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등학교 제10회 동창회

한국어

글모음 2

정유석의 [정신건강에세이]

▶칸딘스키의 그림 '작곡' / 정유석

2010.06.14 17:59

admin 조회 수:4514

바실리 칸딘스키(Vassily Kandinsky, 1866-1944)는 모스크바에서 태어나 항구도시 오뎃사에서 성장했다. 부모는 각각 피아노와 치타를 연주했으며 그도 어린 시절부터 피아노와 첼로를 배워 음악적 소양을 키웠다. 1886년 모스크바 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한 다음 모스크바 법대에서 강의를 담당했다.

1895년 그는 프랑스 인상파 전시회에서 모네의 그림 ‘지베르니의 짚더미’ 연작을 보았다. “나는 전시 목록을 본 후에야 이것이 짚더미임을 알았다. 나는 대상을 알아보지 못한 데 대해서 화가 났다. 화가는 그림을 똑바로 그려야 하지 않는가. 그러나 점차 화가가 물체를 반드시 구체적으로만 그릴 필요가 없을 수 있다는 생각이 떠올랐다.

이듬해 모스크바에서 공연된 바그너의 오페라 ‘로헨그린’을 보면서 공감각을 경험했다. “바이올린, 저음의 베이스, 특히 관악기의 소리가 잠에 빠지기 직전 같은 상태같이 내 몸에 엄습해 왔다. 나는 색깔을 보았다. 그들은 내 눈앞에 서 있었다. 거칠고 미칠 듯한 선율이 내 앞에 스케치로 나타났다.”

그는 에스토니아 대학 법학 교수로 채용되었지만 방향을 돌려 뮨헨에 있는 미술학교에 입학했다. 위에 적은 두 가지 경험이 그를 추상화의 창시자로 또 음악을 이용해 그림 그리기를 시도하게 만든 결정적인 요소였다.

칸딘스키는 인간의 정서에 미치는 음악의 힘에 매료되었다. 음악은 소리와 시간을 통해 표현되기 때문에 청중에게 마음대로 상상하고 해석하며 감정적으로 여러 가지 반응을 일으킨다. 문학 같이 기술적이지 않아 음악은 그가 추구하는 미술의 추상성과 공통점이 있다고 보았다.

그는 그림을 보면 소리를 듣는 색청(色聽)과 음악을 들으면 색이 보이는 청색(廳色)이란 공감각 소유자였다. 음악을 들으면서 그림을 그린 후 완성된 작품에 ‘즉흥’‘인상’ 또는 ‘작곡’같은 음악적 표현을 제목으로 삼았다. 특히 ‘작곡(Composition)’이란 제목을 좋아해서 같은 이름으로 거의 20편의 연작을 그렸다. 한 걸음 나아가 1912년에 발표한 오페라 ‘노란 소리’에서 그는 색감, 광선, 댄스와 소리를 혼합시켰다.

영국 출신인 데이비드 호크니(David Hockney, 1937- )는 팝 아트의 선구자로 20세기 미술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화가다. 그는 원래 공감각이란 데 관심이 없었다. 그러나 뉴욕 메트로폴리탄에서 프랑스 작곡가의 오페라에서 무대장치를 담당하면서 기이한 경험을 했다. “내가 라벨의 음악을 듣고 있을 때 음악의 한 부분에 나무가 있었고 음악은 나무를 반주했다. 내가 그 음악을 들을 때마다 나무는 스스로 자신의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20세기에 뛰어난 건축가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Frank Lloyd Wright, 1867-1959) 역시 빌딩을 디자인하는 도중에 가끔씩 음악 소리를 들었다고 주장했다.
필자는 편의에 의해 예술가들에 나타난 공감각을 소개했지만 공감각이 없는 예술가들이 더 많다. 그리고 예술가가 아니면서 공감각을 소유한 일반인들도 드물게 있음을 밝힌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76 [정신건강에세이] (2015. 07.02 ~ 10.27) 이범상 2015.10.28 254
75 [ 정신건강에세이 ] 클라이맥스 도달 시 두뇌 기능의 변화 이범상 2015.10.14 284
74 [정신건강에세이] 광장 공포증 이범상 2015.10.14 228
73 정신건강 에세이 ( 2015.02.18~ 2015.06.10 ) 이범상 2015.06.11 507
72 정신건강 에세이 ( 2014.10.7 ~ 2014.12.24 ) 이범상 2015.06.11 393
71 [정신건강에세이] 사랑의 힘 / 정유석 이범상 2014.10.07 1066
70 정유석박사의 [ 정신건강에세이 ] 모음 / 미주중앙일보 연재물 이범상 2010.10.10 13796
69 정유석박사의 [ 정신건강에세이 ] 모음 / 미주중앙일보 연재물 admin 2010.06.14 18021
68 정유석 칼럼모음 admin 2010.06.14 12386
67 ▶문신(文身)에 대하여 / 정유석 admin 2010.06.14 4186
66 ▶툴루즈 로트렉(Toulouse-Lautrec)의 질환 / 정유석 admin 2010.06.14 3765
65 ▶은퇴를 위한 준비 / 정유석 admin 2010.06.14 4146
64 ▶스크리아빈의 색채음악 / 정유석 admin 2010.06.14 4553
» ▶칸딘스키의 그림 '작곡' / 정유석 admin 2010.06.14 4514
62 ▶결국 남자는 견본일 뿐, 선택은 여자. / 정유석(정신과 전문의) admin 2010.06.14 4416
61 ▶툴루즈 로트렉(Toulouse-Lautrec)의 질환 / 정유석 admin 2010.06.14 4001
60 잃어버린 세대" admin 2010.04.15 4150
59 헤밍웨이의 자살 admin 2010.04.15 4081
58 스탈린, 자신의 정신병으로 인해 받은 피해 admin 2010.04.15 4097
57 체호프의 단편 '의사' admin 2010.04.15 39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