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01 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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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사
동기회장 원창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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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0여년 전으로 돌아갑니다.
우리 모두 타이머신을 탑시다. >
1. 우리는 행운아였다. 전쟁중에, 피난지에서,
학교에 다녔다. 국가고사를 보았다.
서울중학에 합격했다. 전국 곳곳에서 하나
둘 서울로 모였다.
2. 서울에서는 덕수,수송,청운,효제,남대문,
일신,미동,창신,광희,
이희경과 원창묵은 종암국민학교
3. 운동장에는 달표면같은 웅덩이가 여럿
있었다. 포탄이 떨어진 자리였다.
본교사는 철조망으로 둘러친 상태였고.
4. 합판 칸막이를 한 체육관교실에서 공부를
시작했다. 옆교실 소음이 다 들렸다.
5. 중2가 됐다. 휴전회담이 계속되고 있었다.
고등학교형들 따라 종로를 내달렸다.
8렬종대로 "휴전반대, 휴전반대"를
외치면서.
6. 졸업생 백행걸중위가 미8군 사령관
밴 플리트 장군비서였다. 이런 똑똑한
장교를 키운 학교를 그 장군이 방문하고
싶다는 거였다.
며칠을 땡볕에서 연합사열 연습을 했다.
백행걸선배는 그후 어찌 되셨나?
7. 중3때다.
*원어민 영어 발음하는 김은철선생님은
더블차림의 멋쟁이였다.
로우 로우 유어 보우트 노래를 멋진
스텝과 함께 부르셨다.
* 수업끝 부저가 울리고 몇분을 더 가르치는
마두선생을 우리들이 좋아 했을까?
생기신대로 말xxx라고 불렀다.
* 대수,물리,국어 세 과목을 가르치신
조병화선생님은?
그 분도 참지 못했다. 출석부를 휘두르셨다
8. 조흔파 명랑소설 얄개전이 학원잡지에
실리고 있었다.
두 주인공 인숙이와 두수가 이번 달엔 무슨
엉뚱한 짓을 할까?
교실에 들어서신 조병화선생님,
"누가 학원 가져 왔나? 읽어라!" 모두들 발을
구르고 함성 지르고,
조선생님 인기만점이셨다.
9. 고1 때야 비로서 본관 교실에 들어갔다.
주둔했던 영국군이 철수한 것이다
그 교실에서 우리는 베토벤 전원교향곡을
감상했다. 전축을 옮겨 놓고, 이건 새 소리,
이건 물소리로 들리잖니? 고전음악을 듣는
귀를 만들어주신 서수준 선생님. 조회때
애국가 교가는 우렁찼다.
양손을 크게 크게 휘두르며, 발뒤꿈치를
높게 높게 올리시는 작으마한 선생님이
계셔서였다.
음악선생님 또한분은 무엄하게도 뻔대라고
불리운 이성삼선생님. 유감스럽게도 뭘
배웠는지 기억이 없는데, 황서학이를 시켜
미국문화원서 빌려온 영화를 보여주셨다.
영화 보는 눈을 틔워 주신 거다.
10. 가을에 열리는 경복궁 국전에 줄서서 갔다.
윤재우 선생님 인솔로, 전시작품중에
윤선생님의 입선작 "선창가"라는 표제의
유화가 있었다.
4B연필로 자기손도 그렸지만 명화도 봤다.
후기인상파 화첩을 넘기며 왜 반 고흐는
자기 귀를 잘랐나? 붕대 감은 반고흐의
자화상을 보여주셨다. 진한 남도 사투리를
쓰시면서. "귀를 짤라브라 반 고흐"
11. 삼각형ABC 기하를 가르치고 담임도 하신
육인수선생님.
열정적으로 서양사를 가르치신 이성수선생님.
두분 모두 수업시간을 정견발표장인양
자유당정치를 비난했다.
몇년 훈가? 두 분 모두 국회의원이 돼 있었다.
