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등학교 제10회 동창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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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철 Photography

들꽃 여행 (56)

신종철 2011.08.23 10:20 조회 수 : 4420

 

신목사와 함께 하는 들꽃 여행. 56

  노루오줌

  꽃의 아름다움만큼이나 이름도 아름다운 들꽃들이 많이 있다. 그런가 하면 꽃의 아름다움과는 달리 부르기에 거북스러운 이름도 있다. 예를 들면 이른 봄 들판의 밭둑에 잔디처럼 낮게 깔려 보라색의 꽃을 피우는 들꽃이 있다. 무리지어 핀 것을 보면 얼마나 예쁜지, 그런데 꽃 이름이 말하기에 민망스럽게도 개불알풀이란다. 오늘 만나는 들꽃도 아름다움에 어울리지 않게 노루오줌이다. 잘 청소되지 않은 화장실에 들어가면 역한 냄새가 난다. 생리적인 문제를 해결하려면 잠시 숨을 쉬고 참아야 하지만, 다시는 그곳에 가고 싶지 않게 된다. 오줌 냄새 때문이다. 그런데 하필이면 꽃 이름에 오줌이 웬 말인가?

  노루오줌은 전국의 산에 나는 여러해살이풀이다. 산 가까이의 논둑에서도 자란다. 물기가 많은 곳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7~8월에 원 줄기 끝에서 길게 중심의 축이 발달되고 여기에서 가지가 나와 분홍색의 꽃이 달린다. 전체가 원추형으로 꽃은 밑에서부터 피어 올라간다. 이렇게 꽃이 아래에서부터 위로 순서를 따라 피는 것을 원추화서(圓錐花序)라고 한다. 꽃이 한꺼번에 피지 않고 아래에서부터 차례로 피어올라가기 때문에 꽃이 피어 있는 기간이 길다. 꽃을 오래 볼 수 있고 특이한 생김새나 아름다운 색, 그리고 기르기 쉽기 때문인지 들꽃정원에 무리지어 심는 곳도 많이 볼 수 있다.   

  이렇게 아름다운 꽃 이름이 왜 노루오줌인가? 노루가 물을 마시러 자주 내려오는 물가에서 잘 자라는 데 노루가 물만 먹고 가는 것이 아니라 거기에 오줌을 싸고 가기 때문에 그 뿌리에서 노루의 오줌 냄새가 난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그런데 뿌리에서만 냄새가 나는 것이 아니다. 꽃에서도 역겨운 냄새가 난다. 필자가 아내와 함께 강화 외포리에 갔다가 내가저수지를 지나 고비고개를 넘어 집으로 오는 데 길 옆 습기가 많은 경사면에 노루오줌이 줄을 지어 피어 있었다. 반가움에 차를 세우고 혹시라도 들꽃을 만나지 않을까 하여 준비해간 카메라를 들고 사진에 담았다. 꽃의 색깔이 보암직하고 향기도 좋을 듯싶어 한 가지를 꺾어 차 안에 놓아두었더니 매우 고약한 냄새가 나는 것이었다. 노루+오줌인 것을 깜빡 잊었던 것이다. 그렇지만 일부러 코를 대고 냄새를 맡지 않는다면 꽃을 감상하기에는 무리가 없을 듯싶다. ‘오줌’이란 단어가 들어간 들꽃이 또 하나 있는데 쥐오줌풀이다. 이 역시 그 뿌리에서 쥐의 오줌 냄새가 나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이 둘은 이름과는 달리 봄에 나는 어린잎은 나물로 먹으며, 전초는 약제로 쓰인다고 하니 겉만 보고 사람을 평가하지 말아야 하듯, 이름만 보고 꽃의 아름다움과 그 유익한 쓰임마저 평가절하하지 않아야 할 것이다.     

노루오줌.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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