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등학교 제10회 동창회

한국어

글모음 2

원방현 詩수필




  
                        배 뜨기 전

                                                   - 조병화 선생님-

                        해도 뜨지 않은 해안통을
                        아낙네들이 바삐 걷는다

                        옥양목 두루마기가 유달리 소리친다
                        뒤따른 아이는 이화 없는 모자를 사 들였다

                        시간도 배이름도 모르고
                        아낙네와 아이는 그저 바쁘다

                        비 내린 발동선 난간에
                        무뚝뚝한 선원들이 눈을 비빈다

                        스물도 안 난 새 며느리는
                        목장갑을 다시 끼고 다시 끼고

                        시아버지는 노점 해장국에
                        검은 수염을 푹 담근다

                        제법 신사라고
                        넥타이 비뚤은 양복쟁이는
                        멋대가리 없는 점잖을 뽑고 서 있고

                        부두엔
                        너 나 할 것 없이 다 사투리를 쓴다

                        태양이 세관창고 사이를 뻘겋게 뛰어 오르고
                        뗌목선이 출렁출렁 붉은 바다는 아침을 띄운다

                        충청도 외섬행 보성호는
                        발동이 켜졌다 죽었다 하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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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하고 침울하고 답답한 이른 아침이면

나는 내가 잠시 살던 고장 인천 관상대, 박물관, 인천각

(이러한 건물들은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없어지고

박물관이 있던 자리에 지금은 맥아더 동상이 서 있다.)

이 있는 만국공원과 이 시와 같은 해안통을 많이 걸어서 다녔다.

이 시는 이러한 날의 아침풍경을 그대로 스케치 한 것이다.

우리네들의 생활풍경이다.

우리들이 아무 것도 생각하지 않고 누워 있을 이른 아침,

지구 한 구석 해안통엔 이러한 바쁜 미지의 생활이 움직이고 있다.

나는 이러한 혼자의 생활을 일년 반이나 하고 서울로 다시 돌아왔다.

(199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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