12. 학생 영화관 입장 금지이던 시절, 하물며
수업시간에, 작당해서, 다섯명씩이나 학교를
빠져나간 것이다. 상영중인 동양극장 소파에
줄줄이 누워 "아메리카 타국땅에" 어쩌고
하는 노래를 부르는데,
"차이나거리? 하며 내려다보는 이 있으니
바로 훈육주임 정유세선생이셨단다.
키다리 수위 아저씨가 일러바친 거다.
정학처분이 내려지고 풀리기까지
상당액의 썸싱이 있었다는 후문.
증언자는 이,이,이,이,이.다섯 이가들이다.
13. 눈물 흘리고 나오는, 아니 박수 치고
나오는 건국전쟁을 보셨는지?
우리는 그때 생신때 서울운동장서 뵀다.
본부석 건너편 스탠드에서 찬가를 불렀다.
"우리나라 대한나라 독립을 위해 한평생"
어쩌고 하는 노래를 체육관에 여학생을
불러서 같이 연습했다.
첫해는 경기여고, 다음해는 이화여고. 기억이
난다고? 나지.
하여간 김원규교장의 섭외력은 놀라웠다.
기억나면 한번 불러보시라.
"우리나라 대한나라 독립을 위해..."
14. 김원규교장의 조회훈시는 길고길었다.
길다보면 1교시는 반쯤 지나기도 했다.
한소리 또 하고, 한소리 또 하셨다.
그러다가 외부강사를 모시기도 했다.
강단에 오른 분은 노인이었다. 반바지에
웃통은 만년샤쓰.변영태장관!
퇴임하신 후였을 거라. 커다란, 아주 묵직해
보이는 아령을 휘두르시는 거다.
병약해서,추스리려고 29살에 시작했는데
10대 학생들이 하면 훨씬 좋겠다는
말씀이셨다.
빡빡한 출장비를 아껴 국고에 반납한 분이다.
백수십명 자유당장관 중에서 축재를 안하신
유일한 분이다.
** 또 한 분을 기억한다. 가나안농군학교
김용기박사다.
물자 아끼자가 제일 큰 가르침이었다.
양말을 빨때 발바닥에만 비누질하라.
발등이나 발목은 하지 마라.
힘도 덜 들고 물도 덜쓴다.
70년전 그때보다 더 낭비가 많은 요즘이다.
< 이제 타임머신서 내리시지요. >
15. 고3때 앞에, 옆에, 뒤에 앉았던 친구들이
보고싶다. 짝이던 이완우는 결혼을 일찍
하더니 웬일로 세상을 등졌고, 세브란스의사
김진수는 담배를 즐기더니 말년에 크게 고생
하다 갔다. 일찍 미국에 간 김익풍은 소식이
없는데 도곡동 내과의 최종후는 요즘 걸음이
힘든가보다.
16. 깨끗하자.
부지런하자.
책임 지키자.
교훈을 잊지않고 산다. 서초동에 옮겨간
서울고등학교 새 건물 정면에 큰 글씨로
"언제 어디서나 그 자리에
없어서는 안될 사람이 되라"
는 현판이 붙어있다. 귀에 못이 박힌 말이다.
자문한다. 나는,
"나는 과연 없어서 안될 사람이었나!"
*** 이 말은 꼭 하렵니다.
저의 뭘 보고 지명했을까요? 왜 제가
이 자리에 서게 됐을까요?
"나,못해!"
펄쩍 뛰었어야 했습니다.
만나는 친구들, 한마디 합니다.
"힘들거야!"
모두 건강하십시오.
곧 봄이 옵니다
2024년 2월26일
서울고등학교 10회
동창 66회 총회에서
< 70여년 전으로 돌아갑니다. 우리 모두 타이머신을 탑시다. >
1. 우리는 행운아였다. 전쟁중에, 피난지에서, 학교에 다녔다. 국가고사를 보았다.
