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7.18 15:31
19세기 중반 진화론을 주장하여 그 때까지 창조론밖에 모르던 서구 지식세계에 충격을 주었던 찰스 다윈(1809~1882)은 영국에서 태어났다. 금년은 그의 탄생 200주년에 해당한다.
8세가 되었을 때 어머니를 잃은 그는 의사였던 아버지의 엄격한 지도 하에 성장했다. 17세에 에딘버러 대학에 입학했지만 적절한 마취도 없이 수술을 집도하는 모습을 보고는 기가 질려 의사가 되는 꿈을 접었다. 후에 케임브리지 대학에 입학, 성공회 신부가 되기 위한 과정을 공부했다. 다윈은 대학을 마칠 무렵인 1831년, 비글 호(HMS Beagle)란 탐사선이 5년에 걸쳐 남미 태평양 연안을 조사하러 떠나는데 무급 생물학자를 구한다는 소식을 듣고 연구원으로 자원했다. 이 항해에서 실제로 남미의 갈라파고스란 외딴 섬을 중심으로 자신이 조사 탐구한 결과를 20여년 간에 걸쳐 대조하고 정리하여 1859년에 발표한 것이 그 유명한 ‘종(種)의 기원’이다.
그는 젊어서부터 남들로부터 받는 비평이나 스트레스에 민감한 사람이었다. 5년 간 배를 타고 탐사하는 동안 거의 시종일관 병으로 시달렸다고 한다. 그러나 여행에서 돌아오면서 본격적으로 질병에 시달려 폐인의 지경에 도달했다. 일기에 의하면 “공포에 질리면 심장이 빨리 뛰고 땀이 나며 사지가 떨렸다”고 했다. 이는 현대 정신과에서 가장 자주 대하는 ‘공황장애(Panic Disorder)’증상이다. 공황장애 환자들은 ‘광장공포증(Agoraphobia)’을 함께 지니기 쉽다. 혼자서 집 밖에 나갔다가 공황 발작이 생기면 어쩔 줄 몰라 두려워 집 밖을 떠나지 못한다. 오직 밑을 수 있는 타인이 동반할 때만 외출할 수 있다. 다윈의 경우도 그랬다. 그는 부인이 있어야만 겨우 집 밖을 나설 수 있었다. 그는 당시 자신의 상태를 “나는 아주 조용히 격리돼 홀로 살 수 밖에 없다. 남들을 만날 수 없었고 가까운 친척과 대화도 오래 할 수 없었다”고 적었다.
그는 아주 오랜만에 한 학회에 초청돼 단 몇 분간 강의한 적이 있었는데 그 길로 계속되는 구토증으로 인해 24시간이나 고생했다. 또 한 번은 세례를 받기 위해 교회에 참석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그동안 정성 들여 챙겨오던 건강이 즉시 사라져 정신이 뒤죽박죽 되어 다시 병자로 돌아가고 말았다.
그러나 역설적이지만 다윈은 ‘광장공포증이 따른 공황장애’로 인해 수 십 년 간 은둔자의 생활을 했고 그 때문에 외부와의 관계를 일절 끊은 채 집에 틀어박혀 수집품을 꼼꼼히 정리하고 비교해 진화론의 이론을 체계화 할 수 있었다. 그는 야외생활을 즐겼으며 탐험에 관심이 많은 청년이었는데 그가 외향적이고 활동적이어서 탐험 결과를 발표하려고 초청을 받는 대로 강연 여행이나 계속했다면 결코 5년간 수집한 막대한 자료로 진화론을 체계화할 여유가 없었을 것이다.
다윈 자신도 “질병으로 내 인생의 몇 년간을 불구 상태로 있었지만 대신 질병은 나로 하여금 사회생활에서 오는 활기나 즐거움으로부터 시간을 뺏기지 않게 했다”고 말했다. 이는 다윈 부인도 동의하는 의견으로 일부 학자들은 그가 받은 고통은 “내가 일생을 통해 심혈을 기울여 세운 이론이 한낮 공상에 불과하지 않을까? 그렇게 되면 신의 존재를 부정하는 결과가 되지 않을까?”하는 죄책감 때문이었을 것이라고 추측한다. 젊은 날에는 성공회 신부가 되려 했었고 은둔 생활 중에서도 세례를 받는 등, 교회를 떠나지 않았기 때문에 그의 고민은 십분 이해할 수 있다.
어떤 정신분석가들은 그의 고통은 전제적이었던 아버지에 대한 억눌린 분노, 그리고 진화론에 의해 ‘하늘에 계신 아버지’를 ‘살해’하는데서 오는 고민의 결과라고 주장한다. 프로이드의 이론 중 하나는 절대적인 권위를 지닌 아버지를 형제들이 살해해서 가부장의 권위를 탈취한다는 이론이 있다. 바로 도스코에프스키의 '카라마조프 형제들'에서 나오는 아버지 살해를 보고 세운 이론이었다.
그는 비글 호 탐험을 마친 후 40여년 간 부인과 아이들과 함께 런던 근교에서 여생을 보냈다. 1882년4월19일에 사망했으며 그의 유해는 웨스트민스터 사원에 안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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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위대한 사람들도 남모르는 깊은 병을 갖고 고생하고 있었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