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등학교 제10회 동창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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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석의 [정신건강에세이]

▶문신(文身)에 대하여 / 정유석

2010.06.14 18:15

admin 조회 수:4186

필자는 1960년대 후반 항공의료원에서 정신과 군의관으로 3년간 복무했었다. 장병들에서 발생하는 정신과 질환을 치료하는 것이 주 임무였지만 미래에 조종사가 될 모든 공군사관학교 지원자들의 신체검사에서 정신과 질환을 가려내는 임무도 있었다. 본인이 과거에 정신병을 앓았다는 불리한 진술을 기대하기 어려운지라 대부분 통과시켰다. 그런데 미 공군장교 신체검사에서 문신이 있으면 불합격이 되는 조항이 있었다. 당시 모든 것을 미 공군 기준을 따랐기 때문에 문신이 있는 지원자는 전원 불합격시켰다.

당시 항공의료원은 서울 지역 공군 사병 지원자들의 신체검사도 맡았다. 당시 월남에 가지 않는 군대는 공군 뿐이라 수 천명의 지원자들이 몰려들었다. 사병 지원자 신체검사에서 문신의 기준은 조금 약했던 것 같다. 타인에게 혐오의 대상이 되지 않는 작은 문신(예를 들어 남에게 노출이 않는 궁둥이에 새긴 나비 문신이나 애인 이름)등은 탈락 대상이 아니었다. 그러나 당시 문신이란 깡패들이 소속감을 과시하기 위한 행동으로 생각해서 개인적으로 혐오했던 필자는 문신이 있으면 무조건 불합격시켜 버렸다. 단언하건대 1960년 후반 항공의료원에서 신체검사를 받은 수많은 장교후보생이나 사병지원자들에서 문신이 있으면서 합격한 장병은 한 명도 없다.

그런데 근래에 들어서면서 문신은 21세기를 상징하는 마크가 되었다. 30세미만 젊은이 4명에 1명 꼴로 문신을 한 개 이상 한다고 한다. 자기를 표현하는 수단일 수도 있고 젊은 날의 충동으로 문신을 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들 절반에서 나중에 후회한다는 것이다. 2008년7년 미국의사협회가 매달 발간하는 ‘피부과 잡지’에 의하면 후회이유로는 당혹감, 과거와의 절단(‘영자는 내 사랑’이라고 새긴 후 그녀와 헤어진 경우), 여러 가지 옷을 골라 입는데서 오는 불편함(허벅지를 내 놓는 중국식 의상을 입을 때 다리에 새긴 옛 남자의 팔뚝), 우아한 직장을 구할 때 커리어에 나쁜 영향을 주지 않을까 하는 우려에서다.

원래 문신은 영원히 남길 흔적이기 때문에 색소는 피부만이 아니라 피부 밑 조직까지 도달한다. 문신한 자리에는 현미경으로 보면 이미 외부물질인 색소의 전파를 막기 위한 두꺼운 벽이 형성되어 있다. 문신을 하면 그 부위에 감염이 되거나 알레르기가 생길 수 있다. 또 문신 도구는 완전 소독이 되지 않은 경우가 많아서 문신을 받을 때 HIV나 C형 간염에 노출될 수가 있다. 그래서 미국 적십자사는 지난 12개월 내에 문신을 받은 지원자들에게서는 혈액 채취를 거부한다. 오래 동안 문신을 제거하는 방법이란 색소가 침체된 부분을 외과적으로 제거하는 것이었으나, 시술 이후에는 흉한 상처가 남는다. 이 상처를 없애기 위해서는 경우에 따라 그 위에 피부이식수술까지 필요하다.

최근에는 문신 때 사용했던 색소를 파괴하기 위해 레이저 광선을 반복 사용, 몇 개월에 걸쳐 사라지게 하는 방법이 성행하고 있다. 그런데 여기에도 큰 문제가 있다. 문신에 사용하는 색소에는 암을 유발하는 물질이 함유돼있기 때문이다. 레이저를 사용하면 문신이 사라진다 해도 광선에 의해 파괴된 색소는 독성이 있는 화학물질로 변한다. 색소가 문신으로 남아있는 한 암 유발인자는 많지 않다. 그러나 색소가 레이저 광선이 발생하는 열에 의해 타버릴 때 분해된 색소는 암 유발인자가 되고 유전자 변형을 일으키기도 한다. 독일에서 발표된 보고에 의하면 적색, 황색 색소가 레이저로 사라지면서 그 독성은 70배나 증가했다. 그런데도 아직도 이 색소는 FDA의 관할에서 벗어나 있다. 결국 미국 보건당국이 그 결과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말이다. 더불어 함께 알아둘 것은 결코 만만치 않은 문신 제거수술 비용을 지불하는 보험회사는 없다는 것이다.

문신은 보통 젊은이들이 친구 등을 따라 호기심으로 할 수 있는데 그 후유증은 어마어마함으로, 부모님들이 알아서 자녀들에게 잘 타일러줄 의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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