서울중학에 합격했다. 전국 곳곳에서 하나둘 서울로 모였다.
2. 서울에서는 덕수,수송,청운,효제,남대문,일신,미동,창신,광희,
이희경과 원창묵은 종암국민학교
3. 운동장에는 달표면같은 웅덩이가 여럿 있었다. 포탄이 떨어진 자리였다.
본교사는 철조망으로 둘러친 상태였고.
4. 합판 칸막이를 한 체육관교실에서 공부를 시작했다. 옆교실 소음이 다 들렸다.
5. 중2가 됐다. 휴전회담이 계속되고 있었다. 고등학교형들 따라 종로를 내달렸다.
8렬종대로 "휴전반대, 휴전반대"를 외치면서.
6. 졸업생 백행걸중위가 미8군 사령관 밴 플리트 장군비서였다. 이런 똑똑한
장교를 키운 학교를 그 장군이 방문하고싶다는 거였다.
며칠을 땡볕에서 연합사열 연습을 했다.
백행걸선배는 그후 어찌 되셨나?
7. 중3때다.
*원어민 영어 발음하는 김은철선생님은 더블차림의 멋쟁이였다.
로우 로우 유어 보우트 노래를 멋진 스텝과 함께 부르셨다.
* 수업끝 부저가 울리고 몇분을 더 가르치는마두선생을 우리들이 좋아 했을까?
생기신대로 말xxx라고 불렀다.
* 대수,물리,국어 세 과목을 가르치신 조병화선생님은?
그 분도 참지 못했다. 출석부를 휘두르셨다
8. 조흔파 명랑소설 얄개전이 학원잡지에 실리고 있었다.
두 주인공 인숙이와 두수가 이번 달엔 무슨 엉뚱한 짓을 할까?
교실에 들어서신 조병화선생님,"누가 학원 가져 왔나? 읽어라!" 모두들 발을
구르고 함성 지르고, 조선생님 인기만점이셨다.
9. 고1 때야 비로서 본관 교실에 들어갔다. 주둔했던 영국군이 철수한 것이다
그 교실에서 우리는 베토벤 전원교향곡을 감상했다. 전축을 옮겨 놓고,
이건 새 소리,이건 물소리로 들리잖니? 고전음악을 듣는 귀를 만들어주신
서수준 선생님. 조회때 애국가 교가는 우렁찼다.
양손을 크게 크게 휘두르며, 발뒤꿈치를 높게 높게 올리시는 작으마한
선생님이 계셔서였다.
음악선생님 또한분은 무엄하게도 뻔대라고 불리운 이성삼선생님.
유감스럽게도 뭘 배웠는지 기억이 없는데, 황서학이를 시켜 미국문화원서
빌려온 영화를 보여주셨다.
영화 보는 눈을 틔워 주신 거다.
10. 가을에 열리는 경복궁 국전에 줄서서 갔다. 윤재우 선생님 인솔로, 전시작품중에
윤선생님의 입선작 "선창가"라는 표제의 유화가 있었다.
4B연필로 자기손도 그렸지만 명화도 봤다.
후기인상파 화첩을 넘기며 왜 반 고흐는 자기 귀를 잘랐나?
붕대 감은 반고흐의 자화상을 보여주셨다.
진한 남도 사투리를 쓰시면서. "귀를 짤라브라 반 고흐"
11. 삼각형ABC 기하를 가르치고 담임도 하신 육인수선생님.
열정적으로 서양사를 가르치신 이성수선생님.
두분 모두 수업시간을 정견발표장인양 자유당정치를 비난했다.
몇년 훈가? 두 분 모두 국회의원이 돼 있었다.
