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3.08 09:50
프로스트 (Robert Frost 1874-1963) (1)
1961년에 매서추세츠 출신인 케너디 상원의원이 미국 역
사 상 제일 어린 나이로 미국 대통령이 되었다. 그해의 대통
령 취임식은 "국민은 나라를 위해" 라는 대통령의 취임 연설
로 유명해졌다:
Ask not what your country can do for you,
ask what you can do for your country.
이 구절은 케네디 기념관 벽에도 크게 쓰여져 있는데, 사실
은 표절이라고 볼 수 있다. 케너디 대통령이 고등학교 다닐
때 교장 선생님으로부터 자주 듣던 말을 살짝 바꾸었던 것이
고, 교장 선생님은 또한 그가 하버드 대학교 다닐 때 학장의
수필에서 읽었던 하딩(Harding)의 문구를 살짝 바꾼 것이다:
(고등학교 교장)
As has often been said, the youth who loves his
Alma Mater will always ask not “What can she do
for me?” but “What can I do for her.”
(하딩의 1916년 공화당 전당 대회 연설)
In the great fulfillment we must have a citizenship
less concerned about what the government can do
for it and more anxious about what it can do for the
nation.
각설하고 케너디 대통령 취임식은 버몬트주 계관시인 프
로스트(Robert Frost 1874-1963)가 초대되어 백발을 휘날리
며 시를 읊었던 것으로도 유명하다.
87세의 노인은 44세의 새 대통령을 위해 특별히 지은 祝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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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대통령으로부터 부탁받은 자신의 시 <완전한 선물> (The
Gift Outright)을 읊으려고 했다. 그러나 쌓인 흰 눈에 반사된
광선으로 글이 안 보여 축시 읽기는 포기하고 암기하고 있던
자작시 만을 암송하게 되었다. 축시는 취임식 후에 대통령에
게 전달되었는데 "시와 권력의 황금 시대가 도래하였다"
(A
golden age of poetry and power / Of which this noonday's the
beginning hour) 로 끝난다.
노인과 청년은 선거 유세 때부터 죽이 맞았다. 프로스트
는 케너디가 대통령이 되리라고 기회 있을 때마다 예언하였
고, 케네디 대통령 후보는 프로스트의 시 한 구절을 선거 유
세에서 자주 인용하였다:
나는 약속을 지켜야 해
그래서 자기 전에 여러 마일을 걸어야 해
But I have promises to keep
And miles to go before I sleep.
프로스트는 딱딱한 文語體를 피하고 구수한 口語體를, 그
것도 미국 고유의 구어체로, 그것도 이곳 뉴잉글런드의 구어
체를 써서 이야기하는 시, 노래하는 시로 만들었다. 20세기
에 들어서면서 고전 定型詩가 韻律을 무시하는 현대 自由詩
로 대치되고 있었으나, 프로스트는 끝까지 정형시를 고수하
면서 자유시는 "테니스를 네트 없이 치는 것과 같다"고 했다.
그는 어려서부터 시인의 길을 택했다. 이 길은 남들이 덜
택한 길이었다. 그러나 이 길은 그에게는 올바른 길이었고
유일하게 택할 수 있었던 길이었는지 모른다.
<가지 않은 길> 피천득 역
The Road Not Tak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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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숲 속에서 길이 둘로 갈라져 있었다.
안타깝게도 나는 두 길을 다 갈 수 없는
한 사람의 나그네로 오랫동안 서서
한 길이 덤불 속으로 꺾여 내려간
바라다 볼 수 있는 데까지 멀리 보았다.
Two roads diverged in a yellow wood,
And sorry I could not travel both
And be one traveler, long I stood
And looked down one as far as I could
To where it bent in the undergrowth;
그리고 똑같이 아름다운 다른 길을 택했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풀이 더 우거지고 사람이 걸은 자취가 적었다.
하지만 그 길을 걸음으로 해서
그 길도 거의 같아질 것이지만,
Then took the other, as just as fair,
And having perhaps the better claim
Because it was grassy and wanted wear,
Though as for that the passing there
Had worn them really about the same,
그 날 아침 두 길은 낙엽으로 덮여 있었는데
아무에게도 밟혀 더렵혀지지 않은 채로였다.
아, 나는 한 길을 훗날 밟기로 했다.
길은 다른 길에 이어져 끝이 없었으므로
내가 다시 여기 돌아올 것을 의심하면서.
And both that morning equally lay
In leaves no step had trodden black.
Oh, I kept the first for another 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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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t knowing how way leads on to way
I doubted if I should ever come back.
나는 먼 훗날에 어디에선가
한숨을 쉬며 이야기를 할 것이다.
숲 속에서 길이 둘로 갈라져 있었는데,
나는 사람이 적게 간 길을 택하였고,
그것으로 해서 모든 것이 달라졌다라고.
I shall be telling this with a sigh
Somewhere ages and ages hence:
Two roads diverged in a wood, and I,
I took the one less traveled by,
And that has made all the difference.
이 시는 애매모호한 곳도 제법 있기 때문에 話者의 뜻을
헤아리는 데도 이렇게 해석할까 아니면 저렇게 해석해야 할
까 선택을 해야한다. 마치 화자가 이 길을 택할까 저 길을 택
할까 했듯이.
