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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정유석칼럼/튜버클린반응

2019.08.28 20:02

원방현 조회 수:8

튜버쿨린 반응 

 

천연두(두창)란 한 번 걸리면 사망하거나 회복이 되어도 얼굴에 심한 마마자국을 남기는 무서운 전염병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어려서 천연두가 아닌 우두에 걸려도 이 병에 대한 면역이 생겨 천연두를 앓지 않는다는 사실을 에드워드 제너(Edward Jenner, 1749-1823)란 시골 의사에 의해 밝혀졌다.

 

이러한 발견은 우연의 소산이 아니고 제너 의사의 천연두에 대한 심도 있는 연구와 세밀한 관찰아래서 이루어진 결과다. 이 의사는 영국 서부 글루스터셔 군에 있는 버클리란 작은 도시에서 자랐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동네 농부들이 전에 우두(牛痘, Cowpox)를 앓았던 사람은 천연두(天然痘, Smallpox)에 걸리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흥미롭게 들었고 언젠가 이를 실험해 보기로 작정했다. 

 

우두란 비교적 경미한 전염성 질환으로 우두에 감염된 젖소는 유방에 물집이 생겼다. 마을에서 우유를 생산하는 처녀들은 젖소의 유방을 손으로 쥐어짜며 작업을 하다가 우두에 쉽게 감염되었는데 주로 손 등에 물집이 생겼다가 몇 개의 작은 자국을 남기고는 쉽게 회복되었다.

 

의학 공부를 마친 제너는 도시에 좋은 직장이 보장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고향인 버클리 마을에 돌아와 의원을 열었다.1776년 글루스터셔에 천연두가 창궐했다. 그는 마을마다 돌아다니며 농부들에게 천연두 예방으로 우두를 맞아보라고 권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농부들은 자신들은 어려서 우두를 앓았기 때문에 천연두에 면역이 되었음을 강조했다. 이런 농부들의 저항은 제너의 신념을 더욱 굳건하게 만들었다. 

 

그 해 제너 박사는 손가락이 곪았다는 한 젖 짜는 소녀의 방문을 받았다. 소 젖을 짜기 직전에 손가락을 가시에 찔린 적이 있었다. 의사는 그녀의 찔린 부위에서 모종의 액체를 채취했다. 

 

마침 동네에는 천연두나 우두에 감염된 적이 한 번도 없는 8세 된 남아가 살고 있었다. 부모의 허락을 받아 우두를 접종했더니 아흐레가 지나 소년은 미열과 함께 식욕상실, 두통 같은 증상을 보인 후 다음 날로 병에서 회복되었다. 다음에 제너는 같은 소년에게 천연두를 접종시켰다. 이 병은 생명을 뺏어갈 수 있을 만큼 제너의 실험 중 가장 위험한 단계였다. 소년은 천연두의 증세를 나타내지 않았다. 제너 박사의 의견이 인체실험으로 증명된 것이다.

 

당시 인명을 빼앗아간 가장 흔한 질환을 폐병이었다. 18세기 말에서 다음 세기 중반까지 가장 극심했다. 나폴레옹이 유럽 대륙을 황폐화하게 만들었지만 무덤의 1/4은 폐병으로 사망한 환자들의 시체로 메어졌다. 미국 동부인구 1천만 명 당 5명이 이 병으로 사망했고 감옥에서는 1천 명 당 130명이 이 병으로 목숨을 잃었다. 흑인 죄수에서의 사망률은 훨씬 더 높았다. 퀘이커 교도인 의사 토머스 영 박사는 ‘폐병은 너무 치명적이라 의사들조차 이 환자들을 치료하는데 마음이 내키지 않아 머뭇거리게 만들었다.’라고 말했다.

 

영국인 의사 제너는 천연두 예방 백신을 성공시켰고 프랑스인 파스퇴르는 광견병, 탄저병 예방을 성공시켰다. 당시 과학이나 의학에서 최선진을 자부했던 독일 사람들은 로베르트 코흐(Robert Koch)박사를 기대했다. 당시 그는 세균학에서 명성이 파스퇴르에 못지않을 만큼 높았다. 마침내 1882년 코흐 박사가 폐병 균을 발견해 냈다. 독일인들은 이제야 과학 선진국으로 기를 필 수 있었다. 원인 균이 밝혀졌으니 다음 순서는 치료임에 틀림없었다. 결국 폐병 균을 약화시킨 ‘튜버쿨린’의 존재가 발표되었다.

 

그러나 실망스럽게도 튜버쿨린은 폐병을 방지하는데 아무런 역할도 하지 못했다. 독일의 항구도시 류벡에서 아동에게 대량으로 튜버쿨린은 주사했지만 폐병환자가 연속 발생하고 생명을 앗아가면서 BCG에 의한 폐병 예방은 실시가 중지되었다.

 

우리들 가운데서도 어렸을 때 BCG 접종을 받은 사람이 있겠는데 양성반응은 한국같이 폐병이 창궐하던 지역에서는 단지 환자가 과거에 폐병에 걸렸었다는 증거에 불과했다. 미국 같이 아예 폐결핵 환자들을 모두 격리시켰던 나라에서는 새로운 입국자가 튜버쿨린 양성 반응을 보이면 입국 심사관이 상대방을 따로 불러 자세히 조사하기도 했었다.

 

정유석 (정신과 전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