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등학교 제10회 동창회

한국어

글모음 2

프로스트 (Robert Frost 1874-1963) (2)

프로스트가 19살이었을 때, 그의 시가 처음으로 전문 잡지

에 실렸고 원고료 $15이 나왔다. 어머니는 아들이 너무 자랑

스러웠다. 그러나 할아버지는 "시를 써서 어떻게 먹고 사니.

일년 기간을 줄테니 한번 해보고 시인으로 성공하지 못하면

집어 치우도록 해라" 라고 하셨다. 프로스트는 "20년 동안 기

회를 주세요. 20년을요라고 졸랐다. 정확하게 20년이 지났

을 때 그의 시집 <어느 소년의 의지> (ABoy's Will) 가 출판되

었다. 시인으로서 뿐만 아니라 정확한 예언자가 된 셈이다.

오늘은 프로스트의 <눈 오는 저녁 숲가에 서서>를 골랐다.

12월 어느 날 매우 춥고 어두운 저녁에 마차를 몰고 가다

가 얼어 붙은 호수와 깊은 숲 사이의 공터에서 선다. 소복소

복 눈 내리는 광경에 넋을 잃다가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아

쉬움을 남긴 채 마을을 향해 떠나는 것이다. 자연의 아름다

움을 표현하고 있지만, 혹자는 woods sleep 이 죽음을 隠喩

한다고도 해석한다.

<눈 오는 저녁 숲 가에 서서>

Stopping by Woods on a Snowy Evening

이 숲이 누구의 것인지 나는 알 것 같애

주인은 마을에 살고 있지.

내가 숲에 눈이 쌓이는 것을 보려고 선 것을

주인은 알지 못할거야.

Whose woods these are I think I know.

His house is in the village though;

He will not see me stopping he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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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 watch his woods fill up with snow.

내 작은 말은 이상하다고 생각하겠지

농가 하나도 근처에 없는

숲과 얼어 붙은 호수 사이에 섰으니

더구나 한 해 중 제일 어두운 저녁에

My little horse must think it queer

To stop without a farmhouse near

Between the woods and frozen lake

The darkest evening of the year.

말은 굴레에 걸린 방울들을 흔들면서

어디가 잘못되지 않았느냐고 묻는군

들리는 소리라곤 주위를 채우는

쉽게 부는 바람과 부드러운 눈송이 소리

He gives his harness bells a shake

To ask if there is some mistake.

The only other sound’s the sweep

Of easy wind and downy flake.

숲은 아름답고 어둡고 깊구나

그렇지만 나는 지켜야 할 약속이 있어

그래서 자기 전에 여러 마일을 걸어야 해

그래서 자기 전에 여러 마일을 걸어야 해

The woods are lovely, dark and deep,

But I have promises to keep,

And miles to go before I sleep,

And miles to go before I sleep.

마지막 세 은 케너디 전대통령이 선거 유세하면서 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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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용한 문구이다. 중국 <史記>에 나오는 日暮途遠과 비슷한

뜻이다: 해는 뉘엿뉘엿 저물어 오는데 갈 길이 멀구나.

이 시에 쓰여진 단어는 모두가 일상 생활에 쓰는 쉬운

이다. 또 대부분이 한 音節로 되어 있는 단어이다. 108

어 중에 88 개가 한 음절로 되어있다. 그래서 읽기 쉽고 읽어

내려가면 노래 부르는 것 같다.

시의 구조를 살펴보자. 모든 이 네 으로 되어있는 깔

끔한 定型詩이다. 四行聯(quatrain)이라고 하는데 시인들이

즐겨 쓰는 구조이다. 또 모든 행은 네 로 되어있다. 한 보는

弱強의 두 音節로 되어 있어서 모두 합치면 여덟 음절이 되

는 셈이다. 弱強四歩이다. 첫 행을 예로 들면: Whose woods /

these are / I think / I know

1, 2, 4행이 脚韻이 되어 있고 (know, though, snow) 3행이

(here) 다음 연의 1, 2, 4행과 각운이 된다 (queer, near, year).

aaba bbcb ccdc dddd 이다.

프로스트의 <일손의 죽음>을 소개한다. 173 행으로 되어

있는 긴 이야기 체의 시이다. 줄거리부터 늘어 놓으면:

조그만 농장의 주인 부부와 늙은 떠돌이 일손 사일러스

(Silas)의 이야기다. 사일러스는 매년 와서 일해 주는데 꼭 필

요할 때는 돈 더 주는 딴 곳으로 떠나고 한가할 때 다시 찾아

오는 것이다. 작년만 해도 바쁠 때 또 떠나려고 하자 남편이

다시는 오지 말라고 침을 놓아 보냈다.