12. 학생 영화관 입장 금지이던 시절, 하물며 수업시간에, 작당해서,
다섯명씩이나 학교를 빠져나간 것이다. 상영중인 동양극장 소파에
줄줄이 누워 "아메리카 타국땅에" 어쩌고 하는 노래를 부르는데,
"차이나거리? 하며 내려다보는 이 있으니 바로 훈육주임 정유세선생
이셨단다. 키다리 수위 아저씨가 일러바친 거다.
정학처분이 내려지고 풀리기까지 상당액의 썸싱이 있었다는 후문.
증언자는 이,이,이,이,이.다섯 이가들이다.
13. 눈물 흘리고 나오는, 아니 박수 치고 나오는 건국전쟁을 보셨는지?
우리는 그때 생신때 서울운동장서 뵀다. 본부석 건너편 스탠드에서 찬가를 불렀다.
"우리나라 대한나라 독립을 위해 한평생" 어쩌고 하는 노래를
체육관에 여학생을 불러서 같이 연습했다.
첫해는 경기여고, 다음해는 이화여고. 기억이 난다고? 나지.
하여간 김원규교장의 섭외력은 놀라웠다.
기억나면 한번 불러보시라.
"우리나라 대한나라 독립을 위해..."
14. 김원규교장의 조회훈시는 길고길었다.
길다보면 1교시는 반쯤 지나기도 했다. 한소리 또 하고, 한소리 또 하셨다.
그러다가 외부강사를 모시기도 했다.
** 강단에 오른 분은 노인이었다. 반바지에 웃통은 만년샤쓰.변영태장관!
퇴임하신 후였을 거라. 커다란, 아주 묵직해 보이는 아령을 휘두르시는 거다.
병약해서,추스리려고 29살에 시작했는데 10대 학생들이 하면 훨씬 좋겠다는
말씀이셨다.
빡빡한 출장비를 아껴 국고에 반납한 분이다.
백수십명 자유당장관 중에서 축재를 안하신 유일한 분이다.
** 또 한 분을 기억한다. 가나안농군학교 김용기박사다.
물자 아끼자가 제일 큰 가르침이었다.
양말을 빨때 발바닥에만 비누질하라. 발등이나 발목은 하지 마라.
힘도 덜 들고 물도 덜쓴다.
70년전 그때보다 더 낭비가 많은 요즘이다.
< 이제 타임머신서 내리시지요. >
15. 고3때 앞에, 옆에, 뒤에 앉았던 친구들이 보고싶다.
짝이던 이완우는 결혼을 일찍 하더니 웬일로 세상을 등졌고,
세브란스의사 김진수는 담배를 즐기더니 말년에 크게 고생하다 갔다.
일찍 미국에 간 김익풍은 소식이 없는데
도곡동 내과의 최종후는 요즘 걸음이 힘든가보다.
16. 깨끗하자.
부지런하자.
책임 지키자.
교훈을 잊지않고 산다. 서초동에 옮겨간 서울고등학교 새 건물 정면에 큰 글씨로
"언제 어디서나 그 자리에 없어서는 안될 사람이 되라"
는 현판이 붙어있다. 귀에 못이 박힌 말이다.
자문한다. 나는,
"나는 과연 없어서 안될 사람이었나!"
*** 이 말은 꼭 하렵니다.
저의 뭘 보고 지명했을까요? 왜 제가 이 자리에 서게 됐을까요?
"나,못해!"
펄쩍 뛰었어야 했습니다.
만나는 친구들, 한마디 합니다.
"힘들거야!"
모두 건강하십시오.
곧 봄이 옵니다
2024년 2월26일
서울고등학교 10회
동창 66회 총회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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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사.동창회 회장 원창묵
| 이범상 | 2024.03.01 | 6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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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범상 | 2024.02.21 | 2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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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공원박관영제공
[1] | kypark | 2022.05.29 | 8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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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산회/서울대공원/2022.05.29/박관영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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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방현 | 2021.07.27 | 7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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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드름 그리고 겨울오리/2021.1.11./권희영제공
[1] | 원방현 | 2021.01.11 | 1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