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2.23 14:36
작년에 미 전역에서 상당 기간 상영중이던 영화 ‘방문객(The Visitor)’은 인간의 고독과 외로움을 주제로 다룬 뛰어난 작품이다.
실존주의 철학자 키에르케고르는 항상 외로운 사람이었는데 “고독은 죽음에 이르는 병이다”라고 주장한 적이 있다.
외로움 자체는 질병이 아니다.
그러나 고독은 인간에서 존재의 의미를 빼앗아 가면서 생명을 단축시기며 치매 환자를 악화시키는 요인도 된다.
주인공 월터 베일(리처드 젠킨스 역)은 코네티컷 대학에서 정년을 눈앞에 둔 경제학 교수다.
그는 20여년간 똑같은 이론을 가르치면서 학문에 대한 열정을 이미 다 잃었고 부인과 사별해 홀아비로 큰집에서 혼자 산다.
유일한 위로는 포도주일 뿐, 그는 항상 우수에 차 있다.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1주일에 한번씩 피아노 교습을 받지만 재능이 없는지 피아노 선생은 교습을 중단하고 차라리 피아노를 팔라고 권한다.
대학의 간청으로 마음에 들지 않는 세미나에 참석하기 위해 뉴욕으로 간다.
그곳에 마련해 둔 아파트에 이미 두 달 전부터 시리아 출신 타렉이란 젊은이와 그의 걸 프렌드인 세네갈 출신 여인이 무단 점거하고 있음을 발견한다.
그는 깜짝 놀랐지만 부동산 중계인의 농간임을 깨닫고 마음에 내키지는 않아도 그들을 자기 아파트에 머물게 허락한다.
타렉은 길거리에서 아프리카 드럼을 연주하는 아마추어 음악가였다.
주인의 호의를 고맙게 여긴 타렉은 월터에게 아프리카 리듬에 맞춰 북 치는 방법을 가르쳐 준다.
월터는 부인과 사별한 이후 처음으로 타인과의 교류를 경험하면서 전에 전혀 경험하지 못했던 재즈 리듬에 빠져 들어간다.
1주일 후 타렉은 불법이민자로 경찰에 잡힌다.
월터는 타렉을 구하기 위해 필사적인 노력으로 변호사를 만나고 괴물같이 생긴 불법이민 수용소를 자주 찾아간다.
타렉의 수감 소식을 들은 어머니 무나는 아랍인들이 많이 몰려 사는 미시간을 떠나 뉴욕으로 온다.
월터는 그녀와 하룻밤의 애정에 빠지면서 서로의 외로움을 달랜다.
결국 타렉이 시리아로 추방되자 어머니도 아들을 돌보기 위해 시리아로 출국한다.
그녀도 불법체류자이기 때문에 일단 미국을 떠나면 돌아올 수 없는 입장이었다.
이제 타렉과의 짧은 교류에서 남은 것은 오직 아프리카 드럼 하나 뿐.
월터는 뉴욕 지하철 정거장에서 홀로 앉아 북을 두드리는 길거리 악사가 된다.
이 영화의 제목은 ‘The Visitor’다.
그냥 보면 월터의 집을 무단 점거한 젊은이들 그리고 타렉의 어머니를 방문객으로 보기 쉽다.
그렇다면 이 영화의 제목은 ‘방문객들’이 되어야 마땅하다.
이 영화에서 ‘방문객’은 은퇴를 앞두고 생의 의미를 잃고 상투적이고 반복적인 삶을 영위하는 외로운 백인 남자가 이질적인 외국 출신 사람들의 삶, 아프리카 전통적인 북, 젊은이들의 생동적인 행동, 아주 짧은 정사, 그리고 마치 비밀공장같이 뉴욕 한가운데 위치한 불법 이민수용소를 난생 처음 방문하는 주인공이 ‘방문객’인 셈이다.
이 영화의 주인공 리차드 젠킨스는 금년도 오스카 남우 주연상 후보로 올랐으나 수상에 실패했다. 주연상은 샌프란시스코에서 동성애자로 고급 공무원이었다가 살해당한 '밀크' 역을 한 션 펜에게 돌아갔다.
그러나 인간의 고독을 영상화한는데에는 '방문객'의 주연 리차드 젠킨스의 연기를 따를만한 후보가 없다. 아마도 원작에 충실한 연기를 했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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