그런데 또 찾아 왔다. 너무 허약해져서 제대로 걷지도 말

하지도 못한다. 부인은 "은행에 다니며 돈 잘 버는 형이 멀지

않은 곳에 산다는데 거기 안가고 우리한테 왔구나. 자존심

도 강하지" 하면서 집 안으로 끌어드려 눞혀 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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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일을 마친 남편이 돌아온다. 부인은 남편이 방에 들

어가지 못하게 막으면서 "조용하세요. 사일러스가 돌아 왔어

." 남편은 퉁명스 게 "다시는 오지 말라고 했는데. 안 받

아줄래." 부인의 "친절 좀 해봐요" 라는 말에 "내가 언제는 친

절하지 않았어?" 라고 남편이 반문한다. 부인과 남편이 생각

하는 친절은 완전히 다르다. 부인은 사랑과 동정, 감정과 상

상의 여인, 남편은 이성과 지성, 실용적 현실적인 남성이다.

부인은 "죽으려고 집으로 돌아 왔어요. 가정이란 꼭 가야

만 할 때 받아주는 곳이 아니겠어요?" (Home is the place

where, when you have to go there, they will take you in.) 라면서

남편을 달랜다. 방안으로 들어가서 쓰러져 자고 있는 사일러

스를 지켜 보라는 부인의 말대로 남편은 방안으로 들어간다.

달은 서쪽 언덕으로 지면서 얼음같은 남편의 마음을 녹이

려는 듯 달빛을 무한히 내려 보낸다. 부인은 "쪽배 같은 구름

이 저 달을 관통할까 아니면 스치지도 않고 지나갈까?" 하며

달을 쳐다본다. 남편이 너무 일찍 나온다. "죽었어" 라면서.

<일손의 죽음> The Death of the Hired Man

달 한 부분이 서편 아래로 떨어지고 있었다

하늘 전체를 언덕으로 끌어 내리면서.

달빛은 부드 게 그녀의 무릅으로 쏟아져 내렸다.

그녀는 알아차리고 에이프런을 펼쳐 빛을 받았다.

Part of a moon was falling down the west,

Dragging the whole sky with it to the hills.

Its light poured softly in her lap. She saw

And spread her apron to it.

그러고는 손을 내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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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밭에서 처마까지 뻗은 나팔꽃 넝쿨은

이슬로 팽팽해져 하프 줄 같은데, 내민 손은

하프를 들리지 않게 연주하는 듯 했고

옆에 있는 남편 마음을 부드 게 하는 것 같았다.

She put out her hand

Among the harp-like morning-glory strings,

Taut with the dew from garden bed to eaves,

As if she played unheard the tenderness

That wrought on him beside her in the night.

"나는 앉아서 쳐다볼래.

저기 노 저어가는 작은 구름이

달을 꿰뚫고 지나갈까 비켜서 갈까?"

달을 관통했다.

"I'll sit and see if that small sailing cloud

Will hit or miss the moon." It hit the moon.

에이프런을 활짝 펴서 환하게 내려오는 달빛을 받는 장면,

구름이 호수에서 노 저어가듯 하늘에서 미끄러져 달을 향해

가는 장면, 드디어 달을 피해가지 않고 달 속으로 들어가는

장면은 남편의 무정한 마음이 녹기를 바라고 부드러워 지기

를 염원하는 부인의 마음, 결국 남편 마음이 녹아졌다.

弱強五步이다. 예로 들면: I’ll sit / and see / if that / small

sail- / ing cloud, Will hit / or miss / the moon / It hit / the moon

뉴 잉글런드 지방에는 돌 담이 유난히 많다. 시멘트를 쓰

지 않고 돌로만 쌓은 담이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

씩 무너진다. 그래서 해마다 봄이 되면 두 이웃이 담을 사이

에 두고 같이 걸으면서 떨어진 돌을 줏어 제 자리에 올려 놓

는다. 프로스트의 <돌담을 고치면서>의 일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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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담을 고치면서> Mending Wall

돌 담이 있기는 하지만 우리는 담이 필요 없어요

그 편은 모두 소나무, 내 편은 사과 밭인데

내 사과 나무가 담을 넘어가 떨어져 있는 솔방울을

줏어 먹겠어요?” 라고 내가 말하면, 그는 짧게

담이 좋아야 이웃 간에 사이가 좋은 겁니다.”

There where it is we do not need the wall:

He is all pine and I am apple orchard.

My apple trees will never get across

And eat the cones under his pines, I tell him.

He only says, ‘Good fences make good neighbors.’

프로스트는 말년에 <오늘을 위한 교훈>을 발표했는데 아

래와 같이 끝을 맺었다.

<오늘을 위한 교훈> (ALesson for Today)

내 좌우명은 누구나 죽는다는 것을 명심해라이다.

비명이 내 인생 이야기어야 한다면

내 것으로 쓸 짧은 문구가 준비되어 있다.

내 비석에 나에 관해서 아래와 같이 쓰고 싶다:

나는 애인끼리 다투듯 이 세상과 다퉜다.

I hold your doctrine of Memento Mori.

And were an epitaph to be my story

I’d have a short one ready for my own.

I would have written of me on my stone:

I had a lover ’s quarrel with the world.

항상 이 세상에 대해 질문도 하고, 비평도 해 왔지만 이해와

진지한 사랑으로 해 온 그의 정신을 잘 표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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