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목사와 함께 하는 들꽃 여행. 68
호랑가시나무
성탄절이 가까이 오고 있다. 성탄절에 먼저 떠올려지는 나무가 호랑가시나무다. 호랑가시나무 가지로 둥글게 다발을 만들어 현관 입구나 실내 벽에 걸어 장식하거나 성탄 카드에 은종이나 촛불과 함께 호랑가시나무 잎과 열매가 그려지는데 진초록의 잎과 붉은 열매가 매혹적이다. 호랑가시나무는 잎이 육각으로 모지고 모서리가 가시로 되는 상록의 관목(灌木=줄기가 여럿인 키 작은 나무)으로 4~5월에 작고 흰 꽃이 피지만 꽃 보다는 가을에 열매가 빨갛게 익어 꽃을 보기 힘든 겨울 내내 나무에 달려 있어 아름다움을 뽐낸다. 참고로 줄기가 곧고 키가 4~5m 이상인 나무는 교목(喬木)이라고 한다.
호랑가시나무에 얽힌 이야기가 있다. 예수님께서 골고다 언덕에서 가시관을 쓰고 이마에 피를 흘리며 고통을 받을 때 그 고통을 덜어주려고 로빈이라는 작은 새가 예수님의 머리에 박힌 가시를 부리로 뽑아주려고 애쓰다가 자신도 가시에 찔려 죽고 말았다고 한다. 이 로빈새가 호랑가시나무의 열매를 잘 먹기 때문에 서양에서는 이 나무를 신성시 하게 되었다고 한다. 또 날카로운 가시가 나 있는 잎은 예수님이 골고다 언덕에서 머리에 쓴 가시관 즉 예수님의 고난을, 붉은 열매는 가시에 찔려 흐르는 핏방울 즉 예수님의 보혈을 상징한다고 한다. 이 외에도 우유 빛의 꽃은 예수님의 탄생을, 나무껍질의 쓰디쓴 맛은 예수님의 수난을 의미한다. 이런 저런 연유로 호랑가시나무가 성탄절에 장식용으로 쓰이고 성탄 카드에도 그려 넣게 되어 기독교와 깊은 인연을 맺게 된 나무다.
기독교가 널리 퍼지기 전에도 로마인들은 이 나무를 집안에 심으면 재앙이 없어지고 기쁜 일이 생긴다고 믿었다고 하는데, 우리나라에서도 남해안 바닷가 마을들에서 음력 2월 초하룻날 영등날에 호랑가시나무 가지를 꺾어서 처마 끝에 매달아 가시로 귀신의 눈을 찔러 들어오지 못하게 하였다고 한다. 이런 연유에서인가 꽃말이 ‘가정의 행복, 평화’라고 한다.
호랑가시나무라는 이름의 내력이 재미있다. 우리나라에서는 호랑이가 이 나무에 붙은 가시에 등을 긁는다고 하여 ‘호랑이 등 긁기 나무’에서 호랑가시나무가 되었다고 하고, 중국에서는 이 나무의 가시가 고양이의 발톱을 닮았다 하여 묘아자(猫兒刺), 또는 늙은 호랑이의 발톱을 닮았다 하여 노호자(老虎刺), 나무의 줄기가 개 뼈를 닮았다 하여 구골목(拘骨木) 등으로 불린다고 한다.
호랑가시나무는 경상남도와 전라남도의 따뜻한 남쪽 지방의 산기슭 양지쪽에서 자라는 난대성 식물이지만. 남부 식물의 서식지 북상으로 지구 온난화가 증명되고 있는 것으로 보아 지금과 같은 온난화 추세라면 언젠가는 서울에서도 호랑가시나무를 보게 될 것이리라.

신종철 / 들꽃사진작가, 감리교 원로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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