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등학교 제10회 동창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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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석의 [정신건강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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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    내 추억 보기  219.4.11         
     
" 실패한 신 "
젊은 날 사상의 혼돈 속에서 방황하던 나에게 큰 영향을 끼친 책 한 권이 있다. 여기서 신이란 공산주의를 말한다. 공산주의 운동에 적극 가담했거나 동조했던 미국과 서유럽의 작가 6명이 후에 공산주의 실상에 실망하여 노선에서 탈퇴하고 만 경험담을 엮어 ‘실패한 신’ (The God That Failed, 1950)이란 제목으로 발간되었다.
이들은 특히 20년대와 30년대에 물질주의가 팽만했던 미국식 생활방식이나 소멸되어가는 것같이 보였던 민주주의를 보고 더 나은 평화롭고 인민 위주의 세상을 꿈꾸어 공산주의 이론을 선택했던 것이다. 이들만이 아니라 전 세계의 양심적인 많은 지식인들은 재난과 불안으로 혼돈해진 세상에 공산주의만이 평화와 정의, 질서를 가져올 대안이라고 믿었다. 당시 유럽에서는 파시즘이나 나치 독일 사이에 맺어진 평화조약에 실망한 사람도 있었고 큰 기대를 가지고 소련을 방문했다가 빈곤과 심한 정치적 탄압이 자행되는 것을 보고 낙심한 사람도 있다. 이 작가들은 모두 공산주의와 결별했다.
아서 쾨슬러(Arthur Koestler, 1905-1983)는 헝가리 출신 영국작가다. ‘정오의 암흑’(Darkness at Noon)이란 소설을 발표하여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그는 1931년 독일 공산당에 가입했지만 1930년대에 벌어진 대 숙청을 보고 스탈린주의에 환멸을 느껴 1938년에 탈당을 한 후 반공적인 자세를 견지했다.
앙드레 지드(Andre Gide,1869-1951)는 ‘좁은 문’, ‘배신자’. ‘전원 교향곡’. ‘교황청의 지하도’, ‘지상의 양식’등으로 한국 독자들에게 널리 알려진 프랑스 작가다. 1947년에는 노벨 문학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는 1936년 소련 작가동맹의 초청으로 소비에트 사회주의 공화국 연방을 방문했지만 너무나도 혹독한 그곳의 현실에 실망하여 귀국하는 즉시 공산주의와 결별했다.
리처드 라이트(Richard Wright, 1908-1960)는 미시시피 주 출신의 흑인 작가다. 정식 교육을 받지 못한 그는 1920년대 미국 내의 극심한 흑백갈등을 다룬 소설을 썼다. ‘톰 아저씨의 아이들’(Uncle Tom's Children,1936)과 ‘흑인의 아들’(Native Son 1940)을 발표하여 주목을 받았다. 특히 ‘흑인의 아들’은 20세기 미국 대학에서 필독서로 꼽혔다. 그는 1933년 미국 공산당에 정식으로 가입했다. 그러나 소련에서 벌어지는 숙청을 보고 실망하여 1942년 공산당에서 탈당했다.
이그나지오 실로네(Ignazio Silone, 1900-1978)는 ‘술과 포도주’(Bread and Wine, 1937)를 지은 이탈리아 작가다. 그는 1921년 이탈리아 공산당의 창립 멤버로 참여했고 후에 당의 지도자가 되었다. 1930년대에 스탈린과 국제 공산주의 운동(Comintern)에 반대하여 당에서 탈당하고 말았다.
루이스 피셔(Louis Fischer, 1896-1970)는 유태계 미국 언론인이다. 1920년대에 ‘석유 제국주의’같은 책을 냈는데 이런 낡은 이론이 당시 지식인들에게 큰 인기를 얻었다. 1932년 우크라이나를 여행했다가 거기서 참혹한 기근 상황을 목격했다. 1945년에 공산주의와 결별했다.
스티븐 스펜더(Stephen Spender,1909-1995)는 영국 시인이다. 미국 국회도서관에서 17대 계관시인으로 추대되었다. 1936년에 영국 공산당에 가입했지만 1939년에 체결된 몰로토프-리벤트로프 (독소 평화조약)에 실망하여 공산당을 등졌다. 당시 이 조약으로 인해 영국의 진보적인 시인 W,H, 오든이나 소설가 크리스토퍼 어셔우드도 맹렬하게 반대했었다.
당시 유럽 지식계는 좌파들이 주도권을 쥐고 있었고 공산주의를 반대하면 따돌림을 당하던 시절이었다. 사르트르는 전후까지 공산주의자임을 공언했고 피카소도 공산당원임은 숨기지 않았다. 자기 조국 스페인이 나치 공군에 의해 공습을 당한 모습을 그린 역작 ‘게루니카’에서는 무차별한 폭격에 의해 인마가 울부짖는 그림을 생생하게 그렸다. 명작이다. 그러나 자기가 가보지도 못한 한국에서는 황해도 신천 양민들 앞에 우주인 같은 복장을 한 미군들이 나타난 ‘한국에서의 학살’을 그렸지만 작품으로서의 가치는 훨씬 떨어진다.
(참고로 신천 양민 학살이란 한국전쟁 시 미군에 의해 대규모로 자행된 황해도 신천군 양민학살을 말하는데 사실은 미군이 개입한 적이 없다. 남북이 서로 밀고 밀리는 사이 좌익인 공산당과 우익인 반공 기독교인 사이에서 벌어진 살육사건이다. 황석영 씨의 소설 ‘손님’에 실체가 기록되어 있다. 아직도 북한은 거대한 기념관까지 지어놓고 조작된 것을 사실이라고 우기며 주장하고 있다.
그런데도 아직까지도 한국의 일부 좌파 지식인들은 작품의 배경을 모르는지 아니면 모른체 하는지 이 그림을 신주단지처럼 모시고 심지어 교과서에 올리고 있다 .)
하여간 그런 풍토에서 공산주의를 고발한 글을 발표한 이들 작가는 용감한 사람들이었다. 또 나중에 소련과 동구의 공산주의가 내부의 모순으로 인해 붕괴하고 만 점을 고려해 본다면 그들은 용감할 뿐만 아니라 옳은 판단을 한 작가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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