우리는 살아가면서 계속 선택을 한다. 모아둔 콧물 묻은
돈으로 아이스크림을 살까 아이스케이크를 살까 부터 시작
해서, 은퇴하고 플로리다로 갈까 말까에 이르기까지 선택의
연속인데, 선택은 점점 어려워지고, 과거에 이러지 않고 저
랬더라면 지금은 더 행복할까 궁금하기 짝이 없다. 화자는
이런 인생의 선택을 숲속의 갈림 길에 隱喩한 것이다.
나뭇잎이 초록색에서 노란색으로 변하며 떨어지는 가을
숲 길을 걷고 있다. 중년 위기에 접어든 시기가 아닐까? 가을
에 비중을 안 주면 더 이른 청년일 수도 사춘기일 수도 있겠
다. 길이 두 갈래로 나뉘어 있다. 두 길을 다 가고 싶지만 그
럴 수 없는 형편, 한쪽 길이 어떨까 열심히 보지만 길이 굽어
져 멀리 볼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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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딴 길을 택한다. 왜냐하면 딴 길도 마찬가지로 아름
답고 사람들이 덜 걸어 다녀서 풀도 제법 자라 있고 덜 밟혀
있기 때문이다. 보통 택하는 선택을 피하고 남들이 덜 택한
별난 선택을 한다. as just as fair 는 아름다운 만큼 공정하다
는 뜻이 아니고 마찬가지로 아름답다는 뜻, wanted wear 에서
wanted 는 lacking 이라는 뜻, as for that 의 that 는 택하지 않은
길이다.
훗날에 지금을 회상하겠지.
한숨 쉬면서 이야기 하겠지.
그런데 한숨은 슬퍼도 한숨이지만 즐거운 한숨도 있다.
행복하게 되었는지 불행하게 되었는지 알 수가 없다.
네 聯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한 연은 다섯 行로 되어 있고
1, 3, 4 행이 같은 脚韻이고 2, 5 행이 같은 각운이다. 첫 연을
예로 들면 wood, stood, could 와 both, undergrowth 이다. 그리
고 8 행에서 頭韻도 썼다 (wanted wear). 한 행은 8개의 음절
로 되어 있는데 약강 / 약강 / 약강 / 약강 으로 되어 있다:
Two roads / di- verged / in a yell- / ow wood
And sor- / ry I could / not trav- / el both
And be / one trav- el / er, long / I stood
And looked / down one / as far / as I could
To where / it bent / in the un- / der growth;
위에서 각 행마다 약강 을 약약강 내지 약강약 으로 대치한
곳이 있는데 (제1행에서 in a yell 제3행에서 one trav- el 등등)
이렇게 대치한 이유는 시의 리듬을 자연스 게 하기 위해서
또는 뜻을 강조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아니면 기본 율인 약
강을 마출 수가 없었을지도 모른다.
우리의 생은 선택의 연속이다. 박목월 시인의 부인과 아
들 이야기가 생각난다. 6.25 사변이 일어나 박목월은 먼저 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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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으로 피난을 갔다. 후에 부인은 아들 딸 데리고 남편 만나
러 남하하다가 마음을 바꾸고 다시 서울로 올라가기로 결정
했다. 부인은 쌀을 아들에게 지우게 하고 자신은 딸을 업고
짐을 들고 걸었다. 다음은 아들의 이야기이다.
나는 쌀자루를 메고 앞서 걷고 있었는데 낯모르는 청년이
와서 "무겁겠구나" 하고 쌀자루를 대신 저 주었다. 그 청년
은 점점 빨리 걸었고 나는 따라가느라고 뛰다시피 했는데 길
이 둘로 갈라졌다. 청년이 간 길을 따라 가자니 뒤에서 올 어
머니가 딴 길로 가시면 낭패라는 생각이 들어 어머니를 놓칠
까봐 그냥 앉아 있었다. 얼마 후에 도착한 어머니가 쌀자루
가 없는 것을 보고 얼굴이 창백하게 변했다. 한참 있더니 내
머리를 껴안고 "내 아들이 영리하고 똑똑해서 에미를 잃지
않았네" 하시며 우셨다. 그날 밤 삶은 고구마 두 개를 얻어 오
셔서 내 입에 넣어 주시고는 "내 아들이 영리하고 똑똑해서
내가 아버지를 볼 낯이 있지" 하셨다.
프로스트는 하버드와 다트머스를 다니기는 했으나 건강
상 중퇴를 해서 학위를 받지 못했다. 그러나 후에 하버드와
다트머스에서 뿐만아니라, 예일, 컬 비아를 위시 많은 대학
교에서 명예 박사학위를 받았다. 퓰리처상을 4번이나 받았
고 전국예술원(NIAL)에서는 드물게 수여하는 금상을 받았
으며 버몬트주의 계관시인이 되었다. 20세기 미국 시인 중에
서 가장 존경을 받고 있다.
프로스트는 태어나기는 미국 서부였으나 동부로 이사와
서 정착하였다. 할아버지가 사준 농장에서 십여년 동안 농사
를 지었으나 재미를 보지 못하고 농장을 떠나 교육가가 되었
다. 농사를 지으면서도 꾸준히 시를 썼는데 뉴잉글런드의 자
연과 인심을 토속 口語體로 표현하였다. 1963년에 보스턴에
서 세상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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