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등학교 제10회 동창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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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석의 [정신건강에세이]

▶스크리아빈의 색채음악 / 정유석

2010.06.14 18:00

admin 조회 수:4553

알렉산더 스트리아빈(Alexander Scriabin, 1872-1915)은 러시아 출신 피아니스트며 작곡가였다. 그의 음악은 자신의 독특한 철학적, 시적, 미학적 구상을 혼합하여 거의 신비에 가까운 음악을 작곡하여 러시아 상징주의 음악의 시조로 불린다.
그는 모스크바 음악원에서 음악을 배웠다. 손은 피아노 건반의 한 옥타브 이상 치기 힘들 정도로 작았어도(그것은 예나 지금이나 연주자에게 치명적으로 불리했다) 아주 훌륭한 피아니스트로 성장했다. 졸업장을 받기 전에 음악원을 떠나 스위스에 정착하여 활발한 피아노 연주와 창작 생활에 전념했다.

그는 공감각 소유자였는데 각 음계를 따로 다른 색깔로 인지했다. 그래서 음악과 미술을 동시에 사용하는 전위적인 멀티미디어 예술가가 되었다. 그가 1910년에 발표한 ‘프로메테우스: 불의 시’란 교향곡에서 오케스트라, 피아노, 올간, 합창만이 아니라 ‘clavier a lumier’란 소리없는 건반을 이용하여 여러 가지 색채를 다양한 형태로 스크린에 비추었다. 색깔이 공연장을 흘러 넘쳤고 백색 광선은 눈이 아프도록 현란했다.

소련에서 발간한 음악사전에서 ‘스크리아빈 만큼 조소와 찬사를 동시에 받은 작곡가는 없다’라고 했으며 톨스토이는 그의 음악을 “진정한 천재적 표현”이라고 칭찬했다.

생전에 가까웠던 친구 세르게이 라흐마니노프는 스크리아빈이 음악을 통해 색채를 볼 수 있다는 주장에 다른 작곡가인 림스키 크로사코브가 동조하는 데 깜짝 놀랐다. 공감각에 회의적이었던 라흐마니노프의 기록에 의하면 두 작곡가의 반응이 항상 일치하지는 않았다. 두 사람은 모두 D장조를 황갈색이라고 동의했다. 그러나 E플랫 장조를 스크리아빈은 붉은 보라색으로 보았지만 림스키 코르사코프는 푸른색이라고 했다. 하여간 이런 사실로 보아 림스키 코르사코프도 공감각 소유자였음은 틀림없다.

한편, 1842년 작곡가면서 피아니스트인 프란츠 리스트는 바이마르에서 오케스트라를 연습시키면서 “제발 조금 더 푸르게, 이 음계는 그것이 필요해요.” 또 “이것은 진한 보라색이에요. 장미색이 아닙니다.”라고 말했다. 처음에 연주자들은 리스트가 농담을 하는 줄 알았다. 그러나 리스트 역시 공감각 소유자였던 것이다.
1904년 러시아 작곡가 무조르스키는 생전에 절친했으나 이미 고인이 된 빅토 하르트만의 작품 전시회에 갔다. 그의 작품들 중 10편의 그림에서 받은 인상을 피아노를 이용하여 ‘전람회의 그림’이란 이름으로 작곡했다. 모리스 라벨이 1922년 오케스트라 곡으로 편곡해서 아주 유명해졌다.

그러나 이 작품은 무조르스키가 전람회 그림에서 받은 인상을 작곡으로 표현한 것이지 그림에서 어떤 소리나 멜로디를 들은 것은 아니다. 따라서 이 음악은 공감각 현상의 소산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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