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등학교 제10회 동창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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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모음 2

정유석의 [정신건강에세이]

클라이맥스 도달 시 두뇌 기능의 변화                 -  정유석 -


얼마 전 네덜란드 그로닝겐 대학에서는 클라이맥스에 도달한 남녀의 두뇌에 나타나는 변화를 양전자방출촬영장치(PET)를 이용해 조사했다. 19세에서 39세 사이 남자 11명, 여자 13명 그리고 그들의 파트너들이 자원해서 실험을 했다. 이들 중 동성애자 커플은 한 건도 없었다. 실험 대상자 24명의 혈관에 특수염료를 주사했는데 이들은 두뇌 기능에 어떤 변화가 있으면 PET 스캔에 색깔의 변화로 나타나게 되어있었다.
남성의 경우, 스캐너는 휴식기, 파트너에 의해 성기가 발기된 기간, 그리고 파트너로 유도되어 사정할 때 일어난 두뇌의 변화를 각기 측정했다. 여성의 경우, 휴식기, 파트너가 음핵을 자극할 때, 오르가즘 동작을 일부러 꾸밀 때, 그리고 실제로 오르가즘에 도달했을 때 나타나는 두뇌의 변화를 살폈다.
그런데 연구자들은 남성이 클라이맥스에 도달했을 때 두뇌의 변화를 조사하는데 어려움이 있었다. 스캐너가 두뇌의 활동을 추적하려면 적어도 2 분가량의 시간의 필요한데 남성의 클라이맥스는 길어봤자 10초쯤 지나 소멸해 버리고 말았기 때문이었다.
한편 여자에서 오르가즘을 가짜로 꾸미는 경우, 의식적 행동을 관장하는 두뇌 피질에는 불이 계속 들어와 있었다. 그러니까 이런 경우 온 몸은 계속해서 의식의 지배하에 있는 것이다. 그러나 정말로 오르가즘에 도달했을 때 이 부분의 불이 꺼졌다. 그 활동이 정지된 것이고 쉽게 말해 잠시 동안 의식 기능이 사라져 아뜩하게 정신이 나간 것이다. 이 때 여성이 취하는 모든 극렬한 신체운동도 거의 무의식 하에서 진행되었다.
가장 뚜렷한 현상은 클라이맥스에 달하는 순간 인간의 불안과 공포를 지배하는 두뇌 속의 편도체(살구모양체, Amygdala)와 기억을 관장하는 해마(Hippocampus) 부위에 변화였다. 흥분기에 도달하면서 불이 조금씩 깜박거리더니 오르가즘에 도달하는 순간 불이 꺼져 활동이 정지되었다. 이 곳의 기능이 정지되면 두려움이나 스트레스에서 단절되기 때문에 결과로 여자는 마치 한 번에 아편 주사 여러 대를 맞은 직후 같은 극단적인 황홀감에 도달하고 기억이 아득해지는 것이다.
그러나 클라이맥스에 달한 것처럼 꾸미는 경우, 아무리 기막히게 연기를 해도 두뇌의 이 부위는 계속 활동 중임을 보여주고 있었다.
PET를 사용해 두뇌활동 검사를 할 때 사지나 온 몸통은 아무리 움직여도 상관없지만 두뇌만은 스캐너에 완전히 고정시켜야 한다. 그래서 남녀 모두에서 성기 접촉을 통한 실험은 시도할 수 없었다. 결국 이 실험의 대상자들이 클라이맥스에 도달한 것은 모두 성기 접촉이 아닌 파트너가 유발한 신체 자극 결과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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