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미국 문단에 등장한 유진 오닐은 활발한 작품활동을 펼쳤다. 1920년에 발표한 장편 희곡 ‘수평선 넘어(Beyond the Horizon)’로 처음으로 퓰리처상을 받았다.
메이요 가의 형 앤드류는 현실주의자로 대대로 내려온 농장생활에 만족한다. 그는 대를 이어 농장을 꾸며나갈 계획인데 그에게는 루스란 애인이 있다. 한편 동생 롭은 농장생활보다는 시적 취향을 지닌 이상주의자다. 항시 바다를 동경해서 배를 타고 바다로 떠나기를 꿈꾼다. 출발 직전 그는 몰래 사모하던 형의 애인 루스에게 사랑을 고백한다. 루스는 롭의 고백을 받자 마음이 그에게 기운다. 그 결과 롭은 집에 남게 되고 상심한 형 앤드류는 오히려 집을 떠나 바다로 향한다.
롭은 루스와 결혼하고 농장 일을 하지만 적성에 맞지 않아 고민한다. 게다가 아버지까지 사망하자 농장은 급격히 몰락하고 만다. 결국 롭은 ‘수평선 넘어’를 항상 꿈꾸었다가 결핵으로 사망한다. 미망인 루스는 원래 마음에 내키지 않던 바다에서 돌아온 앤드류를 맞아 결혼한다. 그녀는 새로운 사랑을 꿈꾸지만 형제가 어려서부터 동경했던 상반된 꿈을 이루지 못하고 반대 길을 걷다가 실패하는 비극으로 관객에게 허무감을 안겨준다.
‘애너 크리스티(Anna Christie)’는 아름다운 창녀의 사랑 이야기인데 1922년에 퓰리처상을 수상했다. 아버지 크리스는 스웨덴에서 미국으로 건너온 이민으로 대부분의 북구 출신들과 마찬가지로 미네소타주에 정착했다. 그는 타고난 선원이어서 배에 올라야 마음의 평정을 얻는다. 결국 그는 동부 해안에 가서 선원이 된다. 그래도 그는 바다를 악마라고 부른다. 딸 애너를 ‘악마 같은 바다’와 뭇 남성들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미네소타에서 농장을 하는 친척에게 맡긴다. 그는 자신의 알코올 중독을 ‘악마 같은 바다’의 탓으로 돌린다. 한 번 배를 타면 몇 달간 지상의 생활에서 절연되며 항구에 정박하면 절제 없는 음주와 방탕한 성생활로 모는 것이 ‘바다’이기 때문이다.
한편, 부모 없이 자란 애너의 생활은 비참의 연속이었다. 사촌에게 강간당하고 도시로 도망가 생계를 위해 창녀 생활을 했다. 30일간 감방에 수감되었고 병까지 걸려 심신이 지쳐있었다. 그래서 그녀는 15년 전에 헤어져 이제 석탄 운반선 선장이 된 아버지를 만나려고 뉴욕으로 온다.
애너는 과거에 창녀 생활을 했으며 거기서 발을 빼려고 고향을 떠난 사실을 아버지에게 극구 숨긴다. 과거 때문에 남자를 극구 싫어했지만 매트라는 성미 급한 아이리시 선원을 만나자 사랑에 빠진다. 바다 사람과의 인연은 불행의 원천이라는 아버지의 충고에도 불구하고.
애너를 순결하다고 믿는 매트는 그녀에게 청혼한다. 애너는 자신의 과거를 털어놓는다. 한동안의 충격에서 벗어난 매트는 그녀의 흠 있는 과거는 이미 지나간 것에 불과하다고 그녀를 받아들인다. 애너는 ‘당신에 대한 사랑으로 인해 나는 깨끗해졌어요’라면서 자신은 매트 이외의 어떤 남자와도 사랑에 빠진 적이 없다고 말한다. 그들은 결혼을 약속한다. 그래도 아직도 충격의 여진으로 매트와 아버지는 술에 흠뻑 취한다. 그들은 비틀거리는 걸음으로 남아프리카 케이프타운으로 향하는 선박에 선원으로 등록한다.
이 연극은 해피엔딩으로 끝나지만 일종의 불안한 신데렐라 스토리다. 남자는 왕자가 아니라 선원이다. 사랑하는 여인을 뒤에 두고 배를 타고 떠나면 그녀가 아무리 열악한 상태와 궁핍에 처해도, 그 결과 타락해 헤어나지 못하는 공주를 전혀 보호하지 못하는 처지다. 이 연극은 1930년에 유성영화가 처음 나왔을 때 당시 은막의 여왕 그레타 가르보가 애너 크리스티의 역을 맡아서 더욱 유명해졌다.
이들 말고도 1928년에 ‘이상한 간주곡(Strange Interlude)’ 그리고 사후에 ‘밤으로의 긴 여로(Long Day's Journey into Night)’로 그는 퓰리처상을 무려 네 번이나 받았다.
정유석(정신과 전문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