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3.04 21:48
브랫스트릿 (Anne Bradstreet 1612-72)
1620년에 영국의 청교도들이 메이플라워 배를 타고 대서
양을 건너 매서추세츠에 도착하였다. 이렇게 미국의 역사는
시작되었다. 그로부터 20여년 동안에 2만명 이상의 청교도
들이 이주하였고 이들은 '새로운 영국'(New England)을 건설
하기 시작하였다.
이들은 엄격한 청교도의 종교관에 의한 사회, 남성 위주의
사회를 이룩하였다. 여성은 겸손하고, 온순하고, 덕이 있고,
복종하고, 친절해야 하며, 오로지 아이 낳고 기르고 부엌 일
을 하며 가사를 돌보아야 한다. 참고 입을 다물어야 한다. 결
혼을 매우 중요시해서 한번 결혼하면 죽을 때까지 같이 살아
야하고 이혼이나 혼외 정사는 금물이다. 그리고 결혼 생활
을 통해 하느님에게 영광을 돌려야한다.
이런 사회였기 때문에 부시 전 대통령의 조상이 되는 앤
헛친슨은 청교도 교리에 어긋나는 교리를 여성들에게 가르
쳤다고 교회에서 파문을 당했고 보스턴에서 추방 당했다.
미국 최초의 여류 시인 브랫스트릿(Anne Bradstreet 1612-
72)도 청교도로서 1630년에 남편과 같이 부모를 따라 이주
해 왔다. 그녀의 아버지 더들리(Dudley)는 매서추세츠 주지
사를 여러번 하면서 보스턴과 케임브리지 도시를 세웠고, 하
버드 대학과 역시 전통을 자랑하는 락스베리 라틴 고등학교
(Roxbury Latin School)를 설립하는데 큰 공헌을 하였다.
브랫스트릿은 영국에서 자랄 때부터 훌륭한 교육을 받아
왔다. 죽기 몇 년 전 집에 불이 났을 때 책이 9천 권이나 있었
다. 어려서부터 시를 쓰기 시작했지만 여성이 시를 쓰는 것
을 용납하지 않던 사회라서 전문적 시인이 될 수 없었다.
그녀의 첫번째 시집은 영국에서 출판되었다. 그녀의 동생
의 남편인 목사가 그녀가 모아둔 시들을 영국에 가지고 가
서 그녀의 허락도 없이 출판사에 주었던 것이다. 시집의 이
름을 <아메리카에서 최근에 태어난 열번째 뮤즈>라고 했다.
뮤즈(Muse)란 문학과 예술의 9개 분야를 각각 담당하는 9명
의 그리스 여신들이다. ‘열번째 뮤즈’라고 했으니까 여신과
동등한 정도의 시인이 탄생, 그것도 미개한 아메리카에서 탄
생하였다는 뜻이다.
브랫스트릿은 14살에 그녀의 아버지 밑에서 일해 오던 청
년을 사랑하게 되었고 2년 후에 결혼을 했다. 브랫스트릿과
그녀의 남편 사이의 사랑도 청교도의 사랑을 근거로 한 것이
지만, 속세의 성애와 하느님에 대한 사랑 사이에서 고민을
하였다. 한때에는 성욕을 없애 달라고 끊임없이 기도했고 천
연두가 걸렸을 때 이를 하느님이 주신 벌이라고 생각하였다.
오늘 소개하는 <사랑하는 소중한 남편에게>는 그녀가 죽
은 후에 발표된 시로서 지금도 결혼식에서 자주 낭독된다.
<사랑하는 소중한 남편에게>
To My Dear and Loving Husband
둘이 하나가 된다면, 분명히 우리일 것이고
남자가 부인의 사랑을 받는다면, 당신일 것입니다.
부인이 남자 품안에서 행복하다면,
여성들이여, 누가 나만큼 행복하겠어요.
If ever two were one, then surely we.
If ever man were loved by wife, then thee;
If ever wife was happy in a man,
Compare with me, ye women, if you can.
당신의 사랑은 모든 금광보다 귀중하다.
동방의 모든 부귀 보다도 귀중합니다.
나의 사랑은 강물을 모두 합쳐도 끌 수 없겠고
당신의 사랑만이 내 사랑을 채울 수 있겠어요.
I prize thy love more than whole mines of gold,
Or all the riches that the East doth hold.
My love is such that rivers cannot quench,
Nor ought but love from thee give recompense.
당신의 사랑은 내가 보답할 수 없을 정도라서
하늘이 당신에게 몇 배로 보답해 주시기 기도합니다.
살아있는 동안 어떤 난관이라도 사랑으로 이겨내어
죽어서 영원히 살 수 있기 바랍니다.
Thy love is such I can no way repay;
The heavens reward thee manifold, I pray.
Then while we live, in love let’s so persevere,
That when we live no more we may live ever.
이 시에서 그녀는 자신이 남편을 얼마나 사랑하고 있는지,
또 남편으로부터 얼마나 사랑을 받고 있는지를 표현하고 있
다. 자신이 아무리 남편을 사랑해도 남편의 자기에 대한 사
랑을 따라갈 수 없기 때문에 나머지를 하늘이 보상해 주기
를 바라고 있다.
