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등학교 제10회 동창회

한국어

글모음 2

정유석의 [정신건강에세이]

요절한 시인 레르몬토브/정유석

2016.10.19 11:57

원방현 조회 수:25

[정신건강 에세이]

요절한 시인, 레르몬토브 

 

미카일 레르몬토브(Mikhail Lermontov, 1814-1841)는

러시아 낭만파 시인이며 소설가다.

 

그는 어려서 한동안

러시아 남부 카프카스 지역에 자랐으며

성인이 된 후에도 두 번이나

이 곳에 추방되어 살았기 때문에

“카프카스의 시인”이라고도 부른다.

 

문호 푸시킨이 살아있을 때에는

그 그늘에 가려

문단에서 큰 관심을 받지 못했다.

 

그러나 푸시킨이 결투로 인해 죽고 나서

레르몬토브 역시

26세의 나이에 결투로 사망할 때까지

4년간 상당히 큰 명성을 날렸다.

 

그는 모스크바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현역 대위로

불과 16세인 마리아란 처녀와 결혼했다.

 

그녀는 부유한 가문 출신이어서

그녀의 어머니는

딸이 궁핍한 직업군인에게 시집가는 것을

마땅치 않아 했다.

 

아이가 태어나자 아버지와 외할머니는

양육 방법을 둘러싸고 항상 다투었다.

그 사이에 끼어 마음고생을 하던

어머니 마리아는 아기가 3살 때 사망했다.

 

외할머니는 조만간에 아버지가 나타나

아기를 빼앗아가지 않을까 항상 두려워하면서도

아기의 교육과 보호에 힘썼다.

 

아마 가족 내 갈등이나 과보호 때문이었는지

또는 두 가지가 다 작용했는지

레르몬토브는 어려서도

두려움이 많았으면서도 불같은 성격도 지녔고

성질이 나면 폭력을 사용했다.

 

그 대상은 대개 집안의 종들이나

외할머니 정원에 있던 덤불 같은 것이었다.

 

한편 외할머니는 어렸을 때

그를 여자아이 옷을 입혀서

화가에게 초상화를 그리게 했다.

 

10살 때 건강이 나빠져서

외할머니는 레르몬토브를 카프카스 지역으로

데리고 가 정양케 했다.

 

그 때

한 어린 소녀를 보고 첫사랑에 빠졌는데

그녀가 “금발에 천사의 눈”을 가졌다고 표현했다.

 

그가 모스크바로 돌아와 대학에 다닐 때

어려서부터 지속된 가족 내의 갈등이 폭발되었다.

 

아들과 격리되어 사이가 멀어진 아버지는

자식을 영원히 외가 집에 맡기고 떠나버렸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사망했는데

레르몬토브는 심한 타격을 받았다.

 

그래서 그는 당시

'용서해주세요. 우리 다시 만나겠지요?'나

'부자의 혹독한 운명'같은 시를 썼다.

 

모스크바 대학생활을 청산하고

1830년 세인트 피터스버그로 가서

사관학교에 입학했다.

 

1834년에 임관되자 근위 기병대에 배속되었다.

그 무렵 그는 바이런 경과

푸시킨의 작품과 비슷한 시를 열심히 썼다.

 

시에 심취된 사관생도는

고급 사교계의 생활을 목격했다.

 

1832년에 그는 이미 2백 편의 서정시와

10편의 장시, 그리고 3편의 희곡을 썼다.

 

1836년에 발표한 연극 '가면무도회'는

그의 대표적인 희곡이다.

 

사람 잘못 알아보기, 심한 질투 등이

섞여 전개되다가 마침내 정숙한 부인이

의심 많은 남편이 건넨

독이 든 아이스크림을 먹고 죽는다.

 

훨씬 후인 1944년

소련의 대표적인 작곡가 하차투리안은

이 이야기를 바탕으로

'가면무도회 조곡'을 작곡했다.

 

알렉산더 푸시킨이 죽었을 때

그는 애도 시를 써서 크게 이름을 날렸다.

 

그는 푸시킨의 죽음이

러시아 상류사회에서 꾸민 음모로 인한 것이며

 

그 배후에는

황제가 있다는 황당한 주장을 폈다.

 

이에 대해 황제는

그를 용기병 장교로 편입시켜

카프카스로 보냈다.

 

그는

어린 시절을 보낸 고향으로 추방당한 셈이었다.

 

정유석 (정신과 전문의)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96 정신건강에세이/정유석 원방현 2017.02.01 62
95 망상의 논리/정유석 원방현 2016.11.28 63
94 [정신건강 에세이] 연극적 성격 장애/정유석 글 file 이범상 2016.11.07 59
93 헤밍웨이 가의 자살/정유석 원방현 2016.10.23 69
» 요절한 시인 레르몬토브/정유석 원방현 2016.10.19 25
91 광장 공포증/정유석 원방현 2016.10.09 58
90 누가 버지니아 울프를 두려워하랴/정유석/Facebook 원방현 2016.09.25 42
89 에드워드 호퍼의 유화 야간 작업자들/정유석 원방현 2016.09.01 39
88 [정신건강에세이] ‘개를 데리고 다니는 부인’ /정유석 글 이범상 2016.08.01 48
87 [정신건강에세이] 존 치버의 금주 / 정유석 글 이범상 2016.07.30 28
86 [정신건강 에세이] 병적 도박의 단계 / 정유석 글 이범상 2016.07.30 51
85 [정신건강에세이] 첼리니와 수은 중독 / 정유석 글 이범상 2016.07.30 26
84 튜란도/정유석 칼럼/Facebook 에서 원방현 2016.07.16 73
83 음악과 건강/정유석제공/Facebook 원방현 2016.06.30 24
82 기회의 창/정유석제공 원방현 2016.06.27 49
81 드가의 망막장애/정유석/Facebook file 원방현 2016.05.27 25
80 호손의 주홍글씨/정유석/Facebook 원방현 2016.05.27 30
79 호손의 우울증/정유석/Facebook 원방현 2016.05.27 22
78 정신건강에세이 (2015.12.8 ~ 2016. 3 .16 ) admin 2016.03.23 42
77 정신건강에세이 ( 2015.11.03~ 12.01) admin 2016.03.23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