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등학교 제10회 동창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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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석의 [정신건강에세이]
툴루즈-로트렉(Toulouse-Lautrec, 1864-1901)은 인상파 화가 중 독특한 위치를 차지한다. 다른 화가들과 달라 태양 광선 아래서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사물의 인상 대신 실내의 풍경을 주로 그렸다. 그리고 유화 대신 파스텔화나 석판 인쇄를 이용한 포스터를 많이 남겼다.

그는 천년간이나 명성을 날리고 십자군에 자원 출전한 귀족 집안에서 태어났다. 10세부터 그림에 재능을 보였다. 12살 때 왼쪽 다리에, 14살에 오른쪽 다리에 골절상을 입었다. 무슨 격심한 운동이나 심한 사고가 아니라 의자에서 떨어지거나 낮은 도랑에 빠진 간단한 사고로 발생한 것이다. 그 후 몸통은 정상적으로 자랐으나 사지 발육은 거의 정지되었다.

1881년 정식으로 그림 공부를 위해 어머니와 함께 파리로 갔다. 그러나 그의 독창성은 곧 나타났으며 그는 생활 근거지를 몽마르트로 옮겼다. 그 곳은 당시 파리 북부와 교외의 공장 지대 사이에 위치했었다. 오페라 ‘라보엠’에서 보는 것 같이 많은 가난한 예술가들이 싼 하숙집을 찾아 몰려들었고 곧 연예와 환락의 중심지가 되었다. 그의 부모는 실망하여 생활비 송금을 중단시켰다. 그래도 그는 개의치 않고 카바레 출입을 즐겼다.

그는 나이트 클럽에서 술을 마시고 웃고 떠들면서 시간을 보내는 중에서도 그 안의 풍경을 재빨리 스케치했다. 다음날 새벽 집으로 돌아오면 스케치북을 꺼내놓고 밝은 색깔을 사용하여 그림을 완성시키곤 했다. 그는 당시 새로 연 카바레 ‘물랑 루주’(붉은 풍차)의 의뢰를 받아 수많은 포스터를 제작했다.

난쟁이라고 천대받는 그에게 동정하는 창녀들과 자주 사귀었다. 그들은 기꺼이 그에게 나체 모델이 되어 주었다. 낮에는 휘황찬란한 카바레의 불빛 밑에 직업 댄서들이 프렌치 캉캉을 추는 모습을 스케치에 잡으면서도 한편 창녀들이 고객들에게 추파를 던지며 어울리는 그림도 자주 그렸다. 그녀들과 친해져서 그들과 어울리고 카드 게임도 하고 같이 레스토랑, 서커스, 극장을 돌아다녔다.

심지어 몇 달간이나 유곽에서 살면서 그 곳을 연락 주소로 통보해 가족과 친지들을 놀라게 했다. 효과적인 치료가 별로 없던 당시 그가 이런 방탕한 생활을 계속하면서 매독에 걸린 것은 당연한 결과일 것이다.

작은 키로 인한 남들의 조롱을 태연히 받아들이는 한편, 몽마르트라는 퇴폐적인 분위기에 어울리기 위해 줄곧 술을 마셨다. 그 결과 1890년대에는 알코올 중독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1897년 여름 전신이 떨리고 환각이 나타나는 치명적인 ‘섬망증(Delirium Tremens)’이 발생했다. 큰 거미가 눈앞에 나타나자 총으로 쏘았다. 파리의 길거리에서도 계속 환각 증상이 계속되자 가족들은 그를 정신병원에 입원시켰다. 3개월 간의 치료 후 회복되었다. 그러나 퇴원 후 다시 술을 마시자 그의 건강은 급속도로 악화되었다.

1901년 그는 뇌졸중으로 인한 일시적인 마비 증상을 경험했다. 기억력은 점차 악화되었다. 결국 그 해 어머니의 품에 안겨 사망했는데 나이는 불과 37세였다. 그의 신체 장애는 1962년 두 명의 프랑스 의사에 의해 규명되었다. 그들은 툴르즈-로트렉이 ‘농축이골증(濃縮異骨症, Pycnodysostosis)’ 환자였다고 주장했고 그 후 많은 학자들이 신빙성이 있다고 받아들인다.

이 병은 유전병으로 골격 발육 장애에 속한다. 이런 환자는 키가 150 cm이상 자라지 못하며 뼈가 약해 골절이 주로 사지에 발생한다. 이 병은 열성 유전자로 발생하기 때문에 좀처럼 나타나지 않는다. 그러나 툴루즈 로트렉의 부모가 친사촌간이었음을 이해한다면 그에게서 이런 희귀한 질병이 발생할 가능성을 추측할 수 있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기 전인 중학 시절 우리는 그저 그가 말을 타다가 떨어져서 난쟁이가 되었다고 배웠다.

결론으로 말해 툴루즈-로트랙이 일생 지녔던 질환은 첫째, 알코올 중독, 둘째, 매독, 그리고 신체적 불구를 만든 농축이골증이었으며 뇌출혈로 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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