두번째 聯에서 "나의 불같은 사랑은 강물을 모두 합쳐도
끌 수 없겠고" 라 함은 정신적으로 뿐만 아니라 육체적으로
남편을 얼마나 갈망하고 있는지를 나타내고 있다. 마지막 연
에서는 그들의 사랑이 지상에서 뿐만 아니라 죽어서도 영원
히 지속되기를 염원하고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살아 있는
동안 한 없이 사랑하고 살아야 하겠다는 것이다.
영어 quench 는 extinguish 또는 satisfy 라는 뜻, ought 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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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ything 의 고어, 그래서 nor ought but 는 only 라는 뜻이다.
脚韻을 살펴보면 aabb / ccdd / eeff 로 되어있다. 예로, 첫 연
에서 처음 두 行이 we 와 thee 로, 마지막 두 행이 man 과 can
으로 끝나고 있다. 頭韻은 11행에서 볼 수 있다: l 로 시작하
는 live, love, let's 가 연속으로 나온다. 律을 살펴보자. 행마다
10개의 음절로 되어 있는데 ‘약강 약강 약강 약강 약강’ 의 형
태를 취하고 있다 (if ev / er two / were one / then sure / ly we).
브랫스트릿은 전형적인 청교도로 7 남매를 잘 키웠고, 자
주 출장 다니는 남편을 잘 보살폈으며, 모든 집안 일을 능숙
하게 해냈다. 워낙 몸이 약했는데 말년에 몸 일부가 마비되
었고 폐결핵에 걸려 고생하다가 60세에 세상을 하직하였다.
남편은 4년 후에 재혼하였다. 남편은 재혼하기 전에 이 시를
읽어 보았을까? 무척 궁금하다.
결혼식에서 자주 낭송되는 시를 하나 더 소개한다. 중국
원나라의 여류 화가 관도승(管道昇 1262-1319)이 쓴 <아농사
(我儂詞)>이다. ‘저와 당신의 노래’라는 뜻이다.
<저와 당신의 노래> Song of Me and You
저와 당신은
너무 사랑하고 있어서
불이 타오르듯 합니다.
진흙 한 덩어리를 빚어
당신과 제 모양을 만들어
그 불로 구어 냅니다.
You and I
Have so much love,
That it burns like a fi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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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 which we bake a lump of clay
Molded into a figure of you
And a figure of me.
구어 낸 두 인형을 다시 부수어
가루로 만들고
가루를 물로 섞어 반죽해서
다시 당신의 모양과
제 모양을 만들면
저는 당신의 진흙에, 당신은 제 진흙에 섞입니다.
Then we take both of them,
And break them into pieces,
And mix the pieces with water,
And mold again a figure of you,
And a figure of me.
I am in your clay. You are in my clay.
살아서는 한 이불을 덮고
죽어서는 한 무덤에 묻히고 싶어요.
In life we share a single quilt.
In death we will share one coffin.
관도승은 유명한 서예가 조맹부(趙孟頫)의 부인이다. 남편
이 어느 여인을 사랑하여 그녀를 첩으로 들이려 하자 남편
을 나무라지 않고 대신 이 시를 읊어 주었다고 한다. 남편은
부인의 시에 감동하여 첩을 두려던 뜻을 접었다. 남편은 부
인 관도승이 각기병으로 죽기까지 다른 여인은 두지 않았으
며, 이후 3년을 홀아비로 살다가 죽었다.
17세기의 브랫스트릿은 가정에 충실한 현모양처였다. 그
러나 3백년 후에 나타난 시인이자 극작가인 밀레이(Edna 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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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ncent Millay, 1892-1950)는 여성평등주의(Feminism)에 앞
장 선 20세기의 ‘현대 여성’이었다. 더구나 남성 뿐만 아니라
여성과도, 결혼 전 뿐만 아니라 결혼하고서도, 성에 자유로
워서 많은 물의를 이르켰다. 그녀의 시집 <엉겅퀴 사이의 무
화과 몇 개> (AFew Figs from Thisles)의 첫 페이지를 장식한
<첫번 째 무화과>를 소개한다. 무화과는 여성, 엉겅퀴는 남
성의 대명사로 썼으리라고 해석하고 있다.
<첫번 째 무화과> First Fig
나의 초는 양쪽에서 타고 있다
이 초는 밤을 넘기지 못하리라
그러나 내 적들이여, 또 내 친구들이여 -
이 초는 사랑스러운 빛을 내고 있다
My candle burns at both ends;
It will not last the night;
But ah, my foes, and oh, my friends -
It gives a lovely light!
4행1연으로 된 지극히 짧은 시이지만 시 전체가 隱喩이기
때문에 여러가지로 해석할 수 있다: 초는 인생, 남자의 성기;
양쪽에서 탄다는 것은 두배로 밝다는 뜻이니까 활발한 사생
활과 문학활동, 양성연애(bisexual activity), 열정적 성교; 적
과 친구는 자신을 비난, 찬양하는 사람들; 전체적으로는 짧
은 인생 화끈하게, 등등.
밀레이는 1923년에 여성으로는 세번째로 시 부문에서 퓰
리처 상을 받았고, 1943년에 로버트 프로스트 메달을 받았으
며, 2015년에는 LGBT (Lesbian, Gay, Bisexual, Transgender)
모임에서 31명의 아이콘 중의 일원으로 뽑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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