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목사와 함께 하는 들꽃 여행. 67
노박덩굴
제주도가 아니라면 서리가 내린 뒤 산행을 하면서 들꽃과의 만남을 기대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렇다. 모든 들꽃들이 자취를 감추어 버렸다. 줄기마저 시들어 말라버려 흔적도 찾기 힘든 철이다. 그러나 꽃 보다 더 예쁜 열매를 맺는 식물들이 있다. 봄 아니면 여름에 꽃을 피웠을 텐데 이제 열매로서 그 아름다움을 한껏 자랑하는 녀석들이 있는 데 그 중 하나가 노박덩굴이다. 노박덩굴은 산과 들의 숲 속에 나는 낙엽 덩굴식물이다. 덩굴이라고 하지만 나이가 들어가면서 아래 부분은 굵은 줄기가 나무에 가깝고, 그 가지들은 이리저리 얽혀 덩굴을 이룬다. 초여름에 잎겨드랑이에 꽃이 달린다. 꽃이 작고 색이 잎과 비슷한 연두색이어서 주의해 보지 않으면 그냥 지나치기 쉽다. 꽃 같지 않은 꽃이라고 하겠다. 그러나 가을의 열매는 보는 이로 하여금 걸음을 멈추고 가까이 다가서게 한다. 멀리서 볼 때 철을 잃어버린 꽃인가 하여 가까이 가 보면 꽃이 아니라 열매다. 노란색 껍질을 깨고 나온 빨간 열매가 속살을 보인다. 어느 여인의 입술연지가 이처럼 아름다울까? 루비가 아름답다 한들 이 열매만 할까? 싶다. 노박덩굴과 같은 과에 속하는 나무들로 화살나무, 회잎나무, 참회나무, 참빗살나무, 그리고 우리가 흔히 보는 사철나무 등이 있는데 하나같이 가을에서 겨울에 걸쳐 예쁜 열매를 달고 있는 나무들이다.
35년 전 필자가 살던 집은 한옥으로 뒤뜰에 노박덩굴이 있었다. 늦은 가을에서 겨울까지 매달려 있는 열매가 얼마나 예뻤던지 그 때를 생각하며 강화 필자의 집에 금년 봄에 종묘상에서 묘목 한 그루를 구입하여 심었다. 그런데 그 예쁜 열매를 보지 못하게 되지는 않을까 걱정스럽다. 이 글을 쓰면서 노박덩굴에 대해 이것저것 알아보는 중에 노박덩굴은 암수 딴 그루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만약 내가 심은 것이 수꽃만 피는 나무라면 열매는 기대할 수 없지 않은가? 그럼에도 기대를 해본다. 다른 자료에는 양성화(兩性花)와 단성화(單性花)가 한 그루에 있는 잡성화(雜性花)라고 되어 있기 때문이다. 양성화는 암술과 수술이 모두 있는 꽃을 말하고 단성화는 암술과 수술 중 하나가 없는 꽃을 말한다. 노박덩굴은 기이하게도 꽃 하나에 암술 수술이 다 있기도 하고, 암술만 있거나 수술만 있는 꽃이 피기도 하는데 이 꽃들이 한 나무에서 핀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필자의 집에 심은 노박덩굴이 예쁜 열매를 맺기를 기다려볼만 하지 않은가? 노박덩굴은 관상용 가치 외에 뿌리와 줄기, 열매가 다 약제로 쓰이고, 줄기 껍질의 섬유로는 마대나 노끈, 밧줄을 만드는 데 쓰인다고 한다. 참 고마운 식물이다.

신종철 / 들꽃사진작가, 감리교 원로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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