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등학교 제10회 동창회

한국어

글모음 2

정유석의 [정신건강에세이]

음악과 건강/정유석제공/Facebook

2016.06.30 01:11

원방현 조회 수:24

[정신건강 에세이]

음악과 정신건강 

 

“너 고귀한 예술이여, 수많은 우울한 시간 중/

인생의 황량한 폭풍이 소용돌이 칠 때/

너는 내 마음 속에 온화한 사랑과 즐거움이 솟게 만들었지./

너는 나를 더 나은 세계로/

더욱 행복한 세계로 인도해 주었지.”

 

슈베르트의 가곡 ‘음악에게’(An die Musik)의 일절 가사다.

연가곡 ‘백조의 노래’에 나온다. 친구면서 후원자였던

프란츠 폰 쇼버의 시를 사용해 만든 작품으로

음악이 인간에게 끼치는 지대한 공헌에 대해 감사를 표시하는 노래다.

 

음악은 인류 문명에 항상 상존해 왔으며

소통수단으로는 언어보다도 더 자주 사용되었다.

약 5만 년 전이었을까 어머니들은

칭얼거리는 아기들을 재우기 위해 자장가를 불렀을 터이고

이 음악에 맞춰 아기들의 심장은 골고루 뛰었고 호흡이 안정되었으며

마음의 평안을 얻은 아기들은 평화롭게 잠에 들기 시작했으리라.

실제로 간난 아기들은 어머니의 노래 소리보다는

고저강약의 음향에 따라 보호자인 어머니의 존재를 인식한다고 한다.

 

음악은 우주에서 치유능력을 지녀왔다고 주장하는 학자들도 있다.

치유의 효과로 음악의 중요한 사회적 기능은 구약성서에도 기술되어 있다.

사울 왕의 우울증을 다윗은 수금을 연주하여 치료했다는 기록이 있다.

고대에서 현대에 이르기까지 여러 문화에서 샤만들은

종교 의식의 주관만이 아니라 치료자로의 역할도 맡아왔다.

그 방법으로 약초의 사용 말고도 음악을 이용했다.

그 소재는 자신들의 꿈에 기인했다고 했는데

음악의 요소인 멜로디, 리듬, 하모니가 골고루 이용되었다.

물론 ‘위약효과’(Placebo Effect)도 작용했으리라고 본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들은 음악이 건강에 도움이 준다는 점을 지적했다.

플라톤이나 아리스토텔레스가 그런 주장을 했다.

음악은 각 문화에서 독자적으로 형성되었지만

인간의 교류가 빈번해지면서 서로 영향을 주었다.

음악은 인간의 진화에서도 큰 역할을 했다.

다윈은 적자생존 법칙에서 음악이 차지하는 역할을 강조한다.

 

원시인들이 사냥에 성공하면

언어 대신 사람들이 모여 노래를 하며 축하를 했는데

여기에 춤이란 요소가 가미되었다.

약 5백 년 전부터는 음악에 직접 참여하는 대신

가정이나 리사이틀 홀, 또는 공공장소에 사람들이 모여

음악을 감상하는 습관이 생겼다.

산업혁명 이후 음악은 사회 교류의 중요한 기능으로 발전한 것이다.

 

이렇게 음악이 군중을 움직이는 힘을 발휘했기 때문에

나치스 독일은 재즈 같은 음악을 퇴폐음악이라고 규정해서 금지했고

문화혁명 당시 중국도 같은 이유로 현대음악이나 대중음악을 배척했다.

 

현대에는 MP3나 iPod등을 이용해

개인이 원하는 음악을 필요한 때 아무데서나 들을 수 있게 되었다.

모차르트 음악은 지적 기능을 항진시킨다고 해서 (소위 모차르트 효과)

유행을 크게 탄 적이 있는데 과학적으로 확인된 것은 아니다.

 

음악이 두뇌에 미치는 영향은 이제 광범위한 연구 대상이 되었다.

음악은 언어보다도 더 감정, 의욕, 보상을 관장하는

두뇌의 원초적 구조에 큰 영향을 끼친다.

기악으로 연주되는 음악에 가사가 첨부되면 가사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대뇌의 중요부위인 두뇌 피질까지 기능을 한다.

원초적 두뇌인 번연계 (Limbic System) 말고도

전에는 그 음악적 기능을 의심하지 않았던

주로 우동을 관장하는 소뇌까지 큰 역할을 한다고 알려졌다.

 

왜 음악이 율동을 유도하는지 설명이 가능하다.

음악은 두뇌 양측의 기능을 모두 요구하는 것 같다.

음악가들은 좌우두뇌를 연결하는 뇌량(腦梁, Corpus callosum)이

잘 발달되어 있다고 한다.

 

고전 음악이 우울증을 감소시킨다는 주장을 펼지는 학자들도 있다.

우울증 환들에게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3번과 5번을

일주일에 두 번 들려주면 우울증 지수가 낮아졌다고 한다.

 

이제는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LA 필하모닉의 지휘자

구스타보 듀다멜이 이끌었던

시몬 볼리바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실험도 주목할 만 하다.

베네수엘라의 가난한 청소년 5만 명에게

고전 악기를 연주하게 하여 관현악단에 참여시켰더니

갱 활동이 줄고 청소년들의 자존심이 항진되었다는 것이다.

 

슈베르트의 가곡 ‘음악에게’는 다음과 같은 가사로 끝난다.

 

“때로는 한숨이 너의 하프에서 흘러나와/

신성한 화음을 숨 쉬게 하고/

한없는 기쁨, 하늘의 축복을 보여주었지./

너 고귀한 예술이여, 네게 감사드린다./

너 고귀한 예술이여, 네게 감사를.”

정유석 (정신과 전문의)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96 정신건강에세이/정유석 원방현 2017.02.01 62
95 망상의 논리/정유석 원방현 2016.11.28 63
94 [정신건강 에세이] 연극적 성격 장애/정유석 글 file 이범상 2016.11.07 59
93 헤밍웨이 가의 자살/정유석 원방현 2016.10.23 69
92 요절한 시인 레르몬토브/정유석 원방현 2016.10.19 25
91 광장 공포증/정유석 원방현 2016.10.09 58
90 누가 버지니아 울프를 두려워하랴/정유석/Facebook 원방현 2016.09.25 42
89 에드워드 호퍼의 유화 야간 작업자들/정유석 원방현 2016.09.01 39
88 [정신건강에세이] ‘개를 데리고 다니는 부인’ /정유석 글 이범상 2016.08.01 48
87 [정신건강에세이] 존 치버의 금주 / 정유석 글 이범상 2016.07.30 28
86 [정신건강 에세이] 병적 도박의 단계 / 정유석 글 이범상 2016.07.30 51
85 [정신건강에세이] 첼리니와 수은 중독 / 정유석 글 이범상 2016.07.30 26
84 튜란도/정유석 칼럼/Facebook 에서 원방현 2016.07.16 73
» 음악과 건강/정유석제공/Facebook 원방현 2016.06.30 24
82 기회의 창/정유석제공 원방현 2016.06.27 49
81 드가의 망막장애/정유석/Facebook file 원방현 2016.05.27 25
80 호손의 주홍글씨/정유석/Facebook 원방현 2016.05.27 30
79 호손의 우울증/정유석/Facebook 원방현 2016.05.27 22
78 정신건강에세이 (2015.12.8 ~ 2016. 3 .16 ) admin 2016.03.23 42
77 정신건강에세이 ( 2015.11.03~ 12.01) admin 2016.03.23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