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2.11 16:54
지금부터 꼭 50년이 지난 1969년 가을 캘리포니아주 버클리 대학 재학중인 프로센지트 포다라는 청년이 타티아나 태라소프란 여학생을 살해한 사건이 발생했다.
포다는 인도의 벵갈 지역에서 힌두교 신분 중 최하위인 ‘불가촉 천민’으로 태어났다. 그러나 머리가 뛰어나 1967년 9월 버클리 대학에 대학원생으로 왔고 주로 외국 학생들이 머무는 기숙사인 ‘국제 하우스’에 기거했다. 다음해 가을 그는 기숙사가 주최하는 포크 댄스 강습에 참가했다가 타티아나 태라소프란 학생을 만났다. 그들은 가을 내내 매주 만났고 신년 전야에 그녀는 그에게 키스했다.
지나치게 보수적인 환경에서 자라난 포다는 키스란 남녀사이에 심각한 관계를 의미하는 행위로 생각했다. 그의 말을 들은 타티아나는 자기들 관계를 심각하게 생각한 적이 없으며 지금 다른 남자들과 사귀고 있다고 말했다. 그녀는 서구세계에서 나고 자라서 당시 전형적인 젊은이들의 가치관을 지녔을 뿐이었다.
이로 인해 포다는 심한 정신적 위기에 봉착했다. 그는 우울증에 빠져서 자신의 용모나 공부, 그리고 건강까지 관심을 잃게 되었다. 그는 남들과 떨어져 홀로 지냈으며 말을 더듬고 가끔씩 울기도 했다. 이런 상태는 다음해 여름까지 점차 악화되었다. 한 친구에게 타티아나의 방을 폭파시키겠다고까지 말했다. 그 사이 그는 타티아나를 몇 번 만났는데 그녀가 자신을 사랑하지 않음을 확인해 두기 위해 여러 차례 비밀로 대화를 녹음까지 했다.
1969년 타티아나는 브라질에 가서 이모와 함께 여름을 지냈다. 그녀가 떠나자 포다의 상태는 조금 회복되었다. 친구의 충고에 따라 학생진료소에 가서 로런스 무어란 심리학 박사에게 치료를 받았다. 치료 중 포다는 무어 박사에게 자기는 여름 방학이 끝나면 타티아나 태라소프를 죽일 생각이라고 말했다. 무어 박사는 포다가 심한 망상형 정신분열증 환자로 위험한 인물이기 때문에 구속하라고 대학경찰에 요구했다. 그러나 대학 경찰은 그를 구속하기는 했지만 얼마 후에 위험성이 없어 보여 그가 태라소프에게 접근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석방했다. 무어 박사는 자기의 지도교수와 상의한 다음 더 이상 포다를 감금해 둘 생각을 포기했다.
타티아나 태라소프 양은 10월에 캠퍼스로 돌아왔다. 포다는 더 이상 무어 박사의 치료를 받지 않고 있었다. 태라소프 양이나 그녀의 가족들은 그녀가 처한 위험 가능성에 대해 누구로부터도 통보 받지 못했다. 포다는 그사이 태라소프의 남동생과 가까이 사귀면서 그와 같은 방을 쓰며 살았다.
1969년 10월27일 포다는 그동안 예언했던 계획을 실천했다. 그는 타티아나 태라소프에게 게획적으로 접근한 다음 그녀가 방심한 샹태에서 식칼로 그녀를 찔러 죽인 것이다.
서로 전혀 다른 배경에서 자란 젊은이들이 문화적 차이를 극복하지 못해 발생한 어처구니없는 ‘문화적 살인’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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