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3.04 23:23
디킨슨(Emily Dickinson 1830-86)
에멀리 디킨슨(Emily Dickinson 1830-86)은 미국의 여류 시
인으로 휘트먼과 같은 시대에 살았다. 그녀의 조상은 청교도
로서 일찍 미국에 이주해 와서 매서추세츠 동부 애머스트에
정착하였다. 그녀의 할아버지는 애머스트 대학(Amherst
College)을 거의 독자적으로 세운 분이다.
그녀는 대부분의 생애를 부모 집에서 보냈다. 어려서는 활
달한 소녀로 친구들과 어울리기를 좋아하였으나 나이가 들
수록 사람들과의 접촉을 꺼리고 혼자 있기를 원했고 말년에
는 흰 옷만 입고 침실을 떠나지 않았기 때문에 이웃에게는
유별난 여성으로 알려졌다.
살아 있는 동안에 출판된 그녀의 시는 12편도 못된다. 그
러나 시간 날 때마다 시를 써서 친지들에게 편지를 보낼 때
몇 편씩 동봉해 주었고, 시들을 정서한 종이를 모아 실로 꿰
매어 40여 권의 책을 만들었다. 그녀가 죽은 후에 발견 된 이
시집에는 1,800 편이나 되는 시가 수록되어 있었다.
결혼은 한번도 안하고 독신으로 지냈다. 두 남성과 오래
동안 서신으로 사귀기는 했지만 사랑이었는지 우정이었는
지 문학으로의 지인이었는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홀로 지
내면서 사랑의 그리움, 사랑의 아름다움, 사랑의 희열을 동
경하면서 시를 지었는데 오늘은 그녀의 정열적인 <격정의
밤>을 소개한다. 한번 읊어 보자.
<격정의 밤> Wild Nights!
격정의 밤! 격정의 밤!
당신과 함께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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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정의 밤은
우리 애욕의 만족!
Wild nights -- Wild nights!
Were I with thee
Wild nights should be
Our luxury!
바람도 힘이 없어
항구에 정박한 우리 마음에는,
이제는 나침반도 필요 없고
항해 용 지도도 필요 없어.
Futile -- the winds --
To a heart in port --
Done with the compass --
Done with the chart!
에덴에서 노 저을 수 있다면!
아! 바다의 파도!
오늘 밤엔 오로지
당신 안에 묻힐 수 있다면!
Rowing in Eden --
Ah, the sea!
Might I but -- Tonight --
In thee!
이 시에는 설명이 없다. 이야기가 없다. 대신 감탄사로 차
있다. 첫 聯에서는 애인과 다시 만나고 싶은 바램, 마음껏 제
한 없이 사랑으로 한 밤을 지내고 싶은 애욕을 표현하고 있
다. 영어 단어 luxury 는 '사치, 쾌락' 으로 해석할 것이 아니고
고대어로 쓰이던 '색욕' lust 으로 해석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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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째 연에서는 온갖 폭풍을 이겨내고 항구에 도착한 한 쌍
의 연인을 묘사하고 있다. 이제는 바람이 무서울 것도 없고,
그동안 써 왔던 나침반도, 항해 용 지도도 필요가 없는 것이
다. 항해는 끝났고 항구에서 둘은 한 몸, 한 마음이 되었다 (a
heart in port).
마지막 연에는 많은 단어들이 생략되어 있다 (영어로
ellipsis 가 되어 있다). 그래서 독자들이 빠진 말들을 상상하
여 뜻을 파악하여야 한다. 아름다운 에덴 동산에서 배를 젓
는 기분으로 성교를 하는데 (첫째 行), 마치 영화 <지상에서
영원으로>의 파도치는 해변가에서의 정사같이 (두째 행), 정
말로 오늘 밤은 당신 안에 내가 들어가 있으면 오죽 좋을까
(세째와 네째행) 라는 것이다. 이 시가 출판 될 때 시인의 친
구이자 편집자인 히긴슨(Higginson)은 독자들이 시인의 뜻
이상으로 상상의 날개를 펴지 않을까 하고 걱정까지 하였
다. 걱정대로 시의 話者가 남자라고 주장하는 독자도 있다.
이 시를 종교적 경험의 표현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애인
은 하느님이다. 하느님과 직접 통화를 한다는 기독교 신비주
의자들은 하느님과 통화를 하면서 성적 희열과 비슷한 즐거
움을 느낀다고 한다. 미칠듯한 기쁨과 황홀에 넘쳐서 하느님
께 "저를 찔러 주십시오" 라던가 "제 영혼을 꿰뚫어 주십시
오" 라고 부르짖는다. 이 시도 이렇게 하느님과 대화하면서
느끼는 희열을 주제로 하고 있다는 것이다. 마치 조각가 베
르니니(Bernini)의 <성 데레사의 희열>같이 해석하는 것이
다.
