 모습을 가능한 한 모두 사진에 담기 위해 사진기를 세워 든 다음 그들에게 짐짓 어느 정도 사이를 떼어 보라고 했다.
나는 그들 사이에 자리잡은 금각사, 게다가 때마침 서쪽에서 내 뿜는 광선으로 인해 화려하고 찬란한 황금색으로 치장되어 눈부신 자태를 보이는 그림자까지 합친 두 개의 금각사 배경을 그대로 기록으로 남겨두고 싶은 욕심에서였다.
비록 내 사진기는 아니었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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