다음은 <진실을 모두 말해라 하지만 비스듬히 말해라>를
소개한다. 우리는 법정에 서면 <성경>을 손에 들고 맹세한
다. 진실을 말하겠다고, 모든 진실을, 그리고 진실 만을 말하
겠다고 맹세한다 (I swear by almighty God to tell the truth, the
whole truth, and nothing but the truth). 솔직하고 군 말이 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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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선적으로 진술을 하여야 한다. 그러나 디킨슨은 진실을 완
곡하게(in Circuit) 나타내야 한다고 말한다.
<진실을 모두 말해라 하지만 비스듬히 말해라>
TellAll the Truth but Tell It Slant
진실을 모두 말해라 하지만 비스듬히 말해라 --
돌려서 말해야 성공한다.
진실은 너무나도 놀랄만하기 때문에
연약한 즐거움에는 너무나 눈부신다.
Tell all the truth but tell it slant —
Success in Circuit lies
Too bright for our infirm Delight
The Truth's superb surprise
번개에 관해서는 친절하게 설명해 주어야
어린이들이 안심하듯이
진실은 점진적으로 눈부셔야지
그렇지 않으면 모든 사람을 눈 멀게 한다 --
As Lightning to the Children eased
With explanation kind
The Truth must dazzle gradually
Or every man be blind —
어린이들이 번개칠 때 놀래지 않게 하려면 번개의 무서운
힘을 말 할 것이 아니라 동화에 나오는 이야기 처 또 친절
하게 설명하라는 것이다. 어린이들은 번개의 진실을 받아들
일 만큼 강하지 않기 때문이다. 성인인 우리도 진실 앞에서
는 이를 인식할 만큼 강하지 못하다 (infirm delight). 천둥같이
눈부신 진실을 직시할 수 있는 강한 눈이 우리에게 없기 때
문에, 경사지게(slant) 빛을 쪼여주라고 그녀는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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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이 시에서도 直喩(As lightning ...), 隱喩(light), 引喩
(lightning)를 써서 정곡(point blank)을 활로 쏘듯 하지 않고
빙빙 주위를 돌면서 중심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더 나아가
서, 시를 쓸 때도 진실을 돌려서 말하라고 암시하는 것 같다.
脚韻은 짝수 行에서 지켰다 (lies, surprise; kind, blind). 1행
과 3행에서는 slant 와 delight 로 끝나는데 완전 각운이 아니
기 때문에 이런 운을 slant rhyme 이라고 부른다. 1행의 slant
의 뜻을 강조하기 위해서 slant rhyme 을 썼다고도 한다. 頭韻
(superb, surprise)과 中間韻(bright, delight)도 이용하였다. 홀
수의 행은 弱強四步이고 짝수의 행은 弱強三步이다.
홀수 행: Tell all / the truth / but tell / it slant
짝수 행: Suc- cess / in Cir- / cuit lies
다음은 이루어지지 못한 사랑을 슬퍼하는 <꽃으로>이다.
<꽃으로> With a Flower 이재관 역
그대 가슴에 피어 있는 나의 꽃
거기 들어가 숨는다
물론, 그대 역시 날 품어준다 --
나머지는 천사들이 알리라.
I hide myself within my flower,
That wearing on your breast,
You, unsuspecting, wear me too --
And angels know the rest.
그대 꽃병에서 시드는 나의 꽃
거기 들어가 숨는다
물론, 그대는 내 생각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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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이라 할 만한 것을 느끼리라.
I hide myself within my flower,
That, fading from your vase,
You, unsuspecting, feel for me
Almost a loneliness.
마지막으로 <미워할 시간이 없었다>를 소개한다.
<미워할 시간이 없었다> I had no time to hate, because
나는 미워할 시간이 없었다. 왜냐하면
무덤이 못하게 했기 때문이다.
또 인생은 그리 길지 않기 때문에
적의로 끝낼 수도 없었다.
I had no time to Hate, because
The Grave would hinder Me,
And life was not so ample I
Could finish Enmity.
나는 사랑할 시간도 없었다. 허지만
인생에서 무엇인가 노력해야 하기 때문에
사랑을 위해 조그만 고통을 격었는데 내 생각에
나한테는 벅차고도 남았다.
Nor had I time to Love, but since
Some Industry must be,
The little Toil of Love, I thought,
Was large enough for Me.
디킨슨은 인생은 너무 짧기 때문에 미워하지 말고 사랑하
